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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어떻게 '메갈'이 되고 '한남'이 됐나

"한남들은 교육에 실패함. 나라 망하고 싶지 않으면 지금 어린애들이라도 교육 잘 시켜야 됨" (여초 온라인 커뮤니티 글)

"개극혐이다 걸캔두(Girls can do anything) 옷 입고 컵에도 페미문구 .. 패고 싶다" (남초 온라인 커뮤니티 글)

타성에 대한 노골적 혐오와 근거없는 비방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흔히 접할 수 있다. 남성끼리, 여성끼리 모인 커뮤니티에서 오가는 이같은 혐오 발언은 남여간 성대결을 부추기고 타성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고착화한다.

이러한 인식 차이를 바탕으로 온라인에서는 자극적인 혐오 발언이 재생산됐다. 여성들이 주로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댓글창은 온통 방구석 도태남 뿐이다" "길거리 밥줘충만 보면 피가 싹 마른다" 류의 댓글이 달렸다.

반면 남초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직장 내 페미 성향 가진 애 있으면 짜증나고 역겹다" "(여자들이) 낙태 생존자라고? 페미는 정신병이다" 라는 글들이 올라온다.

이처럼 2030세대는 넘을 수 없는 벽을 사이에 두고  상호 비방전을 벌이고 있다. 무엇이 그들을 '한남'과 '메갈'로 만들었는지 20대 남녀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봤다.

(사진=이미지투데이)


男·女  모두 "내가 성차별 피해자"

2030세대 남성은 남성대로, 여성은 여성대로 성차별을 당한다고 생각한다.  MZ세대 남성 절반은 이 사회가 남성에게 불평등하고 믿는다.  여성은 비율이 좀 더 높다. 75%에 육박한다.

여성정책연구원이 만 19세~34세 청년 657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남성 51.7%는 '우리 사회가 남성에게 불평등하다고 느낀다'고 응답한 반면 여성 74.6%는 '우리사회가 여성에게 불평등하다고 느낀다'고 응답했다.

실제로 스냅타임팀이 인터뷰한 20대 남녀는 각자의 경험을 근거로 페미니즘에 대해 명확한 인식차이를 보였다. 각자가 처한 현실에 대한 인식이 평행선을 그리고 있는 탓에 갈등은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공전했다.

대학원생인 류태훈씨(29·남)는 남여간 생물학적 차이가 사회적 역할 차이로 나타날 뿐 이를 성차별로 규정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믿는다.

류씨는 "여성은 대체적으로 공감능력이 높고 언어 쪽에 강점이 있기 때문에 그에 맞는 역할이 있는 것이고 남성은 이공계 같은 기술 진보에 도움되는 것들에 강하기 때문에 사회가 더 보상을 많이 할 뿐"이라며 "여성과 남성은 생물학적으로 다르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나타나는 현상인 만큼 성차별이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생물학적인 차이 때문에 성별에 따른 역할이 정해진 것"이라며 "만일 이를 바꾸고 싶다면 능력을 키우고 성실하게 노력해 사회를 직접 바꿀 수 있는 곳까지 올라가야 한다"고 말했다.

직장인 오모씨(28·남)는 "과거에는 여성에 대한 차별이 존재했지만 현재는 오히려 남성에 대한 제도적 차별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그는"과거엔 여성의 사회진출을 막았지만 현재는 그러한 제약이 사라졌다. 약대나 로스쿨에 여성 몫을 따로 배정하고 여성만을 위한 취업 패키지를 지원하는 등 현재는 오히려 제도적으로 여성들에게만 더 많은 기회를 주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오씨는 "성차별이라는 이유로 군복무에 따른 가산점 제도는 사라진 반면 회사에서는 '군대 다녀왔으니 잘하겠네'라며 더 힘든 일을 맡긴다"며 "이런게 역차별 아니냐"고 반문했다.

반면 여성들은 교육기회 등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차별은 과거에 비해 많이 사라진 것은 사실이지만 보이지 않는 차별은 여전히 남아 있다고 입을 모은다.

취업준비생인 김모씨(24·여)는 "업무에 있어서 여성과 남성의 능력이나 성과에 큰 차이가 없다고 생각하는데 기업에서는 아직까지 남성을 더 선호한다"며 "인턴으로 일하던 중 인사 결정권자가 '솔직히 같은 값이면 여자보단 남자를 뽑는 게 낫다'는 말을 듣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김씨는 "실제 업무 능력에 차이가 없음에도 여전히 '남자가 일을 더 잘할 것'이란 고정관념 탓에 취업시 차별을 받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이현(27·여)씨는 대학시절 교환학생을 준비하다 황당한 경험을 했다.  집안 어른중 한분이 '외국 나갔다 온 여자는 결혼을 못하니 결혼부터 하고 다녀오라'고 한 것이다.  심지어 '여자가 젊을 때 아이를 낳아야 아이가 건강하다'는 말도 들었다고 했다.

최씨는 "'외국에 나가는 여성은 문란한 생활을 할 것이다' '여자는 건강한 아이를 낳는 것이 삶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다' 등의 복합적인 여성혐오가 담긴 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페미니즘은 변질돼" vs "인권 운동의 형태는 다양"

페미니즘에 대한 의견도 극단적으로 엇갈린다.  페미니즘에 부정적인 남성들은 여성들이 과격한 방식으로 원하는 것을 관철하려고 하고 상식적인 선을 넘는 권리를 주장하기 때문에 반감을 가질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박병준씨(26·남)는 "원래 페미니즘은 여성 인권 향상이 목적인데 현재 한국사회에서는 페미니즘이 변질됐다"며 "인권을 말하는 사람들이라면 타인에 대한 배려와 설득, 도덕적인 선을 추구해야 할텐데 현재 페미니즘은 남성들을 배제하고 여자들이 세상을 지배하자는 식이다"고 주장했다.

안티페미니즘 단체인 신남성연대 지지자인 박씨는 신남성연대는 반여성주의와 반페미니즘에 명확한 차이를 두고 있다고 반여성주의에 해당하는 여성혐오성 발언을 멀리하며 오로지 현재의 페미니즘 방식에만 문제를 삼을 뿐이라고 목소를 높였다.

박씨는 "페미니즘을 지지하는 여성들은 미러링을 한다는 명목으로 괴상한 신조어를 양산해내며 남성혐오를 하는 것을 볼 때 여성인권을 신장을 위해 노력하는 게 아닌 악의에 찬 이기주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홍두표씨(26·남)는 "현재 페미니즘 운동은 오염됐다. 극단적인 페미니스트들이 쏟아내는 메시지가 어느새 페미니즘 운동의 상징이 됐다"며 "이런 극단적인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페미니즘 운동의 헤게모니를 쥐게 되면서 페미니즘 운동이 남녀갈등을 야기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페미니즘을 옹호하는 여성들은 페미니즘은 여성우월주의가 아니라 불평등을 바로잡기 위한 운동이고 인권 운동의 방식에는 다양한 형태가 있는 만큼 '과격하다'는 등의 주관적 평가로 가치를 판단할 일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취업준비생인 조해민씨(28·여)는 "우리가 남성들보다 더 위에 있어야 되고 임금도 더 많이 받고 일자리도 훨씬 많아야 된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지금까지 불평등했던 것을 바로잡고 남녀 모두 평등한 대우를 받도록 하자는 것인데 이게 비난받을 일인가"라고 반문했다.

조씨는 "젠더갈등은 여성들이 페미니즘을 주장하니 남성들은 군대문제 등을 끌고와 이거야말로 남녀차별이 아니냐며 억지 주장을 하고 페미니즘을 여성우월주의라고 폄훼하면서 생긴 문제"라고 주장했다.

김모씨(25·여)도 "남성들은 그들이 원하는 페미니즘 운동의 형태를 규정하고 그 틀에서 벗어나면 여성우월주의로 치부하면서 갈등이 커졌다"며 "결국 '여성들이 하는 페미니즘 운동은 이래야 돼'라고 규정짓는 것 자체가 뿌리깊은 성차별 인식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인권 운동에는 다양한 형태가 있고, 남성 중심의 이데올로기에 저항하는 것이 페미니즘인데 남성들의 입맛에 맞춰 고분고분하게 여성 권리 신장을 외치면 누가 들어주겠냐"고 반문했다.

김씨는 페미니즘이 일정부분 수면 위로 올라온 만큼 과격한 미러링은 별 효과가 없어 보이고 페미니즘의 지속가능성을 생각하면 방향 전환을 고민할 필요는 있다고 했다.

다만 그는 "그들의 기준에서 페미니즘 운동이 이렇다 저렇다 평가하는 건 기득권층의 입맛에 맞춘 운동을 하라는 소리로 밖에 안 들린다"고 선을 그었다.

20대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성대결 양상에 대해 최항섭 국민대 사회학과 교수는  "현재 청년세대 안에서 경쟁은 너무나 치열해지고 있고, 이를 해결하려는 기성세대나 정부의 노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정부에서 양성평등 정책의 기조를 제대로 설립할 필요가 있다"며 "여성들이 고통을 겪은 부분과 동시에 남성들이 겪은 어려움도 똑같이 접근을 해서 정책적으로 배려를 해야한다"고 조언했다.

최 교수는 "페미니즘 운동을 이끌고 있는 여성들 중 기성세대들은 이전에 성차별로 많은 피해를 입은 세대들"이라며 "이들이 자신의 경험들을 토대로 내놓은 슬로건들을 현재의 20대 남성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한 원인"이라고 덧붙였다.

/ 스냅타임 공예은 이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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