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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 변호사가 말하는 이태원 참사...“국가 책임 명확”

[이데일리 안수연 인턴기자] 우면산 산사태 등 사회적 재난 사건을 다뤄온 김영희 변호사는 지난달 29일 발생한 이태원 참사를 두고 ‘용산구, 서울시, 경찰, 정부의 직무상 위법이 명확하다고 지적한다. 재난 변호사가 바라보는 이태원 참사에 행정당국의 법적 책임을 들어봤다.

우면산 산사태 등 재난 사건을 다뤄온 김영희 변호사. (사진=본인제공)


-이번 이태원 참사에서 일각에서는 “주최자가 없는 행사다”라는 책임 소재를 부인하는 발언을 했다. 변호사께서는 지자체와 정부의 책임이 분명하다고 말하셨다.

△용산구나 정부가 했던 해명은 ’개최 주체가 아닌 축제에는 책임이 없다’는 논리다.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이하 재난안전법) 조문 66조11을 보면 ‘지역 축제를 개최할 때 지자체나 정부가 안전 관리 계획을 수립하고 안전관리 조치를 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다.

이 조문이 나온 배경에는 지난 2005년 경북 상주 시민운동장에서 열린 한 지상파의 가요 콘서트에서 11명의 인명사고가 난 참사가 있다. 이후에 매뉴얼을 개발하며 2013년도에 이 조항을 만든 것이다.

66조11의 조문의 경우 주최자가 있는 축제만 규율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조문의 취지는 주최자가 있든 없든 일정한 규모 이상의 사람이 모여 위험이 예측되면 안전관리를 해야 된다는 것이다. 재난안전법시행령에 나온 위험할 수 있는 기준이 되는 사람 숫자가 순간 최대 1,000명이다.

그런데 주최자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하루에 10만 명까지 모일 수 있는 상황을 예상하고서도 안전 관리를 안 한 것은 재난안전법을 위반했다고 적용할 수 있다. 또한 재난안전법 4조를 보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재난이나 사고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신체 재산을 보호할 책무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변호사님은 우면산 산사태 변호를 맡아 서초구청을 상대로 국가 배상을 이끌어 냈다. 이 과정에서 ‘공무원으로써 마땅히 지켜야 할 준칙을 지키지 않은 것이 객관적인 정당성을 상실할 경우에는 위법이 된다’라는 점을 주장하셨다.

△우면산 산사태와 이태원 참사는 ‘재난’이다. 정부는 용산구 일대를 특별재난구역으로 선포했다. 재난 발생과 관련해 경찰에게는 경찰관직무집행법이 적용된다. 경찰관직무집행법 제5조를 보면 경찰관은 인명이나 신체 위해 가능성이 있을 때 위험발생 조치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건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재량권이 아니다.

이태원 참사는 사람이 많이 몰려 통제를 안 하는 게 현저히 불합리하다고 판단이 됐다. 이같이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것이 현저히 불합리하다고 인정이 될 때 경찰이 위험발생 조치를 하지 않은 것은 직무상의 의무를 위반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경찰관직무집행법 5조를 위반했다.

도로교통법에도 경찰은 도로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서 보행이나 차량 통행을 금지, 제한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다. 법에도 경찰관은 공공의 안녕, 질서를 유지할 의무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우면산 산사태 소송에서, 산사태가 금방 날 것 같은 위험한 상황에서는 경찰이 도로를 통제했어야 했고 하지 않은 것은 직무상의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국가 배상 책임의 대상이 된다고 판결이 났다.

이번 이태원 참사에서는 사회재난으로 사람이 한꺼번에 많이 다칠 수 있는 급박한 상태에서 경찰이 통제를 하지 않은 것은 같은 재난으로써 똑같이 직무상의 위법이라고 말할 수 있다.

-서울시, 정부에 물을 수 있는 법적인 책임은 무엇인가

△ 재난안전법 4조에 따르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모두에게 책무가 있다. 재난안전법에는 중앙 정부가 져야 될 책임과 지자체에서 갖춰야 할 체계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 이태원 참사가 일어난 날 이태원 현장에 소방의용대원 12명이 있었다.

서울시도 그 지역에 재난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인정하고 서울시 관할의 책임 하에 소방 재난 본부 산하 소방의용대원을 보낸 것이다. 서울시 소방재난본부가 파견한 소방의용대원들은 불이 나는 것만을 감시하는 것이 아니라 위험을 방지 했어야할 의무가 있다.

재난안전 관리법에 서울시 조례가 있다. 재난안전법에 근거한 하위규정인데 이름이 서울시 재난 및 안전 관리 기본조례다. 45조에 서울시장은 관할 구역에서 재난 발생이 우려 될 때 대피명령이나 통행제한 응급조치를 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다.

서울시는 상위법인 재난안전법뿐만 아니라 서울시 재난 및 안전 관리 기본 조례에도 나와있듯이 재난 발생이 우려되는 상황에 대피명령이나 통행제한의 조치를 취했어야 한다.

- 선 인력 배치만이 사태를 막을 수 있던 방법이었나

△ 이태원 참사에서 경찰을 미리 배치하는 것도 중요했지만 더 큰 문제점은 참사 당일 취하지 않은 조치에 대해서 지적하고 싶다. 예상을 못 했다고 하더라도 현장에 와 있는 경찰들이 실시간으로 보고 있는 인파는 엄청 났었다. 아까 말씀드린 우면산 산사태 소송에서 경찰관 한명이 상태를 파악하고 추가 피해를 막았었다.

당시 우면산 밑 남부순환로의 양재역 방향은 경찰관 한명이 배치됐었다. 이 경찰관이 무전을 쳐서 러버콘(도로 공사 등을 할 때 안전 표시로 사용하는 고깔 모양의 고무 제품) 몇 개로 도로 한 방향을 차단시켰다.

경찰이 미리 배치가 안 됐다고 하더라도 현장에서 경찰이나 공무원들 서울시 소방재난본부나 용산구청 공무원들이 현장에서 바로 판단을 해서 소수의 인력으로도 도로를 통제하고 일방통행으로 사람들의 동선을 통제하는 것이 가능했다.

이것이 많은 인력을 필요로 하는 것도 아니다. 또는 1번 출구에서 사람을 못 내리게 한다 등의 조치를 현장에서 전화 몇 통으로 할 수 있었는데 이것을 안 한 것이 문제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집회, 데모가 많아서 인력이 분산됐다라고 말했는데.

△ 책임을 떠넘기는 발언이다. 이태원 참사 당일 광화문 집회에 모인 인원들의 수를 합하면 3만 명도 안 된다. 당시 집회에 경찰 1,500명을 배치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태원에는 겨우 130명을 배치했는데 이것은 분명이 잘못된 조치다. 집회와 데모가 많아서 분산 했다는 것은 책임을 피하기 위한 변명에 불과하다.

-정부는 오는 5일까지를 애도기간으로 선포했다. 일각에서는 책임소재 파악보다 애도가 먼저라는 의견이 있다.

△ 당연히 애도가 우선이다. 애도라는 건 굳이 기간을 정하거나 기간을 공식적으로 선포하지 않아도 모든 국민들이 애도하고 있다. 정부가 애도기간을 설정하면서 정치권에 요구한 것은 정쟁을 하지 말라는 것이다. 지금 책임을 묻지 말고 나중에 얘기하자고 해석할 수 있다. 이번 이태원참사에 대해서 책임을 져야 될 주체가 자신한테 책임을 묻지 말라고 하는 것은 부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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