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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견은 키우기 어렵다?…"펫샵 견은 쉬운가요"

"유기견은 트라우마가 있어서 키우기 어렵다는 등의 선입견을 가진 사람들을 다수 보았지만 대부분 유기견을 실제로 입양한 적이 없는 사람들이었다. 막상 키워보면 다른 반려견들과 별반 차이가 없어서, 딱히 유기견이라는 이유로 어려움을 겪은 적은 없다."

유기견을 반려견으로 입양한지 9년 된 백지원씨(가명)은 "유기견은 키우기 어렵다"는 방송인 김희철의 발언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김희철은 지난 달 26일 방송된 JTBC '개취존중 여행배틀-펫키지(이하 펫키지)에서 “유기견을 키운다는 게 진짜 대단한 것 같다. 솔직히 강아지를 키우는 진짜 전문가들은 초보 애견인에게 유기견을 절대 추천하지 않는다. 유기견은 한번 상처를 받아 사람한테 적응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말해 논란을 빚었다.

김희철의 발언이후 온라인상에서 “섣부른 유기견 입양은 지양해야 맞다”라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논란이 확산했다.

네이버 기사 댓글 캡처 (사진=박서윤)


여러 동물 보호단체들은 이같은 발언이 유기견에 대한 편견을 확산시키고 펫샵 소비를 조장한다고 비난했다.

김희철은 같은 달 30일, 생방송 플랫폼 트위치 라이브 방송에서 “유기견을 키우는 게 어렵다는 말이 펫샵에서 사라는 뜻이 아니다”라며 “유기견은 이미 한 번 버려져서 상처가 큰 강아지라 초보자 분들이 키우기 정말 쉽지 않다. 사랑으로 보듬어준다는 것은 예쁜 마음이지만 사랑만으로만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해명 아닌 해명과 함께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

이어 그는 "이걸 어떻게 그렇게 꼬아서 듣냐"라고 불편한 심경을 토로했다.

그러나 김희철의 이같은 발언은 전체 반려동물 가구 중 유기동물 입양 가구가 여전히 4.8%에 불과한 상황에서 유기견 입양 확대 노력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백 씨는 "매체에 잘 알려진 강형욱 훈련사, 설채현 수의사만 봐도 '사지 말고 입양'하는 것을 권하고 있는데 어느 전문가가 유기견을 키우기 ‘어렵다’는 이유로 입양을 추천하지 않았는지 궁금하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사지말고 입양하자 흐름 역행 지적도 

”’출신‘에 따라 돌봄의 난이도가 달라지지 않아요. TV프로 '세상의 나쁜 개는 없다'에 등장하는 문제견을 보더라도 펫샵에서 데려왔는지, 유기동물인지를 기준으로 문제행동이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

인스타그램에서 ’두푸딩언니’란 이름으로 8년째  유기동물 구조활동을 하고 있는 이은혜 (가명)씨는 유기견에 대한 편견에 대해 이렇게 지적했다.

이어 ”유기동물들은 품종, 나이, 성격이 모두 다양하다. ‘키우기 어렵다’는 말로 이들을 획일화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라고 강조하며 ”지금까지 만난 유기견들은 오히려 더 예쁨받고 싶어해서 애착 관계가 잘 형성되는 아이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2010년도부터 약 10년간 진행된 '사지말고 입양하자' 캠페인은 펫샵 소비를 지양하고 유기동물을 입양하자는 취지로 이효리, 조승우, 엄정화 등 여러 연예인들이 동참하며 유기동물에 대한 편견을 바꿔나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백 씨 역시 방송에서 가수 이효리의 반려견 순심이를 본 이후 유기견 입양을 결심했다고 했다.

동물보호단체 카라의 관계자는  "'유명인이 전문가들은 절대 유기견을 추천하지 않는다'는 발언으로 유기동물에 대한 편견을 확산할 수 있다. 아무리 ‘좋은 의도’라고 해도 해당 발언은 여전히 유기견에 대한 잘못된 일반화와 편견을 근거로 했기때문에 그 점을 지적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반려견 전문가 유기견 키우기 어렵다...사실 아냐

그럼 김희철의 발언대로 유기견은 실제로 다른 반려견에 비해 키우기 어려울까. 견생연구소 AEO의 대표 김충수 반려견 훈련사는 그렇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김충수 훈련사가 유기견과 교감하는 모습 (사진=김충수 제공)


김 훈련사는 "펫샵에서 구매한 강아지는 쉽게 키우냐"고' 되물으며 "유기견이라고 해서, 또는 펫샵에서 구매를 했다고 해서 보호자의 노력차이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 행동교정 의뢰가 들어오는 강아지들의 대부분은 펫샵 출신이다. 어린 강아지를 구매해서 처음부터 키우는 것 또한 결코 쉽지 않다는 증거"라며 "어떤 경로든 새로운 가족을 맞이하기 전, 내가 얼마나 준비를 잘 했느냐에 따라 반려견을 수월하게 돌볼 수 있을지 결정이 된다"고 강조했다.

김 훈련사는 이런 선입견은 유기견이라는 용어 자체의 문제점에서 비롯된다고 지적했다. 유기견이라는 단어는 '버림받았다'이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 훈련사는 며 "‘유기견’ 이라는 단어가 우리 사회의 편견을 만드는 것 같다"며 "유기동물의 대체어가 생겼으면 한다"고 말했다. 

/ 스냅타임 박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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