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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가부 폐지, 여성보다 이들이 더 아픕니다

[이데일리 김찬미, 신나리, 이연서 인턴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반발 여론에도 불구  “(여가부가) 부처의 역사적 소명을 다 했다”라며 여성가족부(여가부) 폐지를 약속대로 이행했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 


학교 밖 청소년이나 성폭력 피해자 지원과 같은 여가부 특화 사업들의 경우 지속성이 불투명한데다 다른 정책들도 개편 방향성이 모호해 불안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이에 대해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에 관련 기사를 공유하며 "여가부 기능을 폐지하는 것이 아니다. 불안을 부추기지 마시라"라며 여가부가 폐지된다고 해도 기존 사업은 예정대로  추진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대통령직 인수위원장과 부위원장 인선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여가부 폐지에 청소년·한부모 가정·가정폭력 피해자.. “불똥 튈까 겁나”

여가부의 전체 예산을 사업별로 뜯어보면 여성보다는 가족 정책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여성·성평등 예산은 7%에 불과한 반면 가족·청소년 예산은 80%에 달한다. 가장 많은 예산이 투입되는 건 한부모가족과 아이 돌봄 지원 사업이다.

2022년 기준 여가부 예산은 1조 4650억. 그중 약 60%(9063억 원)은 아동양육비 등 한부모 가족과 1인 가구 지원, 아이돌봄 서비스 등 가족 관련 정책에 쓰인다. 나머지 약 20%도 학교 밖 청소년 등 청소년 보호에 배정됐다. 여가부가 집행하는 예산 대부분은 사회적 취약계층을 위해 쓰인다는 얘기다.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거주하는 김지애(가명·19)씨는 여가부에서 청소년 한부모 자립 지원금과 검정고시 준비금으로 매월 50만 원 가량을 지원받고 있다.  김씨는 “여가부가 하는 일이 뭐냐는 이야기를 듣고 황당했다”고 했다. 

그는 “혼자서 3살 아이를 키우며 검정고시까지 준비하고 있다. 여가부 지원 덕에 생활이 가능하다. 여가부가 폐지되면 지원사업도 끊길까봐 걱정"이라며 "아무리 여가부를 대체할 다른 부처가 생긴다고 해도 불안하다 "고 말했다.

양육비와 주거지원을 받고 있는 한부모 가정 이명수(34)씨는 “여가부 폐지를 주장하는 사람들 눈에는 나같은 사람은 보이지도 않는 건지 한숨만 나온다"고 분개했다.  가정폭력 피해자인 한수희(가명·22)씨 또한 “가정폭력에 시달려 죽어가던 나를 도와준 곳이 여가부"라며 "현재도 여가부 지원으로 버티고 있는데 여가부가 사라지면 어떻게 될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지난 1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자신을 강서구 데이트 폭력 사건 피해자라고 밝히며 “여가부가 폐지되면 여가부에서 제공하는 신변보호는 어디서 받아야 하냐”며 여가부 폐지를 막아달라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김은주 한국여성정치연구소 소장은  “ 여가부 사업이 소외 계층, 여성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고 정책에 대한 결과가 대중적으로 부각될 수 있는 내용이 아니다보니 수혜자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 사이에 오해가 생긴 것”고 설명했다.  

◆"여가부 폐지  안돼"… 목소리 키우는 민주당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대위원장이 1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 회의에서 화상으로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 당선인의 여가부 폐지 공약에 대해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대안 없는 성별 갈라치기”라며 반대하고 있어 폐지 실현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지적이다.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대위원장은 “부처의 명칭은 변경할 수 있지만 전면 폐지나 부처 통·폐합 등 고유 기능을 상실하게 하는 것은 결코 동의할 수 없다”라고 밝혔다. 

박 공동비대위원장은 14일 CBS 라디오 ‘한판승부’와 전화 인터뷰에서 “여성가족부가 이름 때문에 그동안 여성을 위한 부서로만 보이는 부분이 있었는데 성평등가족부 등의 명칭으로 변경할 수는 있어 보인다”라며 “무엇보다 우리 사회에 불평등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불평등 이슈를 완화하고 개선해 나가는 부서는 분명히 필요하다”라고 했다.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여가부 폐지론으로 논쟁을 벌이면서 나타나는 일부의 여성 혐오 현상은 사회를 너무 단편적으로 이해하는 것”이라며 “여가부가 있기 때문에 그나마 여성 이슈가 일부 다루어지고 있는 현실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국민의힘 측에서 여가부 폐지를 밀어붙일 수는 있지만 거대 야당이 될 더불어민주당이 여가부 폐지를 반대하고 있기 때문에 여가부가 폐지될 가능성은 희박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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