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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강의실 불 끄기 알바 누가 하겠어요”



갑작스런 정부 할당 대책에 대학 ‘울며겨자 먹기’ 운영
‘스펙’ 도움 안되는 2~3개월 단기 알바…“시간 낭비다”
전문가 “부진한 고용지표 숨기려 억지로 내놓은 대책”

강의실 불을 아무리 꺼도 취준생 발등에 떨어진 불은 끌 수 없었다.(이미지=이미지투데이)


한 국립대가 운영 중인 ‘동절기 에너지 지킴이’는 추가모집까지 했지만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이들이 하는 일은 2시간 동안 불 켜진 빈 강의실을 찾아 불을 끄면 되는 일이다.

재학생 박모(26)씨는 “일의 강도가 쉽긴 한데 곧 방학이기도 하고 이런 의미 없는 일에 공부시간을 뺏기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대학들은 수요가 없어 하고 싶지 않아도 정부로부터 할당량을 받아 울며 겨자먹기로 운영하고 있다. 학교 규모에 따라 2개월 동안 거점대는 40명 이상, 지역중심대는 30명 이상, 교대 및 전문대는 20명 이상 ‘빈 강의실 불 끄기’ 아르바이트생을 채용해야 한다.

스펙도 안되는 단기 알바 대부분

일자리 대부분이 2~3개월 단기 아르바이트가 대다수다. 취준생들은 이를 외면할 수밖에 없다. 공직 채용정보를 제공하는 인사혁신처 ‘나라일터’ 홈페이지에는 최근 교도소와 구치소, 출입국외국인사무소 등의 기간제근로자 공고만 60건이 올라왔다.

공고를 게재한 수도권의 구치소 관계자는 “최근 일자리 창출 대책 탓에 갑자기 11명을 필수적으로 채용해야 한다는 공문이 내려와서 뽑는 중”이라며 “하는 일은 뭐 여러 가지인데 사무보조도 있고 환경미화 그런 일을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취준생 이모(25)씨는 “단기 아르바이트라도 거기서 뭘 배웠느냐가 중요한 데 문서복사만 하는 거면 공공기관이라도 가기 꺼려진다”며 “스펙으로 쓰기도 애매한 무용지물 정책인 것 같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눈 가리고 아웅 식 정책’에 질 나쁜 일자리 양산만 

전문가들은 정부의 부진한 고용지표를 숨기려는 ‘눈 가리고 아웅 식’ 정책이라고 지적한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기본적으로 정부가 일자리를 만들 때는 누군가가 취직을 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그 일에 만족을 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급조된 정책에 만족할 청년이 어디 있겠냐”고 말했다.

윤 교수는 “정부의 갑작스러운 일자리 짜내기에 공공기관들도 울며겨자 먹기 식으로 운영하다보니 결국 ‘질 나쁜 일자리’ 양산에만 급급할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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