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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에 등 돌리는 20대...“밥그릇싸움 한심”

[이데일리 장시온 인턴기자] 20대의 국민의힘 지지율이 지난 한 달 동안 11.3%p 하락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청년들은 인터뷰에서 ‘민생을 외면한 권력 다툼’과 ‘철학 없는 국정 운영’을 원인으로 꼽았다. 대내외적 여건상 향후 지지율 회복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여전히 위기의식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여당 내부에서 제기됐다.

권성동 국민의힘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제주 예산정책협의회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사진=국회사진기자단)


 

리얼미터가 미디어트리뷴 의뢰로 지난 18일부터 22일까지(7월 3주차)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2,52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8세~29세의 국민의힘 지지율이 37%로 민주당(39.4%)에 역전됐다. 한 달 전인 6월 3주차에 비해 11.3%p나 떨어진 것으로 대선 이후 처음으로 민주당보다 낮아졌다. 그 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확인할 수 있다.

 

민생 현안 쌓여있는데 집권 여당은 밥그릇 싸움’...“한심하다

청년들은 인터뷰에서 날로 악화되는 경제 상황을 외면하고 내부 권력투쟁에 매몰된 여당의 무책임한 모습에 실망감을 느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같은 기관의 여론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6월 4주차에서 5주차에 4.4%p, 7월 1주차에서 2주차에 3.5%p 급락해 7월 초 이준석 전 대표 징계를 전후로 불거진 당 내부의 권력 다툼이 지지율 하락에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이 모씨(여, 25)는 “이전 정권의 경제 정책에 실망해 이번 대선에서는 국민의힘 후보를 지지했다. 환율은 1,300원이 넘었고 물가 상승률도 무려 6%에 달할 것이라는 등 비관적 전망이 줄을 잇고 있는데 선거가 끝나자마자 집권 여당의 대표를 내치고 밥그릇 싸움에 몰두하는 모습을 보니 선택이 후회된다”고 말했다.

노 모씨(남, 24)는 “대선과 지선을 모두 승리로 이끈 당 대표를 ‘품위 유지 위반’ 명분으로 토사구팽하나”라며 “선거에서 진 민주당보다도 더한 집안싸움에 집권 여당의 책임감은 어디에 있나”라고 말했다.

이어 “혁신적이고 젊은 보수를 원했지만 현실은 초등학교 반장 선거에서나 볼 법한 자리싸움뿐이었다”고 덧붙였다.

최 모씨(여, 23)는 “당장 미래가 막막한 청년의 입장에서 당 내부 갈등은 전혀 공감되지 않고 유치한 자존심 싸움으로 보일 뿐”이라며 “산적한 민생 현안은 내팽개치고 권력에만 눈독을 들이는 모습이 한심하다”고 말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이데일리 스냅타임과의 통화에서 “최근 지지율 폭락은 전 연령대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지만 20대의 경우 남성 지지율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아 이준석 대표 징계 이후 유난히 낙폭이 큰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공정 외치며 출범한 정부...“철학도 공정도 사라졌다

청년들은 새 정부에 대한 실망감도 국민의힘 지지 철회에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한 모씨(남, 27)는 “정권 교체에 힘을 실어주고 국민의힘에 20대 당원으로 가입하거나 지지율을 보여줬던 것은 ‘공정과 상식’이라는 국정 운영 원칙 때문이었다”면서 “정책 방향을 공유하는 사람을 등용하는 것 자체는 잘못된 것이 아니지만 지난 인사 논란은 과도한 측면이 있었다”고 말했다.

오 모씨(여, 25)는 “권성동 원내대표의 공무원 급수 발언 등 전 정부에서 가장 크게 실망했던 불공정 이슈가 전혀 개선된 것 같지 않다”며 “지지율이 떨어지자 여가부 폐지 공약을 부랴부랴 다시 꺼내는데 속내가 뻔히 보이는 행태”라고 말했다.

이어 “윤 대통령의 이러한 행보가 집권 여당에도 투영돼 지지율이 동반 하락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용산 대통령실 청사 (사진=뉴스1)


 

박 모씨(남, 23)도 “20대 남성의 목소리도 들어달라고 한 것이지 갈라치기 정치를 하라고 한 것이 아니다”라며 “여성가족부 폐지 자체에는 찬성하지만 지금 정부는 이를 불리한 정국을 돌파하려는 하나의 정략적 카드로 여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전 정권의 ‘적폐 청산’ 같은 독단적 국정 운영에 실망해 정권 교체에 힘을 실어줬는데, 집권하자마자 비생산적인 보복 수사에 몰두하는 모습이 기대했던 합리적 보수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고 덧붙였다.

 

위기 아니라는 국힘...청년위원 위기의식부터 가져야

이처럼 한 달 사이 급락한 20대 지지율에도 불구하고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여전히 위기의식이 흐릿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용태 국민의힘 청년 최고위원은 이데일리 스냅타임과의 통화에서 “당 고위급 인사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면 지금 상황이 위기라는 인식조차 부족하다”며 “혼란스러운 당 내부 상황과 추락하는 20대 지지율을 직시하고 위기를 위기라고 인식하는 것이 먼저다”라고 말했다.

김 위원은 이어 “앞으로 국민의힘이 청년의 지지를 회복하고 다시 국민의 신뢰를 받는 정당이 되기 위한 어떤 특별한 방법이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현 상황을 정확히 인식하고 위기를 극복하고자 하는 공통된 인식을 가지는 것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향후 여권의 20대 지지율 회복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지난 두 달간 내홍을 겪으면서 국민의힘이 잃은 게 너무 많다”면서 “향후 수습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평론가는 “세계 각국에서 비관적인 경제 전망을 내놓고 있는 가운데 경제 이슈를 가장 신경 써야 할 정부가 인사 참사와 사적 채용, 보복 수사에 발목 잡혀 젊은 층의 불신을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꺼내든 여성가족부 폐지도 국가적인 경제 위기에 손쓸 방법을 찾지 못해 주요 지지층 회복을 위해 밀어붙이려는 것”이라며 “진통이 계속되고 있는 여당 내 상황과 대책을 찾기가 쉽지 않은 경제 상황을 고려할 때 지지율 회복을 낙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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