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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 자격증 열풍 왜?..."언제 짤릴 지 모르는데 보험이죠"

마케팅 부서에서 일하는 회사원 권수현(33·여)씨는  3개월여 공부 끝에 작년 8월 AFPK(재무설계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이어 9월과 11월 펀드투자권유대행인·투자자산운용사 자격증도 손에 넣었다. 올해 4월부터는 공인중개사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권씨는 "업무가 적성에 맞지 않는다는 생각과 함께 '마흔 살 이후에도 이 회사에서 버틸 수 있을까'라는 두려움이 들었다"며 "다양한 전문 자격증을 취득해 향후 이직·창업을 노리고 있다"고 전했다.

MZ세대(1980년대~2000년대 초 출생) 직장인들이 전문자격 취득에 뛰어들고 있다. 퇴근 후 남는 시간을 쪼개 온라인 강의를 듣거나 자율학습을 하며 시험을 준비하는 모습이다. 이들은 불안정한 고용 환경과 전문성 제고 등을 주된 도전 계기로 꼽았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겸업이 확대되는 등 노동의 방식과 직업의 개념이 달라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막연한 불안감에 휩싸여 자격증을 준비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사회복지사 1·회계사·세무사 등 인기...1위는 공인중개사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직장인·구직자 923명을 대상으로 ‘전문자격 취득 준비 현황 및 계획’을 조사한 결과 ‘지금 공부하고 있다’는 응답이 20.9%를 차지했다. '공부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비중도 37.0%나 됐다.

응답자 중 과반이 전문자격 취득을 위해 시간을 투자했다는 얘기다.  ‘경험은 없지만 관심있다’는 응답도 37.6%나 됐다.

이들은 직장인 사이 가장 인기 있는 전문자격 시험으로 공인중개사(16.3%)를 꼽았다. 이어 △사회복지사 1급(10.4%) △회계사(7.7%) △세무사(5.7%) 등이 뒤를 이었다. .

인크루트는 직장인에게 전문자격 취득이 인기를 얻는 이유를 '전문성을 인정받을 수 있고 개인 노력 여하에 따라 성장 가능성이 열려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로 불확실성이 커진 미래와 녹록지 않은 취업·이직 환경도 영향을 미쳤다고 봤다.

 

계약직에게 자격증은 보험이죠

실제 자격증 취득에 나선 직장인들은 불안정한 고용 환경과 전문성·경쟁력 제고를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당장 미래가 불투명한 가운데 전문 자격증이 최소한의 ‘안전장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계약직 회사원 이모(30·남)씨는 “3년 뒤 퇴사가 예정돼 있어 안정적인 직업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지난달부터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씨는 “(공인중개사 자격증은) 일종의 ‘보험’과 같은 개념”이라며 “계약이 종료되면 군무원에 도전할 예정이다. 이후 주택관리사·감정평가사 자격증도 준비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종사하고 있는 분야에서 추가로 전문성을 갖추기 위해 도전하는 사례도 있다.

금융권에서 일하고 있는 박모(30·여)씨는 6개월 전부터 데이터분석 준전문가(ADsP) 시험 준비를 시작했다. 박씨는 “업계가 빠르게 디지털화하고 있음을 느꼈다”며 “미래 유망한 분야를 공부하고 싶어 자격증 취득에 도전하게 됐다”고 전했다.

직장 내 부동산 업무를 담당한다는 이모(28·여)씨는 “커리어 개발 및 이직 준비의 일환으로 공인중개사 시험을 준비 중”이라며 “(자격증 취득 후) 신탁사 등으로 이직해 실무를 경험한 뒤 사업을 하고 싶다”고 목표를 밝혔다.

자격증 취득 후 이직·창업으로 처우 개선을 기대하기도 한다. 공인중개사 창업이 최종 목표라는 권씨는 “회사에 다닐 때보다 보수나 고용 환경 등 다양한 측면에서 안정성이 확보될 것 같다”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사진=이미지투데이)


 

공부시간 만들려고 칼퇴근에 지하철 이용도

이들은 공통적으로 업무과 시험 공부를 병행하는 데 체력적인 어려움이 크다고 전했다. 아울러 규칙적인 공부 시간을 확보하지 못해 심적으로도 불안하다고 했다.

이씨는 “직장 업무량을 예상하기 어렵다. 야근 등으로 날마다 컨디션도 다르다”며 “빠른 퇴근을 위해 일과 시간에 바짝 일을 하다 보니 지친 몸으로 공부하게 된다”고 토로했다.

권씨 또한 “일반 수험생에 비해 공부 시간을 확보하기 어렵다”며 “버스에서 핵심 요약집을 읽는 등 출·퇴근 자투리 시간을 활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회사의 눈치를 보게 되는 것도 걸림돌이다. 이직을 위해 자격증을 취득했다는 한 20대 회사원은 “(업무 때문에) 공부할 시간이 적어지니 심리적으로 힘들었다”며 “상사가 눈치를 줘도 공부를 위해 그냥 ‘칼퇴근’한 적도 있다”고 전했다.

 

MZ세대 겸업 일반화..적성 모르면 불안감

전문가는 "업(業)에 대한 정의가 달라지고 있다"며 젊은 직장인들의 도전을 겸업 확대와 연관지어 설명했다. 반면 적성을 파악하지 못한 채 남들을 좇아 ‘불나방’처럼 전문 자격증 취득에 매달려선 안 된다고 조언했다.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과 교수는 "일과 생활의 경계가 무너지는 '일하는 방식의 혁명'이 오고 있다"며 "MZ세대는 겸업이 일반화된 세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규창 한양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직업을 구하는 젊은 세대가 우선 스스로 적성을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 교수는 ”적성을 파악하지 못하면 ‘내가 잘 살고 있는지’, ‘이 직장을 계속 다녀야 하는지’ 등 불안한 마음이 든다“며 ”이같은 불안감으로 주변의 단편적 사례만을 참고한 채 전문 자격증 취득에 매달리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 또한 "(한국전쟁 이후 출생한) 베이비부머 세대가 '배고픈 세대'였다면 MZ세대는 '불안한 세대'"라며 "주식을 한 곳에 몰아넣지 않듯 (직업적으로) 여러 '포트폴리오'를 관리하며 눈치를 보는 듯하다"고 설명했다.

/스냅타임 윤민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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