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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교통공사 "RH시간대" 공지 논란, 한글박사님께 물었습니다

[이데일리 한승구 인턴 기자] 서울교통공사가 열차 운행시간을 연장 공지한 게시글에 사용된 외국어를 두고 논란이 불거졌다. 이에 정부·공기관 등에서 공공언어 사용 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지난 15일 서울교통공사 트위터)


 

지난 15일 서울교통공사는 공식 트위터에 대설 주의보 발효로 인해 지하철 집중배차를 연장해서 운행하겠다는 내용의 공지를 올렸다. 서울교통공사 측은 “RH 시간대 지하철 집중배차를 30분 연장하여 운행하오니 열차 이용에 참고시기 바랍니다”라고 알렸다.

문제가 된 내용은 ‘RH시간’이라는 단어였다. 다양한 사람들이 알아보기 쉽게 써야 하는 공공기관의 공지 내용으로는 부적절하다며 온라인 상에서 설전이 벌어진 것이다.

RH는 ‘러시아워’(Rush-hour)의 줄임말로 도로나 대중교통이 혼잡한 시간대, 출퇴근 시간대를 의미한다. 하지만 국내에서 RH라는 단어는 ‘혈액형’·‘Right-Hand’ 등 다양하게 활용된다. 또한 자주 사용하지도 않는 탓에 RH의 뜻을 모르는 사람이 많았다.

직장인 J씨(25세)는 “RH시간이라는 말을 이번에 처음 들었다”면서 “한국말 내버려두고 굳이 어렵게 영어를 사용해야 하는지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차라리 ‘출퇴근 시간’이나 ‘혼잡 시간대’라는 말이 더 이해하기 쉽다”고 말했다.

취업준비생 J씨(26세)는 “RH시간은 지하철을 자주 타는 사람들 사이에서 이용하는 말”이라며 “평상시에는 잘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잘 모르는 사람이 많을 것 같다”고 말했다.

고등학생 L군(17세)은 서울교통공사가 올린 게시글 아래 문단에 ‘출근시간대’라고 적혀있는 것을 보고 나서야 내용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는 “글 아래 출근·퇴근 시간이 적혀있는 것을 보고 RH시간이 출퇴근 시간대인 것을 알았다”며 “검색을 하고 나서야 정확히 무슨 뜻인지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편 RH가 기본 상식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한 누리꾼은 자신의 트위터에 “RH는 출퇴근 시간대, NH는 편시·주말·공휴일. 기본상식이다. 알고 계세요. 다른 곳에서 똑같은 짓 하지 마시고”라고 말했다. 이에 다수의 누리꾼들은 “RH가 기본 상식인 줄 처음 알았다”며 “RH라는 약자는 겹치는 게 많아 상식이 아니다”라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트위터 화면 캡쳐)


 

어려운 공공언어... 국민 기본권 침해 우려 

이에 정부와 공공기관에서는 사회의 구성원이 읽는 공공언어 사용에 더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칫 구성원에 대한 차별과 기본권 침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건범 한글문화연대 대표는 “RH처럼 공공기관에서 외국어 등 어려운 단어를 사용하게 되면 대중들이 뜻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위험에 대한 감지가 떨어지게 된다”며 “이것은 자연스레 국민의 생명 안전 및 기본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공공기관에는 일반 국민이 알기 쉬운 용어를 장려하도록 법률로써 규정하고 있다. 국어 기본법 시행령 제3조에는 “해당 공공기관 등의 정책 또는 업무를 효과적으로 국민에게 알리기 위한 알기 쉬운 용어의 개발·보급과 정확한 문장의 사용 장려”가 공공기관에 임명된 국어 책임관의 임무로 명시돼있다.

이 대표는 공기관에서 우리말로 바꾸기 위한 노력을 조금만 기울이면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공공언어에서는 우리말이 아닌 것은 사용하지 않으려 해야 한다”며 “이 말을 썼을 때 당장 내 부모님 등 주변 사람이 이해할 수 있을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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