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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 좀 빼라" 5만원 "애 낳아야지" 50만원…잔소리는 유료입니다

매년 명절이면 유행하던 잔소리 메뉴판이 진화했다. 아예 입고 나갈 수 있게 티셔츠에 인쇄해 판매되고 있다. 가격은 2만 4900원이다.

온라인에서 떠돌던 잔소리 메뉴판을 등판에 인쇄한 제품이다. 앞면에는 '제 걱정은 유료이니 값을 지불하고 해주세요'라는 글귀가 선명한 고딕체로 박혀 있다. 실제 판매되는 제품이다.



아이디어스에서 판매중인 프라이비티의 '잔소리 메뉴판 명절 수금용' 티셔츠. 2만 4900원으로 할인판매중이다. (사진=프라이비티)



가격은 잔소리로 인해 느끼는 스트레스량에 따라 올라간다.

고3이나 재수생용인 '대학 어디 가려고 생각 중이니'는  5만원이다.  '살은 언제 뺄래'도 5만원이다.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군대 언제 가', '취업준비는 잘 되고 있니',  '연봉은 얼마나 되니'는 10만원이다. '슬슬 결혼해야 하지 않겠니'가 25만원이다.

가장 비싼 잔소리는 '애는 언제 낳을거니'와 '둘은 낳아야 안외롭지'로 각각 50만원이다. 출산과 육아에 대한 부담을 반영한 가격이다.

실제 판매 여부와 관계없이 잔소리 메뉴판 티셔츠가 화제가 되는 이유는 명확하다. 명절이면 의례적이든 걱정되서는 쏟아지는 근황에 대한 질문과 잔소리에 대한 부담 때문이다.

구인구직 매칭 플랫폼 사람인이 추석을 앞두고 성인남녀 303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명절 스트레스 여부’에 대한 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40.2%가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답했다.

명절 스트레스를 받는 이유에 대해  비혼자의 경우 ‘잔소리가 듣기 싫다’(52.7%·복수응답), ‘개인사에 대한 지나친 관심이 부담돼서’(47.8%)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박한결(가명·24)씨는 “코로나 이후 다 같이 모이지 않으니 비교당하지 않아서 좋다. 지금은 전화로 서로 안부인사만 물으면 돼서 편하다"고 말했다.

어른들의 입장은 다르다.  민숙자(가명·76)씨는 "자주 만나지 못해 소식을 몰라 잘 살고 있는지 궁금해서 물어보는거다 잔소리가 아닌 안부"라고 말했다.  정선하(가명·54)씨는 "왜 잔소리로 받아들이는 거냐. 뭐라도 도움을 줄 수 있을까 해서 물어보는 것"이라고 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하지현 건국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잔소리는 ‘관심’"이라고 설명했다. 오랫만에 만난 일가친척에 대한 관심을 표명하는 방식이라는 것이다. 평소에 왕래가 잦았다면 기분이 상하지 않을 대화 소재를 찾을 수 있지만 1년에 한두번 만나는 상황에서는 관심을 표명하는 대화내용이 제한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하 교수는 “상대방의 삶의 디테일에 대해 모르기 때문에 그냥 연령대별로 중요한 얘기를 꺼내는 것"이라며 "어르신과 기성세대도 마음속으로는 취업·결혼 등 다 해야 한다는 건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뭐라고 말을 붙여야 할지 애매해서 잔소리로 느껴지는 말을 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 교수는 "인생에 관여하거나 평가하려는 게 아니라 오랫만에 만나 특별히 할 얘기가 없어서 꺼내는구나 하는 마음으로 로 편하게 답하면 된다. 과도하게 스트레스를 받을 일은 아니다"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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