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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안에서 에어컨 틀어놓고 잠들면 위험하다? [팩트체크]

[이데일리 오연주 인턴 기자] 여름철 뜨거워진 차량 내부를 식히기 위해 사용하는 차량 에어컨. 간혹 겨울철에 차량 히터를 틀고 잤다가 사망했다는 소식이 들리고는 하는데, 과연 에어컨을 틀고 자도 사망할 위험이 있을까.



안전보건공단 공식 블로그는 지난 6월 '차 안에서 환기 없이 에어컨을 틀어놓고 잠이 들 경우 산소 부족으로 질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행위가 어느 정도로 위험할 수 있는지 확인해 보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에어컨으로 인해 직접적으로 사망에 이른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시동을 켜놓고 장시간 환기를 하지 않을 시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사망할 위험이 있다. 주로 사망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에어컨에 의한 질식사나 저체온증은 가능성이 낮다. 오히려 시동을 오래 켜 놓아서 발생하는 일산화탄소 중독일 가능성이 높다.

차량 내부를 환기를 하지 않은 채 내기모드로 해놓으면 산소 부족이 올 수 있다. 하지만 차가 완전한 밀폐의 수준이 아니기 때문에 사망에 이르기는 힘들다. 한정호 충북대학교 소화기내과 교수는 "약간의 저산소증으로 두통이나 잠을 잔 것 같지 않은 피곤함은 생길 수 있다"면서 "하지만 저산소증으로 사망하기는 거의 힘들다"고 설명했다.

경성대학교 기계자동차공학과 박원아 교수는 "내기모드를 선택하면 외부 공기가 차단되지만, 이것은 에어컨을 틀고 안 틀고의 문제는 아니"라며 "외부 공기가 차단된 상태에서 잠을 자면 이산화 탄소 농도가 높아지긴 하겠으나, 우리가 내기모드로 몇 시간씩 주행을 해도 생명에 지장이 있지는 않다는 점에서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에어컨을 트는 것은 공기 온도를 낮추는 것이지, 차 내부의 기체의 성분을 변화시키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다만 환기가 되지 않는 차량에서는 에어컨이 아니라 일산화탄소 때문에 사망할 위험이 있다. 일산화탄소 중독은 탄소가 포함된 물질이 불완전 연소되면서 발생하는 가스에 중독된 상태로, 흔히 '연탄가스 중독'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화재현장에서 구출된 사람이나, 히터를 켜 둔 채 환기가 되지 않는 자동차에서 잠을 자다가 일산화탄소에 중독되는 것이 문제되고 있다.

한정호 교수는 "차량 배기시스템의 문제로 인해 일산화탄소 중독의 위험이 있다"면서 "이럴 경우 일산화탄소, 연탄가스 중독과 같은 기전에 의해 사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저체온증으로 사망할 확률도 매우 낮다. 한정호 교수는 "심혈관질환이나 빈혈 등의 기저질환이 있던 사람이라면 심장혈관수축이나 뇌혈관에 이상을 유발해서 이차적 사망원인을 제공할 가능성은 있다"면서도 "하지만 보통은 저체온증이 직접적인 사인이 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다만,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천은미 이대 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차 안에서 내부 순환 모드로 오랜 시간 에어컨을 틀면 위험할 수 있다”면서, “보통은 차에서 몇 시간씩 에어컨을 틀지 않으니 위험도가 낮지만, 그 채로 몇 시간동안 잠이 들면 위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차량이 내부순환 모드로 되어있을 경우, 이산화탄소가 쌓여 호흡이 어려울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 의견을 종합해 볼 때, 차량에서 에어컨을 틀고 잠이 들었다는 이유만으로 사망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시동을 켜 놓은 상태로 인해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사망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차 안에서 에어컨을 틀어놓고 자면 질식사한다'는 주장을 절반의 사실로 판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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