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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회장' 시대 가고...대학 내 TF가 뜬다

[이데일리 염정인 인턴 기자] 지난 20일부터 가을맞이 대학 축제가 시작됐다. 내주까지 대학 축제 일정은 전국적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동국대 △국민대 △중앙대 △숭실대 △단국대 △영남대 등에서 축제를 예고했다.

그간 ‘비대면’으로 침체됐던 대학가에 활력이 도는 모습이지만 몇몇 대학에선 ‘가을 축제’를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 총학생회(이하 총학)가 아닌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로 운영 중인 대학이 많기 때문이다. 축제 외에도 총학 ‘비대위’ 운영 비율이 높아지며 과거 학생회장 중심으로 운영되던 대학 자치 풍경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스냅타임이 대학가의 ‘비대위’ 운영을 들여다봤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전국 주요 대학 비대위 운영 40%

스냅타임이 서울·경기 지역을 비롯해 ‘지역거점국립대’ 10곳(서울대 중복)을 살펴본 결과, 현재 전국 주요 대학 35곳 중 14곳(40%)이 총학이 ‘비대위’ 체제로 운영되고 있었다.

14곳 중 8곳은 ‘후보자 미등록’으로, 4곳은 ‘투표율 50% 미달’로 총학 선거가 무산됐다. 나머지 2곳은 ‘득표율 미달(찬성표 부족)’ 등 기타 이유가 있었다.

중앙대는 33.09%의 투표율로 학생회 구성에 실패했고, 건국대 투표율은 50.21%로 간신히 ‘비대위’ 체제를 면할 수 있었다. 현재 대학가에서는 입후보자가 있어도 경쟁 후보가 없어 찬반 투표를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현재 총학 구성에 성공한 학교들도 과거엔 ‘비대위’로 운영됐던 경우가 많았다. 현재 임기 직전에 비대위 운영 비율을 분석한 결과, 서울·경기 주요 대학 26곳 중 16곳(61%)은 비대위로 운영됐었다. 현재는 서울·경기 주요 대학 26곳 중 11곳(42%)이 비대위로 운영 중이다.

즉 최근 전면 대면으로 학사 체제가 전환되면서 비대위 구성 비율이 소폭 하락한 것이다.

서울대는 현재 총학이 구성된 상태지만 코로나19 기간 중 비대위 운영 기간이 길었다. 제61대 학생회가 2019년 11월 임기를 마친 후 1년 넘게 자리가 공석이었다. 한양대 역시 이번엔 총학생회가 공식 출범했지만 2018년 이후 3년 넘게 비대위로 운영된 바 있다.

 

비대위구성부터가 어려워

박민태 광운대 총학생회 비대위원장은 “비대위 체제가 길어지고 있다”며 “비대위는 구성부터가 쉽지 않다”고 전했다.

“사실 직접 당선된 것이 아니다 보니, 자리를 이어나가야 하는 정도의 책임을 갖는 측면이 있다”며 “조직 구성부터가 쉽지 않다 보니 학교 축제 등을 기획하기 쉽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광운대도 계속된 비대위 체제로 축제 개최에 대한 운영진을 비롯한 학내 구성원들의 의지가 많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라 덧붙였다.

박 비대위원장에 따르면, ‘예산 권한’ 측면에서도 ‘비대위’ 운영은 문제적이다. 박 비대위원장은 ”학생들이 매년 납부하는 학생회비를 바탕으로 각 단과대가 나눠 갖는데 비대위로 운영되는 단과대나 자치 단체의 경우엔 지분을 적게 가져가는 경우가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비대위는 예산이 필요한 행사나 사업을 구체적으로 계획하고 실행할 동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과거 비대위에서 국장직을 맡았다가 현재는 총학생회 구성에 성공한 동덕여자대학교 ‘루트’의 박수빈씨는 ”작년엔 직접 구상하지도 않은 공약을 실현하기 위해 고생이 많았다“며 ”위원회 신설 등의 새로운 이슈가 있을 때도 조언해 줄 사람도 없어 어려움이 컸다“고 밝혔다.

이후 총학 구성에 성공하자 박 총학생회장은 ”직접 만든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 움직이는거니까 학내 여론도 좋다“며 ”학내 사안에 대해 학생들과 함께 투쟁할 수 있는 힘이 모이는 것 같다“고 밝혔다.

 

비대위 화력 약하다면그때그때 모이자

대학생 K씨(25)는 “재학 중인 학교가 몇 년째 비대위로 운영되고 있어 늘 학생 자치가 문제였지만 그렇다고 학생들이 무관심하기만 했던 것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K씨 대학의 경우 학내에서 성범죄가 발생하자, 사건에 대응하기 위한 TF팀이 재빨리 꾸려졌다. 비대위 구성원은 5인 이하였지만 TF팀은 40명이 넘는 인원이 모였다.

이번 대학 축제의 경우도 비대위 자체로는 인력이 부족하자 TF팀을 꾸리는 모습이 드러났다. 동국대 비대위도 ‘가을축제기획단’을 별도로 모집했다. 세종대 역시 오는 26일 ‘축제준비위원회’ 발대식을 진행한다. 서강대학교는 동아리연합회와 함께 이번 가을 축제를 기획했다.

대학생 S씨(21)는 “총학생회라는 큰 조직에 들어가 활동하는 것은 부담스럽지만, 내가 관심 있는 사안에 따라 그때그때 조직에 들어가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 더 좋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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