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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주자는 코로나 비켜가나"…방역수칙 외면에 시민들 분통

코로나19 확진자가 매일 2000명 가까이 쏟아지는 가운데 여야 대권주자들의 '민생행보'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이 따갑다.

대선을 200여일 앞두고 대선 주자들은 전국을 누비고 있다. 수도권은 사실상의 '야간 이동 금지' 조치에 해당하는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4주째 시행 중이고 비수도권도 3단계로 강화했다.

이 가운데 대선 주자들이 스스럼 없이 시민들과 악수를 나누고 이들을 보기 위해 지지자들이 몰리는 등  방역수칙 위반 상황이 수시로 발생하고 있다.

6일 경상북도 안동의 도산서원을 방문한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평소 지켜오던 '주먹인사'를 잊고 관계자들과 악수를 나눴다.

같은날 경북 칠곡군 왜관시장을 찾은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폭이 좁은 시장을 방문해 거리두기를 지키지 못하는 상황에 처했다.

특히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방역수칙 위반으로 홍역을 치렀다. 지난 2일 국회의원회관을 방문한 윤 전 총장은 국민의힘 의원 103명의 사무실을 찾아가 인사하는 과정에서 국회 방역수칙을 위반한 사실이 드러났다.

국회 보좌진 등의 익명 게시판인 페이스북 '여의도 옆 대나무숲' 계정에는 "사전 신고도 없이 윤 전 총장과 일행 10여 명이 한꺼번에 몰려다녔다" "각층 간의 이동이 불가능했을 텐데도 아무런 제약 없이 돌아다녔다"는 글이 올라왔다.

현재 국회 의원실에 외부인을 초대하려면 국회 방역수칙에 따라 방호과에 방문자의 인적사항 등을 사전 신고해 출입증을 교부받아야 한다. 또한 사전에 방문을 신청한 의원실만 출입해야 하며, 다른 층으로 이동하면 안 된다.

같은 글에서 작성자는 "함께 다닌 10명 가운데 한분이라도 코로나 확진자나 밀접접촉자가 있다면 국회의원회관 103명의 방은 전부 셧다운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 달 27일 윤 전 총장은 부산을 찾아 박형준 부산시장을 만나고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회의원들과 오찬을 함께 했다.  참석인원은 4인으로 '사적모임'으로 구분해도 방역수치 위반은 아니다.

문제는 윤 전 총장 오찬이 공개된 장소에서 진행되면서 취재진과 시민 등 인파가 모여든 탓에 거리두기가 전혀 지켜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야권 대권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7일 부산 서구의 한 식당을 방문, 지역 국회의원들과 함께 식사하고 있다.(사진=부산공동취재단)


부산 출신인 조모씨(27)는 "코로나가 정치인이라고 피해가겠냐"며 "시민들은 만남을 줄이고 휴가도 취소하는데 윤 전 총장은 인파를 몰고 다니며 사람들을 만나러 다니는 모습에 짜증이 났다"고 말했다.

부산 방문  전에 이뤄진 윤 전 총장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회동 역시 마찬가지다. 서울에 거주하는 배모씨(26)는 "둘만 만났다지만 공개된 장소에서 만나다 보니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들더라"며 "(이 시국에) 굳이 인파가 몰려 들게 뼌한 행사를 공개적으로 했어야 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지지자와 악수, 마스크 벗고 연설 등 방역수칙 준수 어려워

 

지난 1월 23일 오전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에서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와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나선 우상호 의원,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어묵을 먹고 있다.(사진=뉴시스)


지난 4월 치러진 보궐 선거는 방역수칙이 얼마나 쉽게 무시당할 수 있는 지 보여줬다.

선거운동 초반 각 캠프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고 방역수칙을 철저하게 준수하겠다며 선대위 출정식을 온라인으로 중계하는 등 비대면 운동에 초점을 맞췄으나 이후 여야 유세전이 치열해지며  방역수칙을 외면하는 일이 잦아졌다.

각 후보들은 유세 차량에 올라 마이크를 잡고 연설하는 과정에서 마스크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거나, 아예 마스크를 벗고 유세를 진행하기도 했다. 시민들이 모여든 탓에 거리두기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일례로 지난 1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나선 민주당 후보들이 민생행보 차원으로 서울의 남대문 시장에서 마스크를 벗고 어묵을 먹는 일이 있었다. 이를 두고 방역수칙 위반이 아니냐는 비난 여론이 일었다. 민주당 방문단 자체만으로 5인을 넘겼고 취재진과 시민까지 인파가 몰렸기 때문이다.

당시 방역수칙 관련 문제를 제기한 조명희 국민의힘 의원은 보건복지부와 중대본에 답변을 요청했다. 이 답변서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5인 이상 집합 금지 조치는 행정·공공기관의 공적 업무수행 및 기업 경영활동에 필수적인 모임·행사는 예외가 허용된다", "전통시장은 다중이용시설로 분류하지 않아 방역수칙 위반이 아니"라고 답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 내과 교수는 "전통시장은 골목도 좁고 시민이 밀집할 경우 거리두기를 지키기 어렵기 때문에 야외라 해도 감염의 위험을 배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조명희 의원은 "정부여당은 일반 국민과 자영업자에게는 5인 이상 집합금지 수칙 위반 시 과태료까지 부과하며 엄격한 방역 수칙 준수를 강요하고 있는데 정작 자신들은 이를 지키지 않고 있다. 대규모 선거용 행사용 면역력이 따로 있다고 믿는 것인지 묻고 싶다"며 "현재 정부여당의 코로나19 방역이 얼마나 원칙과 기준 없는 정치 방역인지 보여주는 촌극"이라고 비판했다.

 

"시민 접촉도 시국을 반영해 '비대면'으로 진행해야"

천은미 교수는 "시민과 접촉이 늘어나면 당연히 감염 위험 소지도 늘어난다"고 지적했다.  천 교수는 이어 "(대면 행사에서) 확진자가 나올 경우, 참석자 모두가 격리되는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지금은 소수 인원만 모임을 갖거나 비대면으로 진행하는게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실제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1대 총선 종로구 유세 도중 방문한 종로 노인복지관에서 확진자가 나와 유세 일정을 전면 중단하기도 했다.

 

또한 정치인들이 방역수칙 위반을 무릅쓰고 시민과의 접촉면을 넓히는 것은 전통적인 선거운동 방식 외의 새로운 콘텐츠가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김수민 시사평론가는 "방역수칙과 관련한 비판여론이 표의 득실에 크게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며 "비대면으로 시민과 충분히 접촉을 늘리고 소통할 수 있음에도 군중을 동원하는 행사를 이어가는 것은 '콘텐츠의 부족'에서 기인한다"라고 진단했다.

 

/스냅타임 이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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