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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베 ‘여친인증’…“인정 욕구, 극으로 치달은 것”

일상보다 일베가 우선…“커뮤니티 내 인정받고자 극단 행동”
극단 성향 사이트 내 자정기능 갖추도록 처벌·관리 강화해야

국정감사에 등장한 ‘일베저장소’(사진=연합뉴스)


극우 성향의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에 지난 19일 새벽부터 ‘전 여친(여자친구) 인증’이란 제목의 글과 여성의 사진이 올라와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여성의 신체 사진 중에는 몰래 찍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사진들도 상당수여서 경찰이 일베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사이트 내에서 남성 간 경쟁심리, 정체성을 인정받으려는 욕구, 여자에 대한 분노 등 다양한 심리적인 상황들이 얽혀 나온 결과라고 분석한다.

“인정받고 싶다”…도 넘은 경쟁

여친 인증 사진은 사이트 내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인정받으려는 욕구가 극으로 치닫게 된 것이라는 분석이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화가 난 일이 있거나 여성에게 상처받은 사람이 극단적 성향의 사이트에 가입하고 여기에서 소속감을 갖게 되는 것에서 시작한다”고 말했다.

곽 교수는 “처음에는 사이트에서 자신과 일상생활 속의 자신을 분리해도 시간이 거듭되면 결국 사이트 내 극단적 성향이 일상생활에서도 드러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남성 위주의 온라인커뮤니티의 특성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남성성을 과시하는 문화 속에서 여성을 비하하고 자극적인 사진 등을 올리면서 커뮤니티 내에서 우월하고 칭송받는 문화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주목받고 싶다는 심리가 회원들에게 자극적인 콘텐츠를 유도해 범죄행위인 ‘몰카’도 서슴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사이트에서 인정을 받기 위해서는 가장 앞서가는 모습을 보여줘야 했을 것”이라며 “자극적이고 극단적인 내용일지라도 자신이 사이트 내에서 인정을 받을 수 있기 위해서 극으로 치닫게 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본인들은 일상생활보다 일베가 더 상위개념이자 가장 우선시되는 준거집단”이라며 “일상생활의 여자친구보다 사이트 내에서 유능한 사람으로 인정받는 것이 가장 우선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해지는 ‘혐오’…불안정한 사회분위기 한몫

극단적인 성향의 사이트 내 혐오가 강해지는 데 대해 전문가들은 불안정한 사회 분위기와 자정기능 상실을 원인으로 꼽았다.

김중백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과거에는 사회규범에 억눌려 있었지만 지금은 SNS(소셜네트워크 서비스)등을 통해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마음껏 말할 수 있게 됐다”며 “자신의 생각이 다 옳은 게 아닌데 자정기능이 없어 여과 없이 말할 수 있게 되면서 혐오가 커졌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국민청원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지만 국민의 감정 하수구 역할을 하는 부작용도 생겼다”며 “자정기능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곽금주 교수는 “여자친구 사진을 올린 사이트 회원들은 여자친구 신체 사진을 올린 것에 대해서도 잘못됐다는 것을 느낄 수 없는 상태일 것”이라며 “점점 더 극단적이고 자극적으로 치달을 수 있기 때문에 사이트내 자정기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웅혁 교수는 “대부분 벌금형이나 집행유예로 그치기 때문에 자신에게 큰 불이익을 가하지 않는다고 느낄 것”이라면서 “처벌을 강화하면 행동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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