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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요즘 청년들 문해력 문제는 ‘언어사용역’에 있다

[이데일리 김혜선 기자] 영상 위주의 콘텐츠를 자주 접하는 젊은 세대의 문해력이 크게 떨어진다고 합니다. 문해력은 신문기사·안내문 등 일상생활을 하는데 필요한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을 말하는데, 자주 접하지 않는 단어를 엉뚱하게 이해하는 젊은 세대들이 많아졌다는 것이죠. 예를 들면, ‘사흘’을 3일이 아닌 4일로 이해하거나 하는 식입니다.

물론 공공언어 중에서 터무니없이 복잡한 단어들도 있습니다. 법률 용어 중에 수봉(收捧)이라는 말은 ‘세금이나 비용을 거둬들인다’는 뜻인데, 너무 오래 전에 사용되던 한자어라 지난 2020년에 법제처에서 ‘징수’로 바꾸기로 했죠.

올바른 국어 사용을 위해서는 대중의 문해력을 높여야 하고, 공공에서는 너무 어려운 말을 쓰지 말아야 합니다. 하지만 젊은 세대들은 ‘킹받다’ ‘1도없다’ ‘어쩔티비’ 등 재밌는 신조어들을 포기하려 하지 않습니다. 공공에서도 학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어렵게 순화한 단어가 대중에게 외면을 받기도 하죠. 당장 젊은 세대들은 ‘이동통신 앱’보다 ‘모바일 앱’을 더 편하게 쓰니까요.

좀 더 거부감 없이 쉬운 우리말을 쓸 수는 없을까요? 27일 <스냅타임>이 안양대 국어문화원 박철우 원장에게 물었습니다.

 

박철우 안양대 국어문화원장. (사진=이데일리 김혜선 기자)


 

Q. 요즘 젊은 세대의 문해력이 떨어진다고 하는데, 왜 그럴까요?

A. 문해력이 떨어진다고 하는 것은 언어사용역이 너무 특정 문체에 한정되다 보면, 그러니까 일상대화만 많이 하고 책을 안 읽는다든지, 컴퓨터 환경 중에서도 채팅 언어에만 익숙하고 문서를 통한 교감에는 경험이 부족하다든지 할 때 언어 사용 영역이 편중될 때 일어날 수 있는 현상이 아닐까 합니다. 친구들과의 사적인 언어는 주로 속어로 이루어지듯이, 그런 교감에 익숙한 사람들끼리 편하게 주고받는 말들만 쓰다 보면, 공공언어 등 다른 환경의 문체에 대한 적응력, 문해력이 떨어지는 것도 사실이겠지요.

 

Q. ‘킹받네’ ‘1도없다등 매년 재미있는 신조어들이 등장합니다. 과거에도 신조어에 한글이 밀린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왔는데, 굳이 이런 놀이 문화를 막을 필요가 있을까요?

A. 언어는 공공 영역과 사적 영역이 구분되기 때문에 각 영역에 따라 답이 달라집니다. 사적 영역은 어느 누구도 막지 않고 막을 이유도 없습니다. 또 그 자체의 문화로서 가치를 가집니다. 표준어와 방언 사이의 관계도 유사한 면이 있지요. 그러나 공공 영역에서는 수용되는 범위가 제한될 수밖에 없습니다. 사전 수록 등 모든 면에서 명확하고 또 모든 계층이 다 이해할 수 있는 말이 공공 영역의 언어로 선택될 수밖에 없는 것이지요.

 

Q. 우리말 순화 운동과 문해력 사이에 관계가 있을까요?

A. 전 국민적 문해력을 높이는 데 순화 운동이 기여하는 면이 있습니다. 그러나 특정 계층 사람들이 특정 문체, 언어사용역의 언어에만 주로 반응하고 그런 언어만 활용한다면 순화운동이 무력하겠지요. 그런 계층들은 공공언어에 적응할 수 있도록 스스로 언어사용역을 넓히고 생활 속에서도 공공성을 생각하는 면이 필요하겠지요. 그런 분들을 위해서는 공공성 인식 캠페인이나 교육이 더 필요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생활 속에서 필요를 못 느끼면 어쩔 수 없기도 하겠지요. 뉴스를 보거나, 선거에 참여하거나, 은행에 가거나, 동사무소에 가서 민원서류를 뗀다든지 하면서 스스로 깨달아 가야겠지요.

 

Q. ‘사흘4일로 이해하고, 임시로 붙인 제목인 가제는 개울에 사는 가재로 이해하는 등 젊은 세대의 문해력 하락이 심각하다는 인식이 있는데요. 주로 한자어 어휘력이 부족한 것으로 보여지는데 그럼 한자를 공부해야 할까요?

A. ‘사흘’은 고유어이고 ‘가제’는 한자어죠. 우연히 이 두 예를 드셨겠는데, 고유어와 한자어가 모두 과거의 지위보다 흔들리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굳이 한자어의 이해를 위해 한자 공부가 절실하다고까지는 말하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그럴 필요가 있다고 답하는 전문가 분들도 많을 것 같습니다.

영어 어휘들이 기초 한자보다 더 기본적으로 이해되는 전 국민적 대중성을 가진다면 영어가 과거 한자의 지위를 가지게 될 것입니다. 다만 한자는 한 음절 한 음절이 표의성을 가지고 있어서 압축적으로 의미를 전달할 수 있는 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요.

그러나 저는 ‘사흘’이나 ‘가제’라는 말을 바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위에서도 말씀드렸듯이 평소에 그런 단어를 많이 사용하지 않고 살기 때문에 그렇다고 봅니다. 그런 단어를 사용할 만한 맥락이나 언어사용역에 잘 놓이지 않으면서 살아가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겠죠. 어차피 우리가 한자를 직접 문자로 사용하면서 살지는 않잖아요? 따라서 한자에서 온 음절이 유사한 의미를 가지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은 한글로 쓰인 상태에서도 충분히 습득될 수 있습니다. 한자를 일부러 배우기보다는 독서를 많이 하고 공적인 언어도 많이 접하면서 생활하면 많은 부분이 해결되리라고 생각됩니다.

 

Q. ‘싱크홀->땅꺼짐’, ‘리유저블 컵 ->다회용 컵’ ‘비치코밍 -> 해변정화등 순화한 단어가 비교적 대중에 잘 받아들여지는 것들도 많은 것 같습니다. 대중이 좋아하는 순화어의 특징이 있을까요?

A. 아무래도 이해가 잘 안 되는 용어보다는 이해가 잘 되는 용어가 전 국민적으로는 낫게 느껴지겠지요. 그렇지만 순화어가 쉬워도 잘 안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면에는 길이나 어감이 많이 작용한다고 봅니다. 어감에는 소리의 느낌도 있겠고 동음이의어들과의 연상관계도 작용한다고 봅니다. 쉽고 입에 잘 붙는 말이 잘 선택될 수 있다고 봅니다.

또 다른 요인으로는 노출 정도, 즉 얼마나 그 단어를 자주 들을 수 있느냐도 있습니다. 일상생활에서 많이 쓰이고 언론에도 많이 노출되는 말이 쉽게 수용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언론을 통한 캠페인이나 단순히 캠페인이 아닌 잦은 노출도 필요하고 중요한 일인 겁니다.

 




박철우 안양대 국어문화원 교수 약력

-현 안양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법제처 알기쉬운법령팀 자문 교수(2020~2022)

-한국어 의미학회 고문(2021~)

-경기도 국어문화진흥사업 연구 기관 선정(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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