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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m골목에 떠밀린 인파...그 일대 모두 위험했다

[이데일리 한승구 인턴기자] 29일 이태원로 좁은 골목에서 대규모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내리막길의 좁은 골목길에서 수천 명의 시민이 한꺼번에 몰렸다가 떠밀린 사람들이 넘어지며 참사는 시작됐다. 사고가 발생한 골목길은 인근에 지하철역, 유명 상가 등이 모여 있어 평소에도 사람들이 많이 붐비는 공간이었고, 그 주변엔 좁고 경사진 골목길이 다수 있었다. 비단 사고가 발생한 골목 뿐 아니라 그 일대 자체가 위험했던 것이다. 어떻게 하면 이 같은 사고가 반복되지 않을지, 또 좁은 지역에 과도하게 인구가 밀집된 경우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지 스냅타임에서 알아봤다.

(압사 사고가 발생한 골목. 출처: 한승구 인턴기자)


 

이날 이태원에는 경찰 추산 약 10만명의 사람들이 모였다. 참사가 일어난 골목길은 길이 45m에 폭은 3m 내외로 사람 5~6명이 한 번에 지나갈 수 있는 정도였다. 거기에 경사도 역시 10% 정도 되는 급한 내리막이었다. 사고는 그 좁은 골목에 인파가 몰리면서 발생했다. 인파에 쌓인 사람들이 몸에 강한 압박을 느끼고, 본인 의지와 무관하게 휩쓸리듯 연쇄적으로 쓰러진 것이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적학 교수는 “1m²에 5명을 초과하면 위험한데, 이미 사고가 발생한 골목의 경우 그 수가 한참 넘었다”며 “좁은 공간에 몰린 사람들이 서있는 상태로 휩쓸리는 분위기에 한 명이 넘어지면 다수가 연쇄적으로 넘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해밀턴 호텔 옆 골목 부근은 근처에 지하철역이 있고, 세계 음식 거리로 유명해 평소에도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장소였다. 이태원에서 3년간 장사를 한 상인은 “해밀턴 호텔 양 옆으로 난 골목이 평소에도 사람들이 많이 붐빈다”며 “위로 유명 상가들이 있고, 술집이나 클럽 등이 있어 젊은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코로나19로 인해 상권이 침체돼 사람들이 몰리는 구간이 한정적인데 사고가 발생할 것을 미리 대처하지 못해 아쉽다”고 말했다. 대규모 인파가 몰릴 것을 예상하고 사전에 대처할 수 있지 않았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좁고 경사진 골목...근처에 더 있었다

(출처: 네이버 지도)


 

사고 발생 지점 근처에도 압사 사고의 위험성이 큰 골목들이 많았다. 해밀턴 호텔 옆 골목 주위에는 좁고 경사진 골목들이 얽혀있었다. 사고가 발생한 골목 위로는 세계 음식 거리가 쭉 이어져 있고, 그 사이로 다른 골목들이 나있는 형태였다. 다른 골목들 역시 좁고 경사진 형태였으며 한 골목은 사람 2~3명이 지나가기도 버거워 보였다. 또다시 인파가 몰리게 된다면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 교수는 “이번 골목의 경우가 압사 사고가 발생하기 쉬운 조건이었다”며 “좁은 골목과 내리막 경사, 그리고 높은 인구밀집이라는 3가지 조건이 동시에 작동하면 압사 사고의 위험이 커진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사건이 발생한 골목 외에도 압사 사고 위험이 있던 것으로 전해진다. 사람이 몰리기 시작한 저녁 7시 전까지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우측 보행을 하며 통행을 이어갔지만, 인파가 더 몰리면서 그것마저도 소용없었다. 이날 현장에 있던 목격자가 인터넷에 올린 글에 따르면 “단풍나무집(세계 음식 거리) 앞에서 한 번 압사 사고가 날 뻔했고, 사람들이 더 몰리는 것 같아 무서워서 친구와 집에 돌아갔다”고 전했다.

 



(사고 발생 근처 골목들. 골목 모두가 좁고 경사져있다. 2022.10.31 사진=한승구 인턴기자)


 

전문가 “이미 인파가 몰리면 수습 어려워. 질서 유지가 최우선”

전문가는 이미 많은 인파가 몰리고 나면 수습하기 어렵다며 질서를 통한 예방을 강조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 교수는 “이번 사태의 경우 인구밀집이 높음에도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1m²당 최대 5명을 넘지 않도록 일방통행, 우회, 도로 제한 등의 질서 유지를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주최 측이 모호해 책임소재가 불명확하다는 점도 꼬집었다. 이 교수는 “이번 행사는 개인의 자발적 참여로 이뤄진 탓에 경찰이 개입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며 “개인의 자발적 참여도 경찰 등의 집단이 관여할 수 있도록 매뉴얼을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동선에 있어 장애물 치우고 출입구를 확보해서 병목현상 완화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사고가 발생한 골목에는 좁고 경사진 데다, 바닥도 울퉁불퉁한 상태였다. 거기에 테라스 의자, 테이블 등 가게에서 내놓은 물건들로 가뜩이나 좁은 골목이 더 비좁았다. 수많은 인파가 몰리면 도로에 장애물이 통행에 불편을 초래할 수 있어 각별히 주의를 써야 한다는 것이다.

 

압사 위험 느낄 시 대응법

서울은 인구밀도가 높은 탓에 각종 행사가 열리면 수많은 인파가 한 장소에 모인다. 만원 지하철도 이와 같은 경우인데, 압사, 질식 사고 등이 일상에 늘 상존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는 먼저 인파가 많은 장소에 각별한 주의를 가지며 최대한 피할 것을 강조하며, 부득이하게 장소에 있게 될 시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한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 내과 교수는 “호흡기의 압박으로 기도가 눌리게 되면 아예 숨을 쉴 수 없다”면서 “갈비뼈가 부러져 폐나 복강 등을 찌를 수도 있기 때문에 압사 위험은 곧 생명과 직결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체중이 작고 마른 분들은 압박에 더 버티기 힘들다”면서 “압사 위험을 느낄 시 팔짱을 끼고 두 팔을 최대한 앞으로 뻗거나, 가방 등을 앞으로 매서 공간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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