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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스크의 뼈있는 한마디 “콜드월렛에 넣어야지” [FTX사태 정리]

[이데일리 김혜선 기자] 세계 3위 거래소 FTX가 순식간에 몰락한 사건은 가상화폐 거래소의 신뢰성에 대한 의문을 던졌습니다. 국내에서도 FTX를 통해 코인을 거래하던 개인 투자자들은 투자금 인출이 중지돼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상황이죠. FTX는 ‘이 친구들, 사실 돈 없는 거 아냐?’라는 의구심이 제기된 지 단 9일만에 파산했습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이데일리 스냅타임이 정리해봤습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유동성 의혹 제기 9일만에 파산

 

FTX의 위기는 지난 2일 미 가상화폐 전문 매체 코인데스크US의 보도에서 시작됐습니다. FTX가 만든 회사 ‘알라메다리서치’가 갖고 있는 자산 중 대부분이 FTX가 자체 발행한 코인 FTT로 이뤄져 있다는 내용이었죠. 알라메다리서치 자산 146억달러 중 58억달러가 FTT와 연결돼 있었다고 합니다.

알라메다리서치는 FTT를 담보로 은행에서 돈을 빌려서, 그 돈으로 다시 FTT를 사면서 가치를 끌어올렸습니다. 만약 FTT의 가치가 떨어지기 시작하면 알라메다리서치는 실제 가진 자산이 없어 은행에 돈을 갚을 수 없고, 파산하게 되겠죠.

FTT를 갖고 있는 투자자들은 이런 의심을 하기 시작합니다.

“코인은 사려는 사람이 많을 때 가치가 올라가는데, 알라메다리서치가 FTT를 많이 샀으면 인위적으로 가치를 올린 거 아냐? 그럼 FTT 가격은 거품이네?”

그리고 세계 1위 가상화폐 거래소 바이낸스가 ‘액션’에 나섭니다. 바이낸스 CEO 자오창펑이 7일 자신의 트위터에 “바이낸스가 가진 FTT를 팔겠다”고 선언한 것이죠. 그리고 FTT 청산 이유를 두고 “루나에게서 받은 교훈”이라며 폭탄을 던져버립니다. FTX와 알라메다리서치가 마치 루나 사태처럼 연쇄청산의 위험이 있다고 본 것입니다.

FTX가 발행한 가상화폐 FTT 거래 차트. (사진=코인마켓캡)


 

FTT가격은 폭락하기 시작했습니다. 바이낸스가 FTX를 인수하겠다며 급한 불을 끄는가 싶더니(8일), 하루 만에 인수계획을 철회해버렸습니다. FTX에 돈을 넣고 코인을 거래하던 투자자들도 불안감에 휩싸여 ‘코인런’을 시작합니다. 가상화폐 분석 사이트 코인글래스(Coinglass)에 따르면, FTX의 비트코인 잔액은 2만개에서 단 1개(10일 기준)로 쪼그라들었습니다. 16일 현재는 조금 늘어나 비트코인 6개 정도가 있는 상황입니다.

가상화폐 거래소들의 비트코인 잔액. (사진=코인글래스(Coinglass))


 

머스크의 뼈있는 한마디, “콜드 월렛!”

FTX는 보유하고 있던 가상화폐와 현금이 뭉텅이로 빠져나가자, 출금 정지라는 초강수를 둡니다. 그리고 FTX의 CEO 샘 뱅크먼 프리드는 자리에서 물러나고, 11일 미 법원에 파산 신청을 했죠.

샘 뱅크먼 프리드의 트위터. 결국 파산 신청을 하며 투자자들에게 '죄송합니다'라는 한마디를 남겼다. (사진=@SBF 트위터)


 

이제 투자자들은 새로운 의심을 하기 시작합니다.

“왜 갑자기 출금을 막지? 내가 FTX에 넣은 현금, FTX에서 거래하던 코인이 ‘빠져나가면 안 되는’ 이유가 있나? 혹시, 내 돈을 다른 데 쓴 건가?”

의심은 곧 현실이 되었습니다. 12일 로이터통신은 FTX가 고객 자금 100억달러(13조1840억원)를 알라메다리서치로 몰래 옮겼고, 이 중 10~20억 달러가 사라졌다고 보도했습니다. 알라메다리서치는 루나코인 사태로 자금난에 시달려왔는데, 지난 6월부터는 대출 상환 압박도 커졌다고 합니다. 업계에서는 알라메다리서치의 빚을 갚기 위해 FTX가 고객 돈을 유용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 난리통에 일론 머스크는 13일 트위터의 실시간 음성 채팅 서비스 ‘트위터 스페이스’에서 샘 뱅크먼 프리드를 만났던 ‘개인적 인상’을 밝혔습니다. 머스크는 트위터 인수 자금 마련 건으로 뱅크먼과 30분 간 이야기를 나눴는데, 그를 “헛소리 하던 녀석(this dude is bullshit)”으로 표현했죠. 또 “이 친구는 뭔가 잘못됐고, 돈도 없고, 성공도 못할 것이라는 게 내 예상이었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리고 머스크는 가상화폐 거래소에 대한 뼈있는 한마디를 던집니다.

“아마 미래에는 비트코인, 이더리움, 도지코인이 있을 것 같다. 만약에 이 세 가상화폐를 콜드 월렛에 보관하고, 거래소에서 빼두면(off an exchange), 내 추측으론 잘 될 것이다.”

가상화폐 지갑은 온라인에 연결된 ‘핫 월렛’과 온라인과 단절된 ‘콜드 월렛’으로 나뉘는데요. 보안이 더 뛰어난 것은 콜드 월렛입니다. 그런데 거래소는 개인이 가진 가상화페를 전송받아서, 핫 월렛이나 콜드 월렛에 저장해둡니다. 대부분 대형 거래소는 가상화폐를 콜드 월렛에 저장해두긴 하는데, 따지고보면 이는 개인 지갑이 아닌 ‘거래소 지갑’에 들어가 있습니다. 개인은 철저하게 거래소를 ‘믿고’ 가상화폐를 맡겨두기에, 거래소에 무슨 일이 생기면 자산을 보호받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머스크는 그동안 가상화폐 거래소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을 자주 드러내왔습니다. 개인이 가진 가상화폐는 개인이 스스로 자금을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게 머스크의 생각입니다.

한편 FTX 사태를 통해, 투자자들은 거래소가 과연 ‘내 자산’을 ‘거래소 지갑’에 잘 보관하고 있는지 확인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바이낸스를 비롯한 9개 가상화폐 거래소에서는 앞다퉈 ‘준비금 증명’을 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고객이 전부 코인과 돈을 인출해도 충분히 지급할 ‘체력’이 된다는 것을 증명하겠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준비금 증명도 거래소가 마음먹고 고객의 돈을 유용하는 것을 막지는 못하죠. 앞으로 거래소 규제안이 더 촘촘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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