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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160cm에 허리 30인치면 정상이죠"

[스냅타임 박수빈 기자] 작년 10월, 키 160cm 허리 30인치의 ‘평균 체형 마네킹’이 스파오에 등장하며 SNS를 뜨겁게 달궜다. 한국인 25~34세 남녀 신체 사이즈를 반영한 이 마네킹은 사회가 만든 미적 기준을 흔들어보자는 ‘Shake the frame, Every, Body’를 슬로건으로 진행됐다.

사이즈 차별 없는 마네킹 (사진=이랜드)


이 마네킹을 제작한 사람은 국내 1호 내추럴사이즈 모델 ‘치도’(박이슬 씨). 12월 18일부터 24일까지 일주일간 치도 스튜디오 작업실에서 진행된 <해피 콤플렉스 (Happy Complex)> 전시회를 방문해 그를 비롯한 다양한 작가들의 '바디 포지티브 (Body Positive)'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바디 포지티브란 미국에서 처음 시작된 운동으로 사회가 부여한 이상적인 미적 기준에서 벗어나, 나를 보이는 그대로 사랑하자는 취지를 지닌다.

치도는 몸에 대한 콤플렉스가 많았던 사람으로서 “콤플렉스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라”는 말이 어렵다는 것을 바디 포지티브 활동을 하며 깨달았다고 말했다.

자신의 몸을 사랑하는 것이 누군가에겐 어려운 일임을 알자 “그냥 미워하지 않고, 마주보려는 용기를 가지는 것만으로도 괜찮다”라는 생각을 가지게 됐다. 그리고 이것이 그녀가 말하는 바디 포지티브 프로젝트의 시작이다.

전시회에서 만난 치도 (사진=박수빈 기자)


치도는 "'나 자신을 사랑하세요'라는 말도 중요하지만, 사랑할 수 있게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도 정말 중요하다. 그리고 저는 그런 환경을 만들어 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해피 콤플렉스> 전시는 숨기기에 급급한 콤플렉스를 제대로 마주보고 표현하며 콤플렉스를 바라보는 더 다양한 시각을 경험할 수 있도록 이루어졌다. ‘해피’란 본인을 사랑하지 못하더라도 감내해보려는 마음, 수용하려 용기 내는 과정, 작은 시도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주제로 전시회를 성황리에 마무리했다.

 

건강하고 긍정적인 문화를 만드는 콘텐츠 크리에이터, 치도입니다.”

내추럴 사이즈 모델 치도 (사진=치도 인스타그램)


사회학과를 졸업 해 여성 노인 빈곤 문제, 경력 단절 문제 등 다방면으로 관심이 많은 치도는 ‘건강하고 긍정적인 문화를 만드는 콘텐츠 크리에이터’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현재는 바디 포지티브에 관심을 가지고 사이즈 차별 없는 마네킹, 사이즈 차별 없는 패션쇼, 몸마음살롱 등의 프로젝트를 진행해오며 유튜브와 블로그, 각종 SNS를 운영하고 있다.

그는 “모두가 조금 더 살기 편한 곳. 내 가능성과 나에 대해서 외모로만 평가하지 않는 사회와 문화가 건강한 문화”라고 전했다.

치도는 ‘국내 1호 내추럴 사이즈 모델’이라는 수식어를 지닌다. 모델을 꿈꾸며 한 극심한 다이어트가 섭식장애까지 이어졌고, 반면 플러스 사이즈 모델을 하기에는 사이즈가 작아 불가능하다는 말을 들으며 우울증이 이어졌다.

이에 “여성 사이즈 중 가장 많은 사람이 해당할 것 같은 사이즈의 모델이 있으면 좋지 않을까?”라고 생각해 내추럴 사이즈 모델이 됐다고 말했다.

다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내추럴 사이즈 모델’이라는 말이 사라져야 한다고도 했다. 내추럴이란 기본을 의미하고 모델은 결국 사이즈에 상관 없이 모두 똑같은 모델이기에 이같은 수식어가 사라져야 한다는 것이다.

해피 콤플렉스 전시회 (사진=박수빈 기자)


SNS로 인해 미의 기준이 더욱 각박해지는 요즘 시대에서 치도는 미의 의미에 대해 여전히 끊임없는 고민을 하고 있다고 했다.

"‘우리 모든 사람은 아름답다’와 ‘우리는 아름다울 필요가 없다’의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습니다."

미의 기준은 계속 바뀔 것이고 끝이 없을 것이기에 정확한 정의를 내리기 힘들다는 의미다. 바디 포지티브는 원래 몸, 즉 육체를 바라보는 의미만을 내포한다. 하지만 치도는 그에서 한발 더 나아가 정신도 포지티브해지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특히 그는 최근 명상을 하며 우울증을 많이 이겨냈고, 자신을 사랑하는 것에 있어 용기를 낼 수 있었다고 한다. 명상을 통해 좋고 나쁨에 대한 기준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다양한 역할을 해낼 수 있다고 인식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해피 콤플렉스 전시회의 한 작품 (사진=박수빈 기자)


치도는 어린아이들을 위한 바디 포지티브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100인 인터뷰를 진행해 본 결과 대부분 몸에 대한 콤플렉스와 트라우마가 어린 시절 시작됐다. 좋아하는 사람이나 지인이 쉽게 던진 한마디로부터 생기는 경우가 많았다”며 어린 시절의 바디 포지티브 교육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이에 그들을 위한 동화책 제작을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어린 시절에 학습하는 것이 무엇이냐에 따라 아이들의 고정관념과 생각이 충분히 바뀔 수 있다고도 조언했다.

특히나 미디어에서 살이 있는 사람들에게 기대하는 역할이 한정적이기에 그들도 다양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이들이 “내가 될 수 있는 주인공은 다양하다”고 인식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직 자신의 몸을 완전하게 마주보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치도는 “이미 답을 알고 있지 않으냐. 조금만 용기 내주셨으면 좋겠다. 혼자가 아닌 우리가 옆에 있으니 멋있는 삶을 함께 만들어나가자”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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