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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에도 배달 안해 망할 뻔했지만 원칙 지켰죠”

국내 제로웨이스트 카페 1호점 '얼스어스' 길현희 대표 인터뷰
'번거로운포장법' 실천하며 일회용품 사용 않는 가게 운영해
"지구를 위한 일이 나를 위한 일이라는 마음으로 운영"

길현희 얼스어스 대표 (사진=공예은 기자)

손에 들고 온 빈용기가 없으면 커피 한잔 포장이 어려워 손님을 ‘번거롭게’ 만드는 카페가 있다.  그러나 불편을 감수하고도 이곳에서 판매하는 디저트를 즐기려는 손님들로 주말에는 줄이 길게 늘어선다.

카페 ‘얼스어스’ 메뉴판 (사진=공예은 기자)

‘눈누난나바나나크림치즈케이크’, ‘화가난다화가나맛있어서너무화과요거트케이크’ 등 판매하는 케이크 이름마저 예사롭지 않은 이곳은 일회용품 사용을 거부하는 카페인 ‘얼스어스’다. 이곳에는 다른 카페에서는 필수품인 일회용 플라스틱 컵과 빨대는 물론 냅킨조차 없다.

케이크를 포장해 가려면 다회용기가 필수다. 심지어 손님이 일회용기를 재사용하는 것도 허용하지 않는다. 다회용기가 아니면 아예 포장해 가져갈 수 없다.

얼스어스는 ‘번거로운포장법’이라고 부른다. ‘제로웨이스트’라는 개념이 생소하기만 했던 2017년, 얼스어스는 서울 연남동에서 국내 1호 제로웨이스트 카페라는 간판을 내걸고 문을 열었다.

국내 1호  제로웨이스트 카페 얼스어스, “이렇게까지 주목 받을 줄 몰랐죠”

길현희 얼스어스 대표 (사진=공예은 기자)

‘번거로운포장법’을 실천하고 있는 길현희 대표를 종로구 효자동에 위치한 얼스어스 2호점인 서촌점에서 만났다.

카페를 열기 전부터 환경에 관심이 많았던 길 대표도 처음에는 무포장 카페로 시작했다. 포장을 하려면 일회용품을 써야 하기 때문에 처음에는 포장이 아예 안 되는 카페였다.

그는 “환경에 대한 경각심이 다른 사람에 비해 높았지만 처음부터 지금과 같은 운영방침을 세운 것은 아니고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지금의 ‘번거로운 포장법’을 시행하게 됐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얼스어스는 우리 나라에서 맨 처음으로 생긴 제로웨이스트 카페”며 “가게를 열때만 해도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사례를 찾기 어려웠다”고 돌이켰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카페 내 일회용 플라스틱 컵 규제는 2018년에서야 시작됐다. 얼스어스는 이보다 먼저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해 관련 규제가 도입될 당시 많은 주목을 받았다.

얼스어스의 ‘번거로운포장법’. 케이크 포장을 위해 손님들이 다양한 용기를 가져온다고 한다. (사진=얼스어스 인스타그램)

‘번거로운포장법’은 음식을 포장할 때 다회용기를 들고 가서 받아오는 ‘용기내 챌린지’와 비슷하다.

다소 번거롭지만 얼스어스의 케이크를 포장할 때 만큼은 다회용기를 사용함으로써 환경보호를 실천하는 것이다.

또한 얼스어스는 텀블러 지참 시 2000원을 할인해주고 있다. 보통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텀블러 할인이 300원인 것을 감안했을 때 가게를 운영하는 사람의 입장에선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길 대표는 “원래 얼스어스는 포장이 불가능한 무포장 카페였는데 어떤 손님이 그릇을 가져올테니 거기다 담아달라고 하셔서 지금의 번거로운 포장법이 시작된 것”이라고 전했다.

얼스어스가 생긴 지 얼마 안 됐을 때에는 카페 방침에 반감을 드러내는 손님들도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환경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오히려 격려해주는 손님들이 많아졌다.

그는 “예전에는 포장해줄 수 없다고 하니까 어쩔 수 없이 용기를 들고 오는 분들이 계셨다면 지금은 집에서부터 용기를 들고 와 포장하는 과정 자체를 즐기시는 것 같다”며 “사실 손님들 입장에선 이게 굉장히 번거로운 일인데 귀찮다고 생각하지 않고 지구에 일조한다고 생각하시니 감사할 따름이다”고 말했다.

 

“코로나 시국, 위생 문제 해결책은 일회용품이 아냐”

코로나19 팬데믹이 2년 째 이어지고 있는 현재, 카페 내에서 일회용 컵 사용이 일상이 됐다.

일회용 컵 대신 유리컵이 놓여있는 모습 (사진=공예은 기자)

환경과 위생 사이의 균형점을 찾기 어려운 요즘, 길 대표는 본인이 쓸 다회용기를 챙겨 다니는 게 가장 안전한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가장 안전한 것은 매일 아침 저녁마다 양치를 하듯 본인의 텀블러를 항상 깨끗이 씻어서 갖고 다니는 습관”이라며 “요즘 같은 시국에 일회용으로 모든 것을 다 바꾸기 보단 내가 쓸 거는 내가 챙겨서 가지고 다니는 것이 당연해졌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물론 얼스어스도 일회용품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가게를 운영하다 보면 반드시 일회용 쓰레기가 나오기 마련이다.

이런 상황을 마주할 때마다 길 대표는 최대한 재사용하고 올바른 분리배출 방법을 지키려고 노력한다고 전했다.

그는 “요즘에는 재활용을 넘어 새사용이라는 말도 있다. 예를 들어 다 쓴 우유곽을 깨끗이 씻어 수납 공간으로 만든다던가 그런 식으로 일회용품을 최대한 재사용하고 폐기해야 할 때는 재활용이 잘 되게끔 올바른 분리배출 방법을 익히는 노력들을 한다”고 말했다.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제로웨이스트 방법에 대해 길 대표는 플러스 1을 할 때 마이너스 1을 하는 습관이 가장 중요하다고 전했다. 어떤 것을 구매하기 전에 원래 있던 것을 다 쓸 지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길 대표가 생각하는 친환경에는 갖고 있는 물건을 끝까지 쓰는 것도 포함되기 때문이다.

그는 “새로운 물건을 살 때 내가 가지고 있는 걸 버려야 하는 일이 생기는데 이걸 기부를 할 건지 당근마켓에 팔 건지 등 어떻게 효과적으로 처리할 지에 대한 생각이 필요하다”며 “내가 갖고 있는 것을 잘 쓰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구를 위한 일이 나를 위한 일이라고 생각”

얼스어스 서촌점 전경 (사진=공예은 기자)

모든 자영업자들이 그렇겠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얼스어스도 큰 타격을 입었다.

지난해 11월 수도권 지역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매장 내에서 착석이 불가능했을 때 길 대표는 눈 앞이 깜깜했다며 그때의 심경을 털어놓았다. 특히 얼스어스는 포장할 때 나오는 일회용 쓰레기 때문에 배달 서비스도 하고 있지 않아 더욱 힘들었다고 했다.

그는 “코로나 이후 매출이 확 줄었다”며 “그래서 어떻게 한번 해볼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많은 고민을 했지만 가게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포장이나 배달을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어 속수무책이었다”고 털어놨다.

이런 상황에서도 다회용기를 지참하지 않은 채 멀리서 찾아온 손님을 결국 빈손으로 돌려보낸 적도 적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길 대표는 가게의 정체성을 지켜나가기 위해  일회용품은 사용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끝까지 지켰다. 길 대표는 “카페 이름처럼 지구를 위한 일이 우리를 위한 일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고 겸손해 했다. 얼스어스는 ‘지구’를 뜻하는 earth와 ‘우리’의 목적격인 us가 합쳐져 만들어진 이름이다.

길 대표는 “지구가 병들면 그것이 오롯이 나에게 돌아오기 때문에 내가 피해 받지 않으려고, 나를 위해서  친환경을 실천하는 것”이라고 웃음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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