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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용어 없이 ‘금투세’ 설명 드립니다

[이데일리 한승구 인턴 기자] ‘현행 세법상으로 금융투자소득세제가 2023년 시행이나, 올해 세법개정 논의 과정에서 그 시행이 일정 기간 유예될 수도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한 투자증권 회사 홈페이지에 올라온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에 대한 공지사항입니다. 내년에 시행하기로 예정된 금투세가 최근 들어 유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증권사들의 혼란도 커지고 있는데요. 최근에는 정치적 사안으로 번지며 갈등이 격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대체 금투세는 무엇인지 또 정치권까지 번진 이유는 무엇인지. 스냅타임에서 경제용어 없이 ‘금투세’ 설명해 드립니다.

(출처=이미지투데이)


 

금투세 대체 뭔데?

금융투자소득세는 주식·채권·펀드 등의 금융투자 상품에서 발생하는 소득에 부과하는 세금을 의미합니다. 주식과 주식형 펀드는 연 5000만원 이상, 기타 주식과 상품은 250만원 이상 벌면 20%(지방세 포함 22.5%)의 세금을 내야 하는데요. 순이익이 3억원 이상이면 최고세율인 27.5%를 세금으로 내야 합니다.

원래 우리나라는 주식시장 활성화를 위해 일반 투자자의 수익에 세금을 매기지 않았습니다. 다만 한 종목을 10억 이상 보유한 개인 투자자는 대주주로 보고 양도 소득세(3억 이하 20%, 초과 시 25%)를 매겼는데요. 이번 금투세가 도입되면 대주주 여부와 상관없이 일반 투자자도 과세 대상이 되는 것입니다.

세금을 부과하는 투자 대상도 새롭게 규정했는데요. 금투세는 이전에는 포함되지 않았던 채권, etf 등의 파생증권·상품을 모두 금융투자 상품으로 묶어버렸습니다. 일반 투자자들이 하는 상품 대부분이 ‘금융투자 상품’ 범주에 들어가게 된 것이죠.

 

금투세 무엇이 달라지나
그럼 금투세가 도입되면 무엇이 달라질까요? 첫째로 과세방식이 바뀝니다. 지금의 자본시장에서는 상품별로 과세를 진행하는데요. 금투세가 시행되면 투자 상품에 대한 투자자의 손익을 따져보고 남은 순이익에 세금을 부과합니다.

쉽게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주식에서 2000만원 손해를 보고 펀드에서 1000만원 이익을 보게 되면 결과적으로 1000만원 손해 본 것이죠. 현재는 주식 따로 펀드 따로 이익을 계산해서 세금을 냅니다. 종합적으로 마이너스일지라도 펀드에서 낸 소득에 세금을 부과하는데요. 금투세가 통과되면 세금을 부담하지 않아도 되는 것입니다.

둘째로 결손금이 5년간 이월 가능합니다. 결손금은 손해를 본 금액입니다. 기존에는 손실과 이익을 계산하는 게 1년 단위였습니다. 올해 손실이 1억이고 이익이 5000만원이면 결손금 5000만원은 1년이 지나면 아무 의미 없이 사라졌는데요. 금투세가 통과되면 5년간 해당 결손금을 소득에서 공제할 수 있습니다. 손실금 5000만원이 5년간 남아 향후 소득에서 공제해 과세를 하게 되는 것입니다.

셋째로 세금 납부 방식이 달라집니다. 금투세는 과세방법으로 일 년에 두 번 상반기·하반기 때 금융회사에서 원천징수를 합니다. 원천징수는 세금을 미리 뗀다는 말입니다. 바로 이 내용을 두고 개인 투자자들이 불만을 내비쳤는데요. 투자의 기회비용을 잃기 때문입니다.

상반기에 2000만원의 소득을 냈다고 가정해봅시다. 기존 법 대로면 내년 5월에 소득만큼의 세금을 내면 되는데요. 금투세법에 의하면 당해 상반기에 세금을 떼 갑니다. 우리는 주식을 판매해서 얻은 이익을 가지고 다음 투자에 더 큰돈을 넣으며 복리를 만드는데요. 6개월마다 세금을 떼 가면 그만큼 투자금이 적어지니 개인 투자자 입장에서 불만을 갖게 되는 것입니다.

 

여당 ‘개미증세’ vs 야당 ‘부자감세’

그렇다면 왜 갑자기 금투세가 정치권에서 급부상하게 된 것일까요? 사실 금투세는 2020년 12월 2일, 21대 첫 정기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통과됐습니다. 당시 시장 거래에는 증권 거래세를 걷었지만 소액 주식·채권·펀드 및 파생상품 투자 소득 등 비과세 상품이 다양했는데요.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소득에 과세한다’는 조세원칙에 맞지 않는다 비판이 나오게 되면서 금투세의 필요성을 주장했습니다.. 그 결과 2023년 1월 1일부터 금투세를 시행하기로 한 것인데요.

그런데 시장이 2020년과는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습니다. 하반기부터 고환율과 고금리, 경기 침체와 기업실적 악화까지 겹치면서 주식 시장도 긴 침체를 겪고 있는데요. 이에 정부는 지난 7월 금투세 시행을 2025년까지 2년 유예하고 대주주 기준을 10억원에서 100억원으로 상향하는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습니다. 2년간 주식 시장 하락으로 인해 개인 투자자들의 부담이 커졌다는 이유였는데요. 거기에 여당은 금투세가 시행되면 주식투자로 5000만원 이상 벌어들이는 큰손 개인 투자자들이 국내 주식시장에서 자금을 뺄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야당인 민주당은 정부가 제출한 개정안에 반발했는데요. 금투세의 과세 대상이 극소수라는 지적입니다.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5개 증권사를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5000만원을 초과하는 수익을 거둔 투자자들은 개인 투자자의 0.9%(2309만 4832명 중 20만 1843명)으로 추산된다고 합니다. 애초에 연간 5000만원 이상의 소득을 올리려면 5억을 투자하고 평균 10% 이상의 소득을 벌어야 합니다. 사실상 일반 개인 투자자들에겐 쉽지 않다는 것이죠.

여야는 작금의 경제 상황을 고려해 ‘2년 유예’는 잠정 합의하는 분위기인데요. 세부 사항에서 계속 마찰을 빚고 있습니다. 증권 거래세가 대표적인데요. 정부는 이번 금투세 개정안에서 증권 거래세 2%(현재 0.23%)로 낮추기로 했습니다. 민주당은 원안대로 0.15% 까지 낮춰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방기선(왼쪽) 기획재정부 제1차관과 고광효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이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재위 조세소위원회에 참석해 있다.(사진=연합뉴스)


 

세재개편안 심사 취소...혼란 가중

정치권에서 금투세 줄다리기는 여전히 팽팽합니다. 지난 24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의 내년도 세재개편안 심사가 무산됐는데요. 국회법에 따르면 여야는 11월 30일까지 예산 부수 법안(내년 세수에 영향을 미치는 법안)을 본회의 안건으로 상정해야 합니다. 여야가 기한을 지키지 못하면 국회의장 권한으로 정부안을 본회의 안건에 올릴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 교섭단체 간 합의를 진행하는데요. 이에 따라 이번 세제개편안 정기국회 막판까지 원내대표 협상 테이블이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투자 업계의 혼란도 가중되는 상황입니다. 증권사는 금투세 시행을 앞두고 시스템 구축 및 마케팅에 나서야 하지만 구체적인 날짜가 정해지지 않아 난처한 상황입니다. 제도의 불확실성은 증권사의 비용을 증가하고 관련 상품 및 투자 전략을 제시할 수 없게 만드는데요. 이는 결국 개인 투자자의 손해로 이어지게 됩니다. 처리기한까지 앞으로 일주일. 어떤 결말이든 금투세에 관해 조속한 합의가 필요한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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