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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집 앞에 방치되는 음식물쓰레기..."버릴 곳이 없다”

[이데일리 장시온 인턴기자] 서울시 관악구에 사는 직장인 A씨는 귀가할 때마다 집 앞에서 진동하는 음식물 쓰레기 악취와 들끓는 날파리에 서둘러 자리를 피한다. 음식물 쓰레기를 따로 버리는 공간이 정해져 있지 않아 집 앞 가로수에 방치되어 있기 때문이다. 구청에서 나눠주는 음식물 쓰레기 배출통을 설치해달라고 건물관리인에게 요청했지만 종량제 봉투에 담아서 길가에 모아 놓기만 해도 어차피 다 수거해간다며 안 된다고 했다.

관악구의 한 원룸촌 길가에 버려진 음식물 쓰레기(사진=이데일리 장시온 인턴기자)


 

A씨는 “여름철에 날씨도 덥고 습해서 근처만 가도 악취가 진동한다”며 “길가에 아무렇게나 음식물 쓰레기가 나뒹굴고 유기 동물들이 봉투를 찢어 내용물이 새어 나오는 등 문제가 심각한데 왜 아직도 개선이 안 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5곳 중 1곳 길가에 쓰레기 배출, "악취에 벌레에..."

이데일리 스냅타임이 원룸촌 일대 음식물 쓰레기 배출 실태를 취재하기 위해 지난 2일 관악구 1인 가구 밀집 지역을 돌아보니 5곳 중 1곳 꼴로 음식물 쓰레기 배출 장소를 따로 마련하지 않고 건물 앞에 배출하고 있었다. 직접 확인한 50여 개의 건물 중 9개의 건물에서 음식물 쓰레기 배출통을 사용하지 않고 있었다.

지난 2일 관악구 한 원룸촌 일대를 돌아본 결과 상당수 건물들이 음식물 쓰레기 전용 배출통을 설치하지 않고 길가에 모아두고 있었다.(사진=이데일리 장시온 인턴기자)


배출 장소는 대부분 전봇대, 가로수, 화단 근처였다. 다른 일반 쓰레기나 담배꽁초 등과 뒤섞여 날파리가 들끓거나 악취가 진동해 행인들은 눈살을 찌푸렸다. 일부 음식물 쓰레기 봉투는 유기 동물이 찢어놓은 틈 사이로 음식물이 새어 나오기도 했다.

 

신림역 근처에 거주하는 B씨(27)는 “처음 입주할 때 건물관리인이 그냥 건물 앞 가로수 옆에 버리라고 했다”며 “미관상 보기 안 좋아도 달리 버릴 곳이 없어 어쩔 수 없이 버리고는 있지만 날이 더워지면서 악취가 심해져 불쾌하다”고 말했다.

B씨가 거주하고 있는 건물 1층에 붙어있는 안내문. 건물 앞 가로수 옆에 쓰레기를 버리라는 내용이다 .(사진=이데일리 장시온 인턴기자)


 

배출통 설치, 폐기물관리법 "해야 한다" vs 조례 할 수 있다

이에 현행 폐기물관리법에서는 생활폐기물 보관시설(음식물 쓰레기 배출통)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지만 관악구 조례에서는 이를 자율에 맡기고 있어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폐기물관리법 제15조 2항에서는 ‘생활폐기물배출자(생활폐기물이 배출되는 토지나 건물의 소유자, 점유자 또는 관리자)는 스스로 처리할 수 없는 생활폐기물의 분리, 보관에 필요한 보관시설을 설치하고, 그 생활폐기물을 종류별, 성질, 상태별로 분리하여 보관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폐기물관리법 제15조(생활폐기물배출자의 처리 협조 등) (사진=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특별자치도, 시, 군, 구에서는 분리, 보관에 관한 구체적인 사항을 조례로 정하여야 한다’는 단서를 달아 지자체별로 조례를 통해 그 구체적인 방법을 정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폐기물관리법과 달리 조례에서는 음식물 쓰레기 배출통 설치를 자율에 맡기고 있다.

‘서울특별시 관악구 폐기물 관리 조례’ 제9조 1항에서는 ‘법 제15조 제1항에 따라 생활폐기물을 배출하고자 할 때는 구청장이 제작하여 공급하는 관급규격봉투(이하 "규격봉투"라 한다)에 담아 묶은 후 지정된 장소 또는 용기에 배출하여야 한다’고 명시하면서 배출 장소만 지정하면 배출통은 설치하지 않아도 되도록 했다.

 

위-서울특별시 관악구 폐기물 관리 조례 제9조, 아래-서울특별시 관악구 음식물류 폐기물의 발생 억제, 수집,운반 및 재활용에 관한 조례 제12조 (사진=자치법규정보시스템)


 

상위법인 폐기물관리법에서는 보관시설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는데도 하위법인 조례에서 예외를 허용하고 있는 것이다.

일반 쓰레기와 구분해 음식물 쓰레기를 특정해서 전용수거용기를 설치해야 한다는 조례도 있었다.

‘서울특별시 관악구 음식물류 폐기물의 발생 억제, 수집, 운반 및 재활용에 관한 조례’ 제12조 2항에서는 ‘구청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신축되는 건축물(공동주택, 업무시설 등)에 대하여 음식물류 폐기물을 재활용하기 위한 공동보관시설, 전용수거용기 또는 감량기기를 설치하도록 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으나 이 역시 구청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로 제한했다.

이처럼 현행 조례상 배출 장소를 자체적으로 정하기만 하면 굳이 배출통을 설치하지 않아도 무관해 건물 앞 가로수, 가로등, 화단 등에 음식물 쓰레기가 버려져 악취 등의 문제를 야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구청 배출통 무료 배포한다...설치 강제는 어려워

이에 관악구청은 음식물 쓰레기 전용 배출통을 각 동사무소에서 무료로 배포하고 있지만 설치 강제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관악구청 관계자는 “각 동사무소에서 음식물 쓰레기 전용 배출통을 무료로 나눠주고 있다”며 “건물관리인들이 배출통 관리의 어려움이나 설치 공간의 부족, 행인들의 무단투기 등을 이유로 사용을 꺼리는 경우가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건물마다 여유 공간이나 주변 도로 사정 등의 상황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배출통을 강제로 모든 건물에 구비하라고 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관악구의 음식물 쓰레기 전용 배출통 (사진=이데일리 장시온 인턴기자)


 

이어 “악취 및 부패를 방지하기 위해 18시 이후부터 자정 전에만 쓰레기를 배출해야 하는 지정 시간 배출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면서 “이를 모르고 아침이나 낮에 배출하는 분들이 많아 관련 민원이 발생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해명했다.

 

방치되는 행정 공백’...피해는 고스란히 시민들 몫

폐기물관리법과 지자체 조례가 엇갈리면서 발생하는 ‘행정 공백’의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들의 몫이다.

지정 시간에 배출한다고 해도 실제로 쓰레기를 수거하는 시간은 지역에 따라 새벽 3~4시까지 밀리기 때문에 그동안 음식물 쓰레기는 고스란히 야외에 방치될 수밖에 없어 지정 시간 배출 제도는 근본적 해결책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이에 음식물 쓰레기 전용 배출통을 무료 보급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구청 차원에서 더 적극적으로 설치를 권고하고 홍보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최고 기온 37도, 최저 기온 25도를 넘는 무더위에 장마로 인한 폭우까지 이어지는 가운데, 음식물 쓰레기가 야외에 무방비하게 방치되면 단순히 미관만 해치는 것이 아니라 악취와 해충 문제까지 야기하며 여름철 비위생적 거리 환경의 주범이 되는 만큼 지자체와 정부의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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