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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 잘 걸리는 MBTI 순위, 진짜 있을까? [팩트체크]

[이데일리 오연주 인턴 기자] 20대 사이의 MBTI 열풍이 여전히 뜨겁다. 자신과 타인에 대한 이해를 제공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한편 인터넷 게시물들을 통해 특정 MBTI가 우울증에 잘 걸린다는 식의 오해도 쌓이고 있다.

(사진=페이스북 게시물 캡처)


 

SNS에서 자주 유포되는 ‘우울증 잘 걸리는 MBTI 순위’는 과연 믿을만한 정보일까.

정신과 전문의들은 MBTI 성격 유형과 우울증 사이의 정확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우선 MBTI 검사는 정신과에서 거의 쓰이지 않고 있다. 임상 현장에서는 MMPI(미네소타 다면적 인성 검사)나 TCI(기질 및 성격 검사) 등을 사용한다. 이는 환자의 경향을 파악할 수 있는 도구이면서 동시에 몇몇 신경전달물질 및 뇌의 영역과의 연관성을 유추할 수 있는 검사로, 환자를 좀 더 자세히 파악하기 위한 진단 보조도구다.

최상욱 진심정신과의원 원장은 “MBTI는 병원에서는 쓰이지 않는 분류”라며 “심리 검사 자체의 신뢰성이 의학적으로 없기 때문에, 이를 우울증 같은 질환과 연관시키는 것이 신뢰도가 떨어진다”고 말했다. 우울증에 취약한 성격이나 성향에 대해서는 “위험 회피 성향이 강한 사람들의 경우 불안이나 우울에 취약한 경향이 나타나지만, 이 또한 특정 성격 유형과 연관시키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정석훈 아산병원 정신의학과 교수 역시 “특정 성격 유형 때문에 우울증이 생긴다고 보기 보다는 환경이나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것으로 봐야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정 교수는 MBTI 검사를 두고 “나에 대해 확실히 알 수 있는 성격 검사는 외부 상황의 불확실성을 견디기 위한 방법”이라면서도 “많은 사람을 한 유형으로 묶어서 정의내리는 태도는 지양해야한다”고 지적했다.

최상욱 진심정신과의원 원장도 “우울증은 특정 성격 유형에 따른 것이 아니라, 누구나 걸릴 수 있는 것”이라며, 20대 우울증 환자에 대해서는 “사회적인 측면에서 불확실성에 취약한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재병 정신과 전문의는 "MBTI 등을 통한 스스로를 알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좋으나 한계가 있는 점을 알고, 스스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면 반드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의 진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성격적인 문제가 아닌 우울증 등 병적 증상일 수도 있고, 이는 치료하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사진=pubmed 캡처)


 

다만 MBTI와 우울증의 상관관계에 대한 연구들은 존재한다. 미국 노스캐롤리이나 대학에서 130명의 우울증 환자를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ISFP가 29%로 가장 많았고 INFP가 15%로 그 뒤를 이었다. MBTI를 만든 마이어스와 브릭스가 1985년 작성한 MBTI 매뉴얼에서도 ISFP와 INFP 성격이 우울한 경향을 지닐 수 있다고 언급하고 있다.

하지만 이 또한 일종의 경향성이지, 정확한 인과관계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는 의견이다. <오늘도 우울증을 검색한 나에게>의 저자인 이재병 정신과 전문의는 “특정 MBTI기 때문에 우울증에 걸리는 것이 아니라, 우울증에 걸린 후 MBTI를 측정하니 ISFP나 INFP라는 결과가 나왔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면서 “우울증의 증상들이 I나 F, P와 비슷하게 표출되는 것일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해보면, MBTI 성격 유형 검사와 우울증에는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는 힘들다. 일종의 경향성을 보일 수는 있으나, 이는 우울증 증상이 특정 성향과 비슷하게 표출된 것일 가능성도 있다. 이에 특정 MBTI가 우울증에 잘 걸린다는 주장은 대체로 사실 아님 판정한다. 우울증은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는 질병으로, 필요한 경우 전문의의 도움을 받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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