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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를 비우는 곳…국내 대학 최초 ‘모두의화장실’

[이데일리 안수연 인턴기자] 표지판에 5명의 픽토그램이 그려진 화장실이 있다. 한쪽 다리엔 치마·한쪽 다리엔 바지를 입은 사람, 휠체어를 탄 사람,  아기 기저귀를 교환하는 사람 등이 그려진 이 화장실은 성별, 성 정체성, 장애 유무와 관계 없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모두의화장실’이다. 지난 3월 국내 대학에선 최초로 성공회대에 ‘모두의화장실’이 준공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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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한쪽 다리엔 치마·한쪽 다리엔 바지를 입등 사람, 휠체어를 탄 사람, 바지를 입은 사람, 아기 기저귀를 교환하는 사람 등이 그려진 이 '모두의화장실'은 성별, 성 정체성, 장애 유무와 관계 없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성중립 화장실이다.안수연 인턴기자[/caption]

화장실 가는 가장 기본적인 권리부터 차별받는 사람이 있어선 안 된다는 취지로 시작 된 ‘모두의화장실’은 성별이나 장애 여부와 관계없이 누구든 불편함 없이 화장실을 쓸 수 있게 설계됐다. 

화장실 문에 음성 지원과 점자 블록이 달린 버튼이 있고 버튼으로 문을 열고 닫아 1명이나 ‘한 팀’만 이용할 수 있다. 장애인 화장실에 설치되는 핸드레일과 손잡이, 장애인이 편하게 씻을 수 있도록 접이식 의자와 샤워기도 설치됐다. 대형 세면대와 별도로, 변기 옆에는 작은 세면대도 있는데 생리컵을 사용하는 사람이 변기 바로 옆에서 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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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성공회대 새천년관에 설치된 '모두의화장실'. 장애인 화장실에 설치되는 핸드레일과 손잡이, 장애인이 편하게 씻을 수 있도록 접이식 의자와 샤워기가 있다. 대형 세면대와 별도로, 변기 옆에는 작은 세면대도 있는데 생리컵을 사용하는 사람이 변기 바로 옆에서 씻을 수 있다. 안수연 인턴기자[/caption]

△성별 이분법이 불평한 성소수자 △성별이 다른 보호자와 함께 화장실을 이용해야 하는 사람 △다양한 유형의 장애를 가지고 있는 사람, △성별이 다른 활동지원가와 함께 화장실을 이용하는 장애인들 △아기 기저귀를 갈아야 하는 부모 등 남자, 여자만이 아닌 '모두'가 이용 가능하다. 

사진= 국내 대학 최초 성중립화장실이 설치된 성공회대 내 '모두의화장실' 표지판. 안수연 인턴기자


버락 오마바 전 미국 대통령은 집권 당시 ‘모두의화장실’을 백악관에 설치했다. 미국 하버드대, 예일대 등 주요 대학 각 건물에도 성중립 화장실 설치가 늘어났다. 스웨덴에선 이미 공중화장실 70%가 남녀 구분 없는 성중립 화장실인 '모두의화장실'이다.

전문가는 우리가 현재 가지고 있는 화장실의 모습은 우리 사회의 축소판 이라고 지적한다. 김지학 한국다양성연구소 소장은 “모두를 위한 화장실은 ‘정상성’에 대한 도전이고 누구도 배제되지 않고 모든 사람이 포함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실천” 이라며 “모두를 위한 화장실 캠페인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공공화장실의 모습이 성인 중심적이며 성별 이분법적이고 비장애인 중심적이라는 문제 의식에서 출발했다”고 설명했다. 

‘모두의화장실’ 바라보는 성공회대 학생들은 “모두에게 화장실을 갈 기본권리가 있다”, “돈 낭비 같다” 로 의견 갈려

성공회대의 모두의화장실 설치는 교내 반대여론으로 완공까지 총 5년이 걸렸다. 본지가 현장에서 만난 성공회대 학생들의 ‘모두의화장실’에 대한 의견은 긍정과 부정, 양극으로 나뉘었다. '소수자가 화장실을 갈 권리에 대해 찬성하기 때문에 모두의화장실 설립 자체가 큰 의미가 있다'는 의견과 '많이 사용 안 하는 것 같아 돈 낭비' 등의 의견이 있었다. 

(인터뷰에 응해준 학생들 이름은 모두 가명 처리)

모두의화장실에 부정적인 입장이라는 인우 학생(IT융합학과·남·18학번)은 “애초에 학교 컴퓨터 등 부족한 시설을 설치하는 게 더 중요한데 굳이 이걸 먼저 했어야 했나 라는 생각이 든다. 취지는 좋은데 다른 걸 먼저 하고 이걸 설치했으면” 이라고  말했다. 

민기 (경영학과·남·19학번) 학우는 “남자 화장실이 있는 자리였는데 없애고 굳이 돈 들여서 새롭게 설치해야 하나 싶었다. 설치되고 난 후 사용하는 사람도 없다”라고 답했다.  

찬성하는 입장의 지인 학생은 (사회융합자율학부·여·22학번) “모두의화장실 자체가 소수자성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만을 위한 게 아니라 정말 모두를 위한 거지 나는 소수자여서 모두의 화장실 써, 나는 소수자가 아니라서 다른 화장실 써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게 아니지않나. 모두 화장실을 쓰는 사람을 본 적이 있냐는 의문 자체가 잘못됐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혜연(사회융합자율학부·여·22학번) 씨는 “우리 학교가 대한민국에서 첫 번째로 학내에 모두의화장실이 설치된 것이 자랑스럽다” 라며 “24시간 그 앞에 있었던 것도 아니고 화장실이라는 게 다들 그냥 왔다 갔다 하는건데 (이용하는 사람이 없다고) 어떻게 그렇게 확신하는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하늘 학생은 (사회학과·여·20학번) 학생은 “모두의화장실이 세계 최초도 아니고 분명히 다른 나라, 지역에서 생겼던 사례가 있다. 그것이 왜 생겼을까 생각해 보면 필요성이 있으니까 생겼을것” 이라며 “우리 학교 내에도 필요성을 느낀 구성원이 있다면 당연히 있어야 마땅하다” 고 말했다. 

에브리타임에는 부정여론이 압도적이다? “에타는 소수의 목소리가 크게 느껴지는곳”

에타 비방글 고소 공지하니, 4명이 글 지우겠다고 연락와, 이후 에타 속 ‘모두의화장실’ 비방글 70% 삭제됐다

모두의화장실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을 표명한 학생들은 에브리타임의 여론에 대해서 얘기했다. 에타에선 부정적인 여론이 훨씬 많았다는 것. 

민수 학생은 (사회융합자율학부·남·22학번) “에브리타임에서도 엄청나게 반대 여론이 많았다” 라며 “우리 학교는 지금 재정 지원 제한 대학인데 그 화장실을 만들 바에 차라리 학교 학생들이 복지를 위해서 더 신경을 써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언론에서 취재도 많이 나오고 여론 조명을 많이 받으니 막상 들어가기 꺼려진다” 고 설명했다. 

에브리타임 여론이 교내 여론을 대변할 수 있는지에 답 할 수 있는 사례가 있다. 

지난해, 성공회대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에서는 에브리타임에 올라온 ‘모두의화장실’ 관련 인신 공격, 허위사실 게시글을 고소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작성 글을 삭제하고 연락을 주면 고소를 진행하지 않겠다는 공지도 덧붙였다. 당시 4명의 학생이 자신이 작성한 글을 지우겠다는 연락이 왔고 이후 성공회대 에브리타임에 올라왔던 ‘모두의화장실’ 관련 비방 게시글의 6~70%가 지워졌다. 

송성윤 성공회대 모두의화장실 문화 만들기 소모임장 학생은 “에브리타임이라는 공간은 몇 년 전부터 모두의화장실이나 페미니즘 이슈 등에 반대하는 여론이 강했다" 라며 "에타에서 부정적인 글은 몇몇 학생이 여러 글을 계속해서 생산해낸 것이라 학내 여론을 대변한다고 말하기 어렵다 ” 고 설명했다. 

낙인에 대한 우려도, “그렇기에 더 많은 ‘모두의화장실’ 만들어져야”

인나 학생은 (경영학과·여·19학번) “동기들이랑 (모두의화장실) 얘기 자체를 잘 안 한다. 약간 민감한 주제다보니까. 굳이 자기 생각을 강하게 얘기 못 한다” 언급했다. 

지연 (사회융합자율학부·여·22학번)씨도 “양성평등으로 인해 만들어진 화장실이다보니 선입견도 생기는 것 같다” 라고 의견을 밝혔다. 

전문가는 낙인이 발생하는 원인으로 ‘모두의화장실’이 하나뿐이라는 점을 지적한다. 모든 화장실이 '모두의화장실' 이라면 낙인이 발생할 위험이 없을 것이라는 것. 

박한희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변호사는 “모두의 화장실이 1호에 그치면 안 된다. 이제 남은 과제는 이 공간을 정말 모두의 화장실로 만들기 위해 모두가 사용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렇게 다른 대학과 사회 전체로 확산해 나가가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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