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 세대를 위한 뉴스

snaptime logo

중고가 지구를 살리려면...합리적 가격으로 접근성 높여야

[이데일리 안수연 인턴기자] 상품성이 있지만 필요성이 다 한 물건을 버리지 않고 재판매하는 중고 거래는 탄소중립을 지킬 방법의 하나다. 고물가에 대응하고, 생산·유통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 쓰레기를 줄여 자원순환에 기여하는 등 MZ세대의 가치소비까지 사로잡은 중고 거래. 이러한 중고 시장에 거대 상권도 뛰어들며 ‘중고’라는 특성에 비례하지 않는 가격에 대한 문제도 지적된다.



사진=명품백화점에 입점한 중고의류브랜드 '마켓인유'. 안수연 인턴기자



 

H 백화점 신촌점은 지난 9월 백화점 한 층 전체를 중고 물품만 취급하는 ‘세컨드부티크’로 재단장했다. 다녀간 손님의 70% 이상은 20, 30세대로 MZ세대의 환경 의식과 디깅소비 등의 수요를 표적으로 삼았다.

중고 백화점에는 중고 의류 플랫폼 브랜드 ‘마켓인유’, 중고 명품 플랫폼 ‘미벤트’, 친환경 빈티지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 ‘리그리지’가 입점해있다. ‘마켓인유’는 디깅소비로 ‘세상에 단 하나뿐인 아이템’을 발견해 보라고 말한다. 디깅소비는 ‘파다’를 뜻하는 영어단어 ‘dig’에서 파생한 것으로, 소비자가 선호하는 품목이나 영역에 깊게 파고드는 행위가 관련 제품의 소비로 이어지는 것을 일컫는다.

현장에서 만난 ‘마켓인유’ 관계자는 방문자의 70~80%가 20·30세대라고 말한다. 관계자는 “2030 여성 고객들이 주로 많이 방문한다. 아무래도 요즘 버려지는 옷이 많지 않나. 상품성 있는 아이템들이 버려지는 것보다 세탁과 검수 후 다시 팔리는 게 의미가 있다. 옛날 느낌의 빈티지 수요도 확실히 더 많아진 추세”라고 말했다.

대학생 이소현(25·여)양은 “원래 빈티지 옷에 관심이 있었다. 요즘에는 환경 문제가 이슈인데 패스트패션 옷은 만들어질 때 탄소가 많이 발생된다고 봤다. (중고 의류)구매가 환경 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되니까 더 의미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사진= 중고백화점에 입점된 친환경 빈티지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의 한 제품. 1979년도에 생산된 목걸이를 판매하고 있다. 안수연 인턴기자


 

1900년대에서 2000년 사이에 생산된 물건을 판매하는 친환경 빈티지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는 결제 시 고객에게 '빈티지 제품을 구매함으로써 환경 문제에 어떻게 기여하였는지'를 설명한다.

주 고객층은 2030 세대 여성이라는 매니저 J씨는 “폐의류나 물건들이 버려지는 과정이 다 환경오염”이라며 “저희 브랜드 판매 물품 중 주얼리는 재고로 남아서 버려질 뻔한 물건이다. 세상에 하나밖에 남지 않은 제품이라 희소성도 있어 이 점에 재미를 느끼시는 분도 계신다”라고 언급했다.

사진= 신촌에 위치한 중고백화점에 입점된 친환경 빈티지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 1900년대에서 2000년 사이에 생산된 물건을 판매하고 있다. 안수연 인턴기자


 

같은 층에 입점한 중고 명품 매장을 구경하는 고객들은 타 중고샵과 달리 연령대가 높았다. 중년 여성이 대부분이었고 이들은 중고 명품을 볼 수 있는 브랜드 샵만 방문했다.

관계자는 명품 중고 매장에 방문하는 고객 중 MZ세대는 5%로 안 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환경을 생각해서 중고 명품을 사러오는 2030 세대는 거의 없다. 생산이 더 이상 안 되는 제품이 있어 희소성 때문에 방문하시는 고객도 소수 있지만 대부분은 가격적인 부담으로 중고매장을 찾는 중년 연령층이 더 많다”고 귀띔했다.

사진= 중고백화점에 입점한 중고 명품 플랫폼 '미벤트'. 안수연 인턴기자


 

'빈티지'에는 감가상각이 적용 안 될까

호기심에 중고백화점에 방문한 뒤 빈티지 제품의 상태와 가격을 보고 마음을 접었다는 고객도 있다. 직장인 G(여·28)씨는 지난주, 언론에서 MZ세대가 중고 명품에 빠졌다는 기사를 보고 중고백화점에 처음 방문했다.

좋은 퀄리티에 경제적인 가격을 기대했지만 수십 년은 지나보이는 색이 바랜 제품에 가격은 보세 의류 새 제품보다 더 비싼 것이 많았다. 중고 의류는 평균 7만원, 빈티지 오브제는 20만원에 가까운 물건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G양은 “여러 번 사용한 제품이니 가격이 저렴할 것으로 생각했는데, 저렴하지 않은 제품들이 대부분”이라며 “환경을 생각해서 버려지는 물건을 재판매하는 취지라면 접근성이 좋게 가격이 낮아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새 물건 사는 것보다 더 비싸니 굳이 사야 할 필요성을 못 느낀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물건이 버려지지 않고 다시 사용돼 환경에 기여하기 위해선 중고 물품의 합리적인 가격 형성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윤동열 건국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세컨드핸드 제품은 물가 상승과 경기 둔화로 지출을 줄이는 소비자를 유인하기에 충분하다. 다만 이런 과정에서 인증, 관리, 유통 부분에 대한 비용을 소비자에게 부담시키면서 중고제품의 가격이 증가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라며 “중고 상품에 대한 가치 평가도 표준화되기 어렵다는 단점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젊은 세대가 중고물품을 사려고 하는 이유는 가격과 희소성 때문이다. 중고 물품을 살 때 합리적인 가격에 좋은 물건을 살 수 있겠다는 인식이 생겨야 한다” 라며 “매매가 될 때 마다 발생하는 백화점 수수료 액수를 얼마로 설정할지가 합리적인 가격 형성의 중요한 요건”이라고 말했다.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