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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발음이 일상이 된 세상 그래도, 우린 이길 겁니다"



[이데일리 스냅타임 김찬미 인턴기자] “폭격과 폭발은 일상이 됐고 안심하고 길을 걸을 수 없는 세상이 됐어요. 좋아하던 한국어 공부도 더이상 할 수 없게 됐습니다.”

유소냐 (본인제공)


K팝에 빠져 한국어를 배우고, 언젠가는 한국을 방문해 좋아하는 가수들을 직접 만나는 게 꿈이었던 소녀는 지금 전쟁터 한가운데에서 언제 집에 포탄이 날아들지 모른다는 공포와 싸우고 있다. 올해 19살인 우크라이나 소녀 레스키브 소피아다. 한국 이름은 유소냐. 그를 지난 4일 화상을 통해 만났다.

그녀는 현재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 가족과 함께 살고 있으며, 전쟁 전까지만 해도 키이우 국립 언어 대학교에서 한국어를 공부하던 학생이다.

소피아가 한국을 접한 건 4년 전이다. 전세계를 휩쓴 K팝 물결은 우크라이나도 비켜가지 않았다. 소피아는 K팝에 빠진 뒤 한국어 공부를 시작했다고 한다. 소피아는 좋아하는 아이돌 노래를 이해하고 듣고 싶어 한국어 공부를 시작했다고 했다, 그는 “한국을 방문할 날을 기대하며 3년 간 드니프로 세종학당에서 한국어를 공부했고 현재도 대학에서 한국어를 전공하고 있다”며 “가장 좋아하는 아티스트는 NCT”라며 웃었다,


코로나19로 닫힌 국경 문은 열렸지만 소피아에게 한국 방문의 꿈은 오히려 멀어졌다. 러시아가 소피아의 나라인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벌어진 전쟁 때문이다. 소피아는 “한국 방문은 오랜 꿈이었는데 지금은 전쟁 때문에 모든 게 무너졌다”고 했다.


현지의 긴박한 상황은 화상 인터뷰 도중에도 느낄 수 있었다. 소피아와 한창 한국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중에도 폭발음이 생생하게 전해졌다. 소피아는 방금 전 인근에 포탄이 떨어졌다고 담담하게 전했다. 러시아 침공한 지난달 24일 이후 하루 10번씩 울리는 공습 경보 탓에 잠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다고 했다.




소피아는 “포탄은 수시로 날아든다. 새벽에도, 아침에도 저녁에도, 공습경보가 울리면 온 가족이 집 근처 방공호로 대피했다고 경보가 해제된 뒤에 귀가하는 생활을 반복하고 있다. 좁은 곳에 오랜 시간 숨어 있다보니 많은 사람들이 공황 발작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소피아가 인터뷰 도중 보여준 휴대폰 공습경보 알람은 밤낮을 가리지 않았다.

식량문제 또한 키이우 주민들을 힘들게 하고 있다. 소피아는 “빵, 계란, 우유 등 모든 게 부족하다. 빵을 사기 위해 4시간을 줄을 섰지만 결국 구하지 못한 적도 있다. 현재는 다른 나라에서 보내준 구호 품 덕분에 버티고는 있지만 식당이나 빵집이 모두 문을 닫은 상황이어서 얼마나 더 견딜 수 있을 지는 모르겠다”고 전했다.

인터뷰 말미에 소피아는 한국과 한국인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이길 수 없다고 하지만 우리는 이길 수 있습니다. 아니 반드시 이길 겁니다. 전쟁이 하루라도 빨리 끝나길 기도해 주세요. 제가 사랑하는 한국이 응원해준다면 기쁠 겁니다. 우크라이나 만세(Украна вльн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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