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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나물 더 달래서 줬더니…"콩나물이 너무 많아요" 별점테러

최근 한 SNS를 통해 확산된 배달 플랫폼 리뷰가 화제가 됐다. 해당 글에 따르면 고객 A씨는 M 아구찜 전문점에서 주문하며 "콩나물을 좋아하는데 콩나물 양이 조금 적어서 (아쉽다) 그래도 맛있다"는 리뷰를 남기며 '배달의 민족' 어플리케이션(앱) 평가에 별 5점 만점에 4점을 남겼다.

점주는 "맛있게 드셨는데 콩나물 때문에 별 한점 (깎였다)...가슴이 쓰려온다"며"요청사항에 콩나물 많이 달라고 하시면 그냥 더 넣어드리겠다"는 답변을 남겼다.

이후 A씨는 같은 매장에서 음식을 재주문 한 후 이번엔 별 2개 짜리 리뷰를 남겼다. A씨는 "1인분은 처음 시켰는데 콩나물 먹은 기억밖에 없다"는 혹평을 썼다.

점주는 "요청사항에 콩나물 많이 달라고 하셔서 일부러 더 챙겨드린 것인데 어찌 이리 악의적으로 리뷰를 남기시냐"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점주는 "죄송한 말씀이지만, 앞으로는 저희 가게를 이용하지 말아달라"며 "손님 입맛에 맞춰드릴 자신이 없다"고 글을 남겼다.

배달 플랫폼을 통해 주문한 음식에 평가를 남기는 ‘리뷰’의 역기능을 두고 논란이다. 다른 소비자들에게 보다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도입한 리뷰 제도를 악용해 과도한 요구를 하거나 악의적 비방을 남기는 이른바 ‘리뷰 갑질’에 업주들이 몸살을 앓고 있다.

전문가들은 소비자의 권리의식이 왜곡된 측면이 있다며 시장에서 '나쁜 평가자'를 규제할 방안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많이 달래서 많이 주니 왜이렇게 많이 주냐고 항의 

온라인에서는 '니들은 자영업 하지 마라' 라는 제목으로 자영업자가 받은 주문·리뷰 모음글이 올라온다.  납득하기 힘든 리뷰로 피해를 본 사례는 비일비재하다.

한 횟집의 배달 음식 리뷰에는 "무순 많이 달라고 했더니 저걸 통째로 주시면 어떡하냐. 너무 성의 없는 것 같아 보인다"며 "사다먹으란 소리 같이 느껴진다. 그것 때문에 별 하나 뺀다"는 리뷰를 남긴 사례가 등장해 논란이 됐다.

이처럼 어이없는 리뷰에도 해당 점주는 "다음부터는 고객님의 요청에 좀 더 성의껏 보내드리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납득하기 힘든 악성리뷰를 반복적, 상습적으로 올려 점주들을 황당하게 하는 사람도 있다.

최근 SNS에서는 배달의 민족 앱에서 가게마다 습관적으로 악성리뷰를 다는 이용자 사례가  공유돼 공분을 샀다.

B씨는 수 개월에 걸쳐 각기 다른 음식점에 "30분쯤 있다가 바로 토했다" "배탈나서 화장실 늘락날락 거리고 있다" "한 시간쯤 지나니 복통 시작됐다"는 글을 남겼다. 한 게시글에는 "진단서를 끊어서 매장에 손해배상을 청구해야 할 판이다"라는 협박성 내용까지 담았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리뷰를 좋게 써주겠다며  과도한 서비스를 요구하거나 우선 배달을 요구하는 사례도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앞서 지난달 3일에는 한 이용자가 배달앱을 이용해 초밥집에서 음식을 주문하며 "너무 배고파요. 연어 초밥 4P(4개)만 더 부탁해요. 리뷰 예쁘게 잘 올리겠습니다. 그리고 묶음배송금지 꼭 바로오세요. 배달시간 계산합니다. 묶어서 오면 반품해요"라고 요구한 사실이 알려져 고객 갑질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자영업자 10명 중 6명 "'리뷰 갑질' 경험"...'사이버 폭력' 지적도 

코로나19 사태 이후 배달 주문이 늘고, 별점에 따라 매장 매출이 큰 영향을 받기 때문에 업주들은 별점 하나에도 전전긍긍한다.

정의당 6411민생특별위원회와 정의정책연구소가 발표한 '배달앱 이용 실태 조사'에 따르면 서울, 경기, 인천지역의 배달앱 이용 자영업자 중 별점테러나 악성댓글을 경험했다는 비율이 63.3%로 10명 중 6명이나 됐다. 또한 리뷰가 매출에 영향을 준다는 응답은 74.3%에 달했다.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와 경제민주화실현전국네트워크, 전국가맹점주협의회 등 회원들이 22일 오전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쿠팡이츠 등 음식 배달앱의 리뷰·별점 제도가 블랙컨슈머(악의적 소비자)를 양산하고 있다며 이를 규탄하고 있다. 이들은 배달앱 측이 점주의 방어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사진=연합뉴스)


 

전문가 "소비자는 왕 아냐"...법적 처벌도 가능

전문가들은 소비자들의 권리의식이 왜곡된 영향이라며 플랫폼 차원에서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손님이 왕이다'라는 말이 있지만 실제 소비자의 권리는 무한하지 않다"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화폐에 대한 대가가 충분하지 않다고 여겼을 때 느낀 부정적 구전(소비자들 사이에서 대화를 통해 제품, 서비스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는 것) 을 평균 5명에게 퍼뜨린다는 연구가 있다"며 "그러나 온라인 환경에서는 글 하나만 올려도 무제한으로 확산되는 것을 보고 더 자극적으로 리뷰를 쓰게 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플랫폼에서 리뷰 작성 시 주의사항을 안내해 소비자 권리 교육을 시행해야 하고, 나아가 점주와 고객이 상호간 평가를 남길 수 있도록 해 나쁜 평가자를 시장에서 규제할 수 있는 방안을 고려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악의적인 리뷰는 법적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리뷰 작성자도 신중해야 한다는 경고도 나왔다.

노윤호 법무법인 사월 대표변호사는 "리뷰 갑질 중 과도한 비방은 표현에 따라 다르지만 모욕죄, 명예훼손죄로 처벌이 가능하다" 또한 "허위사실을 작성하거나, 리뷰를 읽는 소비자를 속이는 식으로 리뷰를 작성해 업무를 방해한 경우 업무방해죄로 처벌 받을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노 변호사는 "반면 배달 플랫폼에서 또다른 고객이라 할 수 있는 점주를 보호할 장치는 미비한 실정"이라며 "대법원 판례를 적용해본다면 배달 플랫폼에서 점주들이 리뷰를 삭제, 차단을 플랫폼에 요청했을 시 최소한 요청 받은 리뷰에 대해서는 모니터링을 해서 삭제, 블라인드 처리를 할 의무가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와 국회 차원에서도 지난 6월 알려진 일명 '새우튀김 갑질 사건'으로 분식점 점주가 사망한 사건 이후로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대응에 나섰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달 11일 플랫폼 서비스의 리뷰·별점제도 개선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플랫폼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업자의 피해를 방지하고, 이용자의 선택권을 보장하는 등 모든 이용자를 촘촘하게 보호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배진교 정의당 의원은 배달앱 업체의 책임성을 강화하자는 취지의 전자상거래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법안에는 플랫폼 업체가 리뷰 및 배열 순위, 추천수 등을 인위적으로 조작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노 변호사는 "사후적으로 삭제, 처리하고 책임을 묻는 것도 필요하지만 보다 근본적으로 이를 예방할 수 있는 제도와 법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스냅타임 이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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