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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 열어봐" "집 앞이야 나와"…다툼 아닌 폭력입니다

"사귀는 거 왜 소문내"

최근 자신과 연인관계임을 주변에 알렸다는 이유로 여자친구를 폭행해 숨지게 한 사건이 세간에 알려지면서 국민들의 공분을 샀다.

피해자의 어머니가 올린 청원이다. 현재 30만명이 넘는 사람들의 동의를 받았다. 청와대에서 국민청원에 대한 공식 답변을 주는 기준은 20만명이다.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캡처)


피해자의 어머니는 직접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글을 올려 가해자에 대한 엄정 수사와 또다른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데이트폭력가중처벌법' 신설을 촉구하면서 이번 사건으로 관련 법 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017년부터 법 제정 움직임 있었지만...4년째 제자리걸음  

데이트 폭력은 우리 사회에서 지속적으로 문제가 돼왔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지난해 11월 부산 덕천 지하상가에서 여자친구가 휴대전화를 보여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다툼을 벌이다 남성이 바닥에 쓰러진 여성의 머리를 휴대전화로 내리치고 발로 걷어차는 모습이 CCTV에 그대로 찍혀 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줬다.

2019년에는 유명 BJ가 여자친구를 상습적으로 폭행해 얼굴 등에 전치 8주의 부상을 입혔다. 피해 여성은 한 방송사의 다큐 프로그램에서 이 남성이 자신에게 칼을 들이댄 적도 있다고 털어놨다.

실제로 경찰청에 따르면 데이트 폭력 신고 건수는 2017년 1만4136건, 2018년 1만8671건, 2019년 1만9940건으로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2016년부터 2020년 8월까지 데이트 폭력으로 검거된 인원만 총 4만 4885명에 달한다.









2018년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이 경기도의 만 19∼69세 성인 남녀 1천5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실태조사도 전체 응답자의 54.9%가 최소 1번 이상 폭력(신체·언어·성적 등)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데이트 폭력은 주로 폭행·상해, 체포·감금·협박, 성폭력, 살인 등의 형태로 나타난다. 이 중 2020년 8월 기준 폭행·상해가 63.7%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현재 데이트 폭력만을 처벌하는 법은 따로 없어 데이트 폭력 과정에서 발생한 범죄 유형에 따라 형법 등으로 처벌한다.

문제는 데이트 폭력 범죄 유형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폭행의 경우 형법에서 피해자가 가해자의 처벌을 원치 않을 경우 처벌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라는 점이다.

데이트 폭력은 친밀한 관계 내에서 이루어지는 범죄여서 가해자가 피해자의 집 주소 및 인적사항, 주변 지인 등을 아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신고를 하더라도 피해자가 가해자의 보복, 지인들의 설득 등으로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밝혀 가해자가 처벌을 피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가정폭력 사건이 발생하면 경찰 직권으로 위와 같은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사진=광주경찰청)


처벌을 피하더라도 데이트 폭력 피해자는 가해자에게 접근금지 가처분 신청이 가능하다. 하지만 접근금지 조치가 떨어지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가정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별법(가정폭력처벌법)처럼 법적으로 피해자 보호를 규정하고 있는 경우에는 경찰 직권으로 접근금지 조치가 가능하지만 데이트 폭력의 경우 따로 관련된 규정이 없어 법원에 신청해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2017년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가정폭력처벌법에 데이트 폭력 범죄를 추가하는 일부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피해자와 가해자의 결혼 여부의 차이만 있을 뿐 가정폭력과 기본적으로 유사한 측면이 있는데 데이트 폭력 범죄를 예방하고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방안은 없다는 것이 제안 이유다.

특별법을 따로 제정해 데이트 폭력을 가중처벌하려는 움직임도 꾸준히 있었다.  2017년 표창원 전 의원은 '데이트 폭력 등 관계집착 폭력행위 방지 및 피해자보호법'을 대표 발의했다. 데이트 폭력 피해자를 사전에 보호하고 가해행위가 더욱 심각한 범죄로 이어지는 것을 방지하자는 취지였다.

윤영석 국민의힘 의원도 최근 유사한 내용을 담은 '데이트폭력등 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현재 폐기되지 않고 국회에 계류 중인 법안은 윤 의원 법안이 유일하지만 이마저도 소관 상임위인 여성가족위원회 문턱조차 넘지 못한 상태다.

데이트 폭력 사건 피해자와 가해자 분리가 우선 

전문가는 데이트 폭력 사건은 특성상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하기 위한 조치가 우선돼야 한다는 점에서 별도의 특별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법률사무소 오페스 송혜미 대표 변호사는 "데이트 폭력은 일반 형사법으로 처벌하고 있기 때문에 큰 일이 발생할 때를 기다렸다가 고소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송 변호사는 "데이트 폭력 사건도 일반 형사법에 따라 피해자 보호조치를 할 수밖에 없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폭행의 수위가 높아야 하고 긴급한 부분이 있어야 된다"며 "민사적으로 접근금지 가처분 신청은 할 수 있지만 아무리 빨라도 2개월은 걸리고 데이트 폭력 신고가 들어오면 일반 폭행 사건을 처리하듯 당사자 모두의 얘기를 들어보고 조정하는 정도로 처리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정폭력처벌법을 개정해 적용 대상에 연인도 포함시키는 방안도 없는 것보다 낫겠지만 데이트 폭력의 경우 가해자가 피해자의 집이나 회사 등 인적사항을 알고 있고 스토킹이나 이별 후 보복이 일어나는 특성이 있는 만큼 이를 감안해 데이트 폭력만을 처벌하는 법안을 따로 만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데이트 폭력을 법의 테두리 안에서 처벌하기 위해서는 고려해야할 사안이 많다고 지적한다.

박현정 조선대학교 공공인재법무학과 교수는 "법률의 제·개정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데이트 폭력의 정의와 범위를 명확히 하여야 한다"며 "뿐만 아니라 데이트 폭력의 전조증상의 하나인 간섭, 휴대폰 감시 등과 같은 통제를 형사제재의 대상에 포함시킬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어 "연인 간 애정 표현의 방식이 데이트 폭력에서의 가해자가 피해자를 통제하기 위한 폭력 방식과 명확히 구분되지 않는 것 또한 법을 제정하는 데 있어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데이트 폭력은 사회적 통제에서 시작해 강력 범죄로 진화하는 특성이 있는데 특히 사회적 통제의 경우 연인 간 사랑표현과 폭력의 경계가 불분명한 탓에 피해자가 이를 데이트 폭력으로 인지하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사회적 통제에서부터 강력한 제재에 이르기까지 단계별 제재의 규정이 필요하며 현행법상 사회적 통제를 제재의 대상으로 보기 어렵기 때문에 직접적인 형사제재가 아닌 별도의 경고조치와 피해자 보호를 위한 매뉴얼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 스냅타임 공예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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