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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달 새 군인 '8명' 극단적 선택...부사관은 왜 괴롭나

[이데일리 장시온 인턴기자] 지난달 1일부터 현재까지 50일 동안 군에서 8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확인됐다. 부사관이 5명으로 가장 많았고 장교 2명, 병사 1명이 뒤를 이었다. 지속적인 감소 추세였던 총 자살 건수도 지난해 2배 급증한 83건을 기록한 가운데 늘고 있는 초급 간부 자살에 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사진=연합뉴스)


23일 국회 운영위원회 정의당 이은주 의원이 국가인권위원회로(인권위)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1일부터 이달 19일까지 군으로부터 통보받은 사망사고는 총 23건이다. 그중 자살이 8건으로 가장 많았고 병사 7건, 사고사 6건, 추락사 1건, 총기 사망 1건이 뒤를 이었다.

부사관 5명으로 최다...“자살 징후 보고되면 장기 선발 불리할까 우려

지난 50일간 자살로 인한 사망자 8명 중 부사관이 5명으로 가장 많았다. 장교는 2명, 병사는 1명이었다.

하사로 복무하다 지난해 전역한 정 모씨(24)는 “초급 간부는 애초에 정책적으로나 부대 내부에서나 관심을 전혀 받지 못하는 대상”이라며 “상담관에게 우울감이나 부적응 문제를 상담해도 지휘관에게 보고되면 추후 진급이나 장기 선발에 문제가 생길까 두려워 쉬쉬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인권위에 따르면 지난 2018년 간부 자살 비중이 63%로 병사에 비해 약 2배 가량 높았고, 특히 임관 1~3년 내외의 초급 간부의 비율이 간부 자살의 60%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권위는 “초급 간부들은 대부분 20대 중반의 나이로 병사에 대한 지휘 책임이 있는 동시에 상급자로부터 상명하복과 업무 스트레스를 받는 이중적인 지위에 있어 자살 원인이 ‘업무 과중’, ‘상관의 폭언과 폭행’ 등으로 유형화되는 특징이 있다”고 설명했다.

군 인권센터 김형남 사무국장은 이데일리 스냅타임과의 통화에서 “초급 간부 대상 심리 검사를 실시해도 우울감이나 부적응 문제가 잘 식별되지 않는다. 이상 징후 식별 시 지휘관에게 보고가 이뤄지게 되어있어 추후 장기 선발 등에 불리하게 작용할까 우려하기 때문”이라며 “부사관 자살 사고가 일어나도 대부분의 부대에서 자살 징후를 알지 못했다는 반응이 나오는 이유”라고 말했다.

이어 “대부분의 초급 간부들이 20대 초반에 임관하는데, 살면서 경험해보지 못한 수직적 위계질서를 겪으며 초반에 부적응 문제가 생기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라면서 “이들을 장기적으로 안보 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해 그들의 복무 적응 문제를 식별하고 해결하는 것은 국가적으로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50일 동안 자살 사망자 수 ‘8’...7월 한 달에만 6명 극단 선택

이은주 의원이 인권위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50일간 발생한 군 사망사고 중 ‘자살’로 인한 사망이 8건으로 가장 많았다.

지난 7월에만 6건의 자살 사고가 발생했다. 1일과 6일에 한미연합사 장교와 공군 부사관이 각각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19일에는 고 이예람 중사와 같은 부대인 공군 20전투비행단 소속 부사관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21일 육군 병사가 목을 매 사망한 데 이어 25일에는 육군 부사관까지 목을 매 숨졌다. 8월에도 해군 부사관이 목을 매 자살하고 13일에는 육군 부사관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지난해 군 사망사고 중 ‘80%’가 자살...10년 전보다도 많았다

국방부에 따르면 지난해 군 사망사고는 총 103건 발생해 7년 만에 다시 세 자릿수를 기록한 가운데 그중에서도 자살이 83건으로 총 사망사고의 80%를 차지했다.

이는 10년 전인 2012년 72건보다도 많은 수치다. 군 자살 건수는 2014년 67건, 2015년 57건, 2018년 56건, 2020년 42건을 기록한 뒤 지난해 두 배 급증했다.

군 자살 건수는 통계 작성 이래 줄곧 감소 추세였다.

1993년 자살 건수는 129건이었고 이듬해 155건을 기록한 뒤 90년대 후반 100건대로 감소했고 2000년대 80건대, 2010년대 50~70건대까지 감소했다. 2020년 42건에서 지난해 83건으로 두 배 가까이 급증한 것이 이례적인 이유다.

김 사무국장은 “국방부에서 개별 사망 사유를 따로 공개하지 않아 지난해 자살 건수 급증의 원인을 파악하기는 어렵다”면서도 “국방부의 자살 예방 정책들이 제대로 집행되고 있는지, 실효성이 떨어진 것은 아닌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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