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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 준비 위해 알바"…최악 취업난이 낳은 신조어 '취업준비 준비생'

박유진(24)씨는 취업 준비와 아르바이트를 병행하고 있다. 박씨는 취업을 위해 서울로 상경했지만 생활비와 취업을 위한 각종 자격증 취득 비용이 만만치 않은 탓에 아르바이트에 매달릴 수 밖에 없다.

박씨는 아르바이트에 시간을 뺏겨 취업 준비를 하는데 어려움이 많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면 취업 준비에 집중하기 힘들지만 취업 준비에 들어가는 비용이 만만치 않아 계속 할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사진=사람인)


구인구직 매칭 플랫폼 사람인이 최근 구직자 733명을 대상으로 취업 준비 비용 현황을 조사한 결과 66.4%가 지난해에 비해 '취업 준비 비용이 늘었다'고 답했다.

취업 준비 비용이 늘어난 이유는 '취업이 어려워져서 불안한 마음이 커져서(63%, 복수응답)', '경쟁이 심해 스펙을 하나라도 더 쌓기 위해서(44.6%)', '수강료, 교재 가격 등이 올라서(26.1%)'가 각각 1,2,3위를 차지했다.

취업 준비 비용 마련 방법으로 '아르바이트로 직접 마련(32.7%, 복수응답)'이 '기존에 모아둔 저축 활용(35.3%)' 다음으로 가장 많았다.

이때문에 최근에는 아르바이트 등을 통해 취업 준비 비용을 미리 마련하고 본격적인 취업 준비에 들어가는 '취업 준비 준비생'이라는 최악 취업난이 낳은 서글픈 현실을 보여주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자격증 많아야 유리... 하나 준비 하는데 30만원은 기본"

취업 준비생들이 비용적으로 가장 큰 부담을 느끼는 부분은 자격증 시험이다.

단순히 자격증 시험 접수 비용 뿐만 아니라 교재비, 학원비, 교통비 등 자격증 하나를 준비하는데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

박예지(27)씨는 "요즘 취업시장이 어렵다 보니 취업 준비생들의 스펙이 상향 평준화 돼서 자격증이 없으면 필기 시험 기회조차 얻기 힘들다"며 "이제 자격증은 취업 준비생이라면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요건"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학 시험의 경우 만료 시기도 짧아서 다시 공부하려면 매번 바뀌는 시험 트렌드에 맞춰 교재를 새로 구매하거나 학원을 다녀야 해서 큰 비용이 든다"고 하소연했다.

최근에 토익 시험 응시료가 4만4500원에서 4만8000원으로 올랐다.

취업 준비생이라면 대부분 취득하는 토익 스피킹 시험도 응시료가 7만7000원이고 오픽의 경우 7만8100원으로 많은 취업 준비생들이 비용에 큰 부담을 느끼는 시험이다.

석혜원(25)씨는 "대부분의 어학 및 자격증 시험을 보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5만~10만원 상당의 비용이 들어간다"며 "응시료 뿐만 아니라 교재비와 인강비 또는 학원비까지 포함하면 한 시험을 준비하는 데 30만원은 기본"이라고 말했다.

석씨는 현재 영양사를 준비하고 있어 취업 준비에 필수적인 자격증을 따는 데 100만원 가량 썼다.

그는 "영양사 지원을 위해서는 조리사 자격증이 필수라 학과 친구들 대부분이 많은 비용을 투자하고 있다"며 "도구부터 복장, 학원비, 교통비까지 포함해서 거의 100만원 상당의 비용이 들어갔다"고 말했다.

인천국제공항공사 자격증 우대가점 리스트 (사진=인천국제공항공사 채용공고 캡처)


공기업의 경우 지원 자격 요건으로 공인어학성적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고 가산점을 주는 자격증 리스트도 따로 있어 공기업 취업 준비생의 경우 많은 시간과 비용을 자격증을 취득하는데 투자한다.

사람인 설문조사에 따르면 취업 준비를 위해 비용을 들이는 부분은 '자격증 취득(70.4%, 복수응답)', '필기시험 및 강의 교재 구입(40.2%)', 'TOEIC 등 공인 어학점수 취득(33.%)' 순이었다.

 

취업 준비에 경제력 큰 영향... "박탈감 느껴"

점점 취업 준비 비용이 늘어나면서 아르바이트로 취업준비 비용을 벌어야하는 청년들에겐 취업문턱이 더 높아질 수 밖에 없다.

김나라(25)씨는 "20살 때부터 아르바이트를 계속 했는데 집안 경제력이 좋은 친구들은 돈 걱정 없이 취업 준비를 하니까 그만큼 시간과 에너지도 생기고 준비할 때도 훨씬 수월해 보였다"아르바이트를 하면 시간도 뺏기고 체력 소모가 심해 취업 준비에 매진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박씨(27)도 "취업 준비를 하면서 경제적인 스트레스가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데 가끔은 그냥 하던 걸 포기하고 눈높이를 낮춰서 취업할까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며 "좀 더 넉넉한 환경이었다면 더 큰 꿈에 도전하는 데 망설임이 적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사람인)


실제로 사람인에서 구직자 2122명을 대상으로 '취업 준비와 경제력'에 대해 조사한 결과 81.9%가 경제력이  취업 성공에 영향을 미친다고 답했다.

경제력이 취업에 영향을 미친다고 느끼는 순간으로는 '경제적인 부담으로 취업 목표를 낮춰야 할 때(47%, 복수응답)', '비용이 부담스러워 필요한 취업 준비를 포기해야 할 때(38.1%)', '부유한 환경에서 빠르게 취업하는 사람을 볼 때(35.8%)'순으로 비중을 차지했다.

특히 응답자 중 71.5%는 경제적인 부담 없이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 경험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염혜미(25)씨는 "원래 공인회계사시험(CPA)을 준비하려고 했으나 시험 준비 기간 동안 필요한 생활비와 학원비를 감당하기 힘들어 포기했다"며 "돈 걱정 없이 하고 싶은 것을 시작할 수 있는 친구들을 보면 부러웠다"고 털어놨다.

 

취업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 때문... "정책 수요자의 입장에서 생각해야"

부모의 경제력이 취업준비, 그리고 결과적으로 구직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취업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한나 목포대 경제학과 교수는 "일자리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여러 인적 자본 투자가 필요한데 결국 부모의 경제력이 취업 준비생간의 격차를 낳고 있다"며 "개인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도록 공공취업서비스의 강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승윤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취업 준비를 하는 청년들은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기 때문에 통계 상에 '취업 상태'로 집계가 되고, 제도적으로 이 청년들을 지원해주기 어려워진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정책 수요자인 취업 준비생에게 필요한 영역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며 "직무 교육도 훨씬 다양하게 제공되어야 하고 개인이 떠안아야 할 취업 준비 비용 부담을 덜어주는 방향의 공공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스냅타임 공예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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