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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춘문예보다 카카페·네웹소.. 웹소설 작가를 꿈꾸는 2030

(사진=이미지 투데이)


 

[이데일리 강민정 인턴기자] #대학 졸업을 앞둔 A씨(27, 가명)는 웹소설 작가 지망생이다. 공무원 준비를 하다가 우연히 웹소설의 매력에 빠지면서 진로를 틀었다. 그는 아직 사람들에게 주목받는 작품을 내지는 못했지만 언젠가는 ‘잭팟’이 터질 거라고 믿으며 꾸준히 소설을 연재 중이다. 웹 소설은 독자와의 소통을 기반으로 하는 장르다. 그가 작품을 올리면 독자들은 댓글로 비평을 남긴다. 비난에는 상처받기도 하지만 이러한 소통방식 덕분에 문예 창작을 배워본 적 없는 A씨도 웹소설 작가가 될 수 있었다.

웹소설을 집필하는 작가도 이미 20만 명이 넘는 숫자를 기록하고 있다. 웹소설 작가를 전업으로 하는 지망생도 덩달아 늘어나는 추세인데, 그중에서도 2030 세대들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21년 한국 웹소설 시장 규모는 약 6천억 원대다. 출판업계에 따르면 종이책 소설 시장 규모의 2배가 넘는 수치다.

김준현 서울사이버대학교 웹소설문예창작학과 학과장은 9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입학생 중 60% 이상은 20~30대로, 계속 증가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전체적인 시장 규모의 성장이 가장 큰 요인이지만 작가 입문의 허들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도 주요하게 작용했다. 전통적인 문예 창작의 경우에는 작가로서 자격을 얻기 위한 시간이 꽤 오래 걸린다. 반면 웹소설의 경우는 특정한 자격요건이 필요하기보다 자유 연재를 하면서 실력을 쌓을 수 있다는 게 핵심이다. 이런 부분이 당장 사회로 나가고 싶은 젊은 세대에게는 큰 어필이 될 수 있다”고 김 학과장은 답했다.

‘등단’은 작가를 전업으로 준비하는 2030세대에겐 취업시장보다도 좁은 ‘바늘구멍’이다. 종이책 업계에서는 신춘문예나 공모전이 일종의 관문처럼 여겨져왔다. 종이책은 흥행에 실패할 경우 출판사가 감수해야 할 리스크가 커서 나름의 게이트 키핑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반면 웹 소설은 검증되지 않은 글이 연재되더라도 플랫폼이 감수해야 할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작다. 이러한 매체의 특성은 아마추어 웹소설 작가가 ‘등단’하지 않아도 꾸준히 소설을 연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여기서 일정 분량의 글을 채우면 유료 작가로도 성장할 수 있다. 결국 진입장벽은 비교적 낮으면서 ‘일단 성공하기만 하면 대박’의 수익성을 가진 '웹소설 작가'가 당장의 취업이 급한 젊은 지망생들에겐 꿈의 직업인 셈이다.

(사진=카카오 페이지 사이트)


 

“일종의 서바이벌 같아.. 하루라도 연재 안 하면 도태돼”

수많은 젊은이가 제 2의 산경(‘재벌집 막내아들’의 원작자)을 꿈꾸며 웹소설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하지만 ‘일단 성공하기’가 어려운, 현실의 벽에 부딪히는 이들도 적지 않다. 웹소설 사이트 ‘문피아’에서 웹소설을 연재 중인 B씨는 웹소설 작가의 생태계를 '서바이벌 게임'이라고 표현했다. B씨는 “관심을 못 받는 글은 바로 접어야 한다. 그동안 그 작품에 쏟았던 애정이나 노력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는 거니까 속상할 때도 있다. 하지만 독자들의 반응이 곧 성적표라서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아무리 공을 들여 쓴 글도 초반에 관심을 사로잡지 못하거나 중간에 스토리가 늘어지기라도 하면 독자들의 관심은 빠르게 식는다. 한번 외면당한 글은 다시 주목받기 어려워 매회마다 독자들의 관심을 붙잡아두는 게 관건이다. B씨는 “이미 많은 분량을 써 둔 상태인데 독자들 반응이 좋지 않아서, 지금 쓰던 글을 접고 새로운 글을 다시 연재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사람에게 이름이 알려진 ‘네임드 작가’가 아닐 경우에는 수익이 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린다. 전문가들은 신인 작가가 계약을 통해 선인세를 받지 않는 이상 첫 수익이 나기까지는 “대략 9개월의 시간이 걸린다”고 말한다. 독자의 긍정적인 호응을 얻는 작품을 썼을 때의 이야기다. 웹소설 시장에 처음 뛰어든 아마추어 작가들은 무급으로 글을 쓰는 일을 꾸준히 해나가야 한다. 시장에서 사장되지 않고 살아남으려면 반응이 좋든 나쁘든 매일 연재해야 하는 고충도 뒤따른다. B씨 역시 아무리 힘들어도 주 6일 연재는 '국룰'이라고 설명했다.

(사진=네이버 웹소설 사이트)


 

커지는 시장에 걸맞은 제도와 지원, 다양하게 논의돼야

웹소설 시장의 전망은 밝다. 한국 콘텐츠 진흥원에 따르면 2013년에 백억 원 수준이던 국내 웹소설 시장은 지난 2021년 60배가 넘는 규모로 성장했다.

다만 수익 배분 구조, 작가의 처우 등과 관련된 논의가 더딘 상태다. 매니지먼트와 플랫폼마다 수치는 조금씩 다르지만, 대부분의 계약 비율은 작가와 매니지먼트가 7:3의 구조를 가진다. 작가는 매니지먼트에 원고를 전달하고 매니지먼트는 이를 플랫폼에 유통하는데 플랫폼 수수료도 약 30~40%를 지불해야 한다. 쉽게 말해 백만원의 매출이 발생하면 플랫폼은 30만 원, 매니지먼트는 21만 원, 작가는 49만 원을 가져간다.

이러한 방식이 매니지먼트와의 수수료에 웹소설 플랫폼과의 수수료가 더해지는 구조이므로 이중 부담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지난해에는 웹소설 작가들이 플랫폼의 높은 수수료 부담을 호소하는 집단민원을 제출하기도 했다. 광고나 배너가 독자를 유입하는 데에도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시장에서 플랫폼이 가진 힘은 막강하다. 업계 관계자들은 “유명 작가마저 대형 플랫폼 앞에서는 ‘을’일 수밖에 없는데,  사회 경험이 적은 20~30대 신인 작가들은 좋은 대우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김환철 한국웹소설작가협회 회장은 “불합리한 계약 조건을 명시한 일부 플랫폼의 이야기다"며 "소설 작가에 대한 수익 분배나 처우 자체는 과거에 비해 많이 좋아진 편”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아무래도 시장 특성상 작가 개개인의 역량에 따라 계약이 차등적으로 적용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일부 플랫폼에서 작가를 상대로 갑질을 하거나 공정한 배분을 저해하는 것은 문제”라고 덧붙였다. 김회장은 이어 “레드오션이라지만 그래도 성장할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분야라 작가들과 협업하는 웹소설 pd나 해외로의 수출 동력을 증진하는 웹소설 번역가 등 새로운 직업 발굴에도 웹소설이 기여하고 있다"면서 "시장 자체의 투자가치는 앞으로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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