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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정보라”…비공개 채용공고·결과에 답답

[취업난맥④]“기업에 유리한 정보만 찔끔 공개해”
“지원자 60%는 불합격 사실도 몰라”
탈락자 배려메시지 보내는 기업 늘어

구직자들이 국내 기업과의 현장 면접을 신청하기 위해 줄지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사진=연합뉴스)


#1. 취업준비생인 대학생 박모(24)씨는 식품업계 대기업의 임금 정보를 여러 군데 찾아봤지만 정확히 알 수 없었다. 결국 회사에 직접 물어보기도 했지만 “내부 정보라 알려줄 수 없다”는 답만 돌아왔다.

#2. 국내 유명 호텔의 정기 채용일정과 임금수준 등을 알고 싶었던 취준생 홍모(26)씨도 인터넷에 두루뭉술한 정보밖에 없어 호텔에 직접 문의했지만 “기업 정보라 공개할 수 없다. 채용공고를 게시할 때까지 기다려달라”는 말을 들어야 했다.

취준생들이 기업의 비공개 채용공고에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다. 회사정보는 대개 회사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하게 돼 있지만 국내 유수의 대기업 정도를 제외하면 기본적인 회사 IR자료 조차 없는 경우다 허다하다.

그나마 상장사는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접속해 분기별 실적까지 확인하거나 회계법인의 회계 결과를 열람할 수 있지만 비 상장사는 기대하기 어렵다.

취준생 중에서도 회계나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을 아는 이가 드물어 한눈에 기업 정보를 들여다보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전문가들은 기업들이 채용과정에서 지나치게 정보를 제한하거나 유리한 정보만 제공하는 행태가 대부분이어서 채용 과정에서의 투명성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지적한다.

일자리 박람회에서 한 구직자가 스마트폰 불빛을 이용해 이력서를 쓰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기업에 유리한 정보만 ‘찔끔’

구인·구직 사이트 ‘사람인’이 최근 기업 429곳을 조사한 결과 응답기업의 52.9%가 채용정보 비공개 관행이 남아 있다고 14일 밝혔다.

이들 기업이 채용공고 게재 시 공개하지 않는 대표적 정보는 ‘연봉’이다. 기업들이 공개하지 않는 정보(복수응답)에는 연봉(57.1%), 구체적인 채용일정(24.2%), 채용인원(22.8%), 직무별 필요지식 및 기술(13.5%) 등이다.

이들 기업이 구직자들에게 중요한 정보인 임금을 밝히지 않는 원인(복수응답)으로는 ‘임금은 기업 내부 정보라서’ (61.2%), ‘합격자에게만 공개하면 된다.’ (27.8%), ‘높은 임금을 주는 곳에만 지원자가 몰릴 것 같아서’ (17.1%) 등이 꼽혔다.

채용일정을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는 이유(복수응답)로는 ‘유동적인 채용 업무 처리를 위해’ (54.8%), ‘수시채용으로 고정된 날짜를 정할 수 없어서’ (47.1%) 등이 꼽혔다.

결국 구직자들이 취업준비 온라인 카페나 지인을 통해 직접 임금 정보 등을 찾아 나서기도 한다. “○○○ 사이트에서는 평균연봉 4400만원, △△△ 사이트는 연봉 3000~5000만원이라고 나오는데 이 기업 초봉은 얼마인지 아시나요?” 취업준비 카페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게시글이다.

김동원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국내 기업은 평균임금이 높으면 평균임금을, 신입사원 초봉이 높은 경우 초봉 등 기업에 유리한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며 “미국은 컨설팅 회사 등 제3의 기관이 직원 설문 조사 등을 통해 정확한 임금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위로의 메세지를 담은 불합격 통보 문자에 대한 네티즌들의 반응(사진=한 취업 온라인 커뮤니티)


10명 중 6명 불합격 통보도 못 받아

취준생 이모(26)씨는 한 세무법인에서 최종면접을 봤다. 인사담당자가 결과는 이번 주 안에 알려주겠다 했지만 아무런 연락이 오지 않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취업 포털에 접속했는데 같은 내용으로 그 회사의 채용공고가 새로 올라왔다.

이씨는 “구직자가 회사에 예의를 갖추기만 바라지 말고 회사도 최소한의 예의를 갖췄으면 좋겠다”며 “오랫동안 취업 준비를 하고 결과만 기다리는 구직자는 언제나 을”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취업포털 커리어가 인사담당자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기업의 42.2%만 불합격을 통보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취준생 10명 중 6명은 채용과 관련한 어떠한 연락도 지원한 회사로부터 받지 못하는 것이다.

이러한 채용 문화를 바꿔보자며 탈락자에게 위로의 메시지를 보내는 기업들도 등장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어떤 이유로 떨어졌는지 명확히 알 수 있어 결과를 받아들일 수 있다” “지원자 본인의 위치를 알 수 있고 부족한 점을 개선할 수 있어 좋다” 등의 긍정적인 반응이 많았다.

롯데그룹은 불합격한 지원자들에게 면접 평가 결과를 그래프로 만들어 메일로 보내고 있다. “채용과정은 보편적으로 우수한 인재를 선발하는 과정이 아니라 회사별 특성과 지원한 직무에 적합한 인재를 선별하는 과정”이라는 메세지를 덧붙인다.

금호석유화학은 대졸 신입 공채 서류전형 결과를 발표하며 총 지원자 수와 합격한 지원자 수를 공개했다. “지원자님께서 부족하고 모자라서가 아닙니다. 더 많은 분을 모시지 못하는 회사의 잘못입니다”라는 메시지를 함께 보낸다.

이수그룹 채용담당자는 “저 또한 취업준비생 시절, 수차례 고배를 마셨었다. 지금 이 글을 쓰려니 참으로 조심스러워진다. 그 어떤 말로도 위로가 되지 않음을 알기 때문이다”고 불합격 통보에 미안함을 담기도 했다.

[한정선 기자·김민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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