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 세대를 위한 뉴스

snaptime logo

'길거리로 뛰쳐 나온 선정성'…도넘은 인터넷방송

[위험수위넘은방송③]
일반인 사생활 침해 논란 확산
선정성·화제성 때문에 길거리로
사실상 성희롱 ‘캣콜링’ 처벌해야

(사진=이미지 투데이)


“예쁘게 생겼네. 빼빼로 사줄 테니까 시청자들한테 손 좀 흔들어줘요”

최근 한모(23)씨가 신사역을 지나가다가 인터넷 방송 BJ에게 들은 말이다. 길거리에서 다짜고짜 셀카 봉에 매달린 카메라를 들이밀어 당황했고 빼빼로 사줄 테니 인사해달라는 말에 두 번 당황했다.

한씨는 “거절했는데도 끝까지 따라와 빼빼로를 고르라기에 골랐더니 시청자들을 향해 나를 비웃으며 도망갔다”며 “정말 불쾌하다”라고 말했다.

스냅타임은 지난 6일 인터넷방송부터 지상파방송에 이르기까지 미디어의 선정성을 지적한 시리즈 두 편을 보도했다. 최근 들어 1인 인터넷 방송 진행자(BJ)의 콘텐츠가 온라인을 넘어 오프라인으로까지 나와 일반인의 사생활과 초상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일부 BJ들은 사실상의 성희롱에 가까운 추파를 던지기도 해 보는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정도다. 이들에 대한 처벌과 방송윤리기준 강화가 필요하지만 모호한 법 규정 등으로 바로 잡기 어려운 상황이다.

유튜브에 '길거리방송'이라고 검색한 결과(사진=스냅타임)


일반인의 일상까지 침범하는 BJ

유튜브에 ‘길거리 방송’이라고 검색만 하면 ‘예쁜 여자 번호 따기’, ‘강남 길거리에서 헌팅해 룸방으로?’와 같은 자극적인 방송 제목이 보인다. 단순히 시청자들의 구경거리를 위해 동의를 받지도 않고 이야기 소재로 일반인들을 이용하고 있다.

아프리카TV를 통해 길거리 라이브방송을 시청한 적 있는 김모(28)씨는 “일반인 게스트가 등장하면 우선 사람들이 얼평(얼굴 평가)과 몸평(몸매 평가)를 한다”며 “종종 수위 높은 농담도 오간다”고 말했다.

길거리 방송 콘텐츠는 BJ들이 강남, 이태원, 홍대 등 번화가를 찾아 거리를 지나는 남·녀에게 접근해 말을 붙이는 형식으로 진행한다. 실시간으로 이뤄져 카메라를 든 BJ가 비추는 화면에 일반인들의 얼굴과 몸이 그대로 노출된다.

BJ들은 “어디 가는 중이냐 뭐하고 있었냐”는 등 인터뷰를 진행하는 듯싶으나 얼평과 몸평으로 이어지기가 대다수다.

사실상 길거리 성희롱 ‘캣콜링’

BJ가 길거리에 지나가는 사람에게 추파를 던지거나 헌팅(전화번호 물어보기)하는 이른바 ‘캣콜링(cat-calling)’은 엄연히 범죄행위지만 관련 처벌 규정이 없다.

‘캣콜링’이란 공공장소에서 지나가는 여성을 향해 남성들이 휘파람을 불고 추파를 던지는 등의 행위를 말한다. 끈질기게 따라오거나 번호를 물어보고 몸을 훑어보는 행위 모두 이에 속한다.

경범죄처벌법 3조 41항에 따라 10만원 이하의 벌금형으로 처벌된다. 하지만 ‘비접촉 성범죄’에 대한 처벌은 다소 모호하다. 언어 성희롱이나 공연음란죄(바바리맨)를 목격하더라도 직접적인 신체접촉이 없어 더 큰 처벌을 할 수 없다는 것이 수사당국의 의견이다.

우리나라는 성폭행이나 성추행과는 달리 언어적 성희롱은 형사처벌 규정이 없다.  성적 수치심과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음담패설이나 신체 부위 평가를 지속적으로 하더라도 ‘직장 내’의 경우가 아니면 법에 호소할 마땅한 방안이 없다.

지난 3월 민주평화당 천정배 의원이 언어적 성희롱을 처벌할 수 있는 ‘형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지만, 아직 통과되지 않았다.

최근 프랑스에서는 ‘캣콜링’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최대 750유로(100만원 상당)의 벌금을 부과하는 법을 통과시켰다. 미 코넬대가 서구권 22개국 여성 1만66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84%가 17세 이전에 ‘캣콜링’을 처음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방송통신위원회 개인정보보호 윤리과 관계자는 “BJ들이 일반인을 상대로 길거리에서 방송하는 것은 엄연히 초상권 침해로 볼 수 있다”며 “방통위에서 위법성, 위해성을 판단해 삭제나 차단요청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1인 방송 시장이 커진 만큼 BJ들도 가이드라인이나 윤리기준을 강화해 방송을 진행해야 한다”며 “방통위에서도 인터넷 방송 사업자들의 자율규제를 강화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