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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개막...미세먼지 걱정에 야구팬들 '발 동동'

(사진=연합뉴스) 2019 프로야구 시범경기 인파


“평소 야구를 좋아해서 작년에 친구랑 기차를 타고 광주까지 직관하러 야구장에 갔는데 경기가 취소됐다고 전광판에 뜨더라고요. 미세먼지가 건강에 안 좋긴 하지만 제대로 된 기준도 없이 20분간 기다리고만 있었는데 그냥 취소됐다고 뜨니까 허무하더라고요”

대학생 야구팬 강현수(가명·24) 씨는 지난해 겪었던 미세먼지로 인한 야구 경기 취소에 대해 이야기하며 불만을 토로했다. 야구를 너무 좋아해 큰 맘 먹고 지방까지 야구를 보러 갔지만 경기를 보지 못하고 돌아올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강 씨는 정확한 기준도 없이 경기 시작 시간이 지나고 20여 분간 경기장을 채운 관중들을 기다리게 한 것은 분명한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대한민국은 현재 미세먼지와 전쟁을 벌이고 있다. 국민 스포츠라고 할 수 있는 야구도 미세먼지 전쟁을 피해 갈 수 없었다. 내일(23일)부터 프로야구가 개막하는 가운데 지난해 미세먼지로 4경기가 취소된 이후 야구팬들의 걱정과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지난 19일 KBO(한국야구위원회)에서는 모호했던 경기 취소 규정을 구체적으로 신설하고 마스크 75만 개를 제작하는 등의 대책을 내놓았다. 그 자세한 내막을 스냅타임이 들여다봤다.

(사진=연합뉴스) 창원NC파크 마산구장 개장식


지난해 4월 미세먼지로 4경기 취소

지난해 2018 프로야구 팀당 144경기가 치러진 가운데 미세먼지로 인해 취소된 사례는 4경기 있었다. 그 중 가장 논란이 된 경기는 앞서 강 씨가 밝힌 4월 15일 오후 2시에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KIA타이거즈와 롯데자이언츠의 경기였다. 당시 많은 관중들이 경기를 보기위해 경기장을 찾았지만, 경기감독관은 경기 시작시간이 지나고도 미세먼지 농도를 지켜보다가 2시 28분 경기 취소를 선언했다.

그 당시 강 씨와 함께 경기장을 찾았던 대학생 고혜연(가명·24·여) 씨는 “미세먼지가 빗줄기가 가늘어지는 것처럼 잠깐 기다린다고 농도가 낮아지는 것도 아닌데 20여 분간 시간을 끌다가 갑자기 경기를 취소해서 황당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고 씨는 “듣기로는 KBO(한국야구위원회) 내부에 지금까지 미세먼지로 경기를 취소하는 규정이 모호하기 때문이라고 들었는데 취소할 거면 미리 결정했으면 좋았을 것 같다”라며 아쉬움을 표현했다.

스냅타임이 확인한 결과, 2018 KBO 리그 규정 27조에는 미세먼지로 인한 경기 취소에 대한 부분이 모호하게 규정되어 있었다. 황사, 강풍, 폭염의 경우 수치로 정확한 기준이 표시돼 있었지만, 미세먼지는 ‘경기 개시 예정 시간에 강풍, 폭염, 안개, 미세먼지 주의보가 발령돼 있을 경우 해당 경기운영위원이 지역 기상청으로 확인 후 심판위원 및 경기관리인과 협의해 구장 상태에 따라 취소 여부를 규정한다’라고만 명시되어 있을 뿐 구체적은 기준은 존재하지 않았다.

이러한 모호한 기준과 심판위원 및 경기 관리인에게 권한을 준 규정 때문에 미세먼지가 심한 날에 경기가 강행된 사례도 있었다. 지난해 4월 25일에는 전국에 짙은 스모그로 인해 초미세먼지주의보가 내려졌지만, 전국 5개 구장에서 프로야구 경기는 모두 정상적으로 진행됐다. 미세먼지 농도는 취소된 날보다 낮았지만, 초미세먼지 농도는 취소된 날에 3배에 이르는 수치였다.

(사진=연합뉴스) 21일 오후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19 신한은행 마이카 KBO 미디어데이 & 팬 페스트'


올해부터 미세먼지 경기취소 기준 마련한 KBO

이러한 불만이 끊이지 않자 KBO는 시즌이 시작되기 전, 지난 19일 제2차 이사회에서 KBO 리그 규정 제27조를 개정하여 미세먼지 관련 규정을 신설했다고 밝혔다. KBO는 초미세먼지가 150㎍/㎥ 또는 미세먼지 300㎍/㎥가 2시간 이상 지속돼 미세먼지 경보가 발령되면 경기 운영위원이 지역 기상청에 확인 후 협의해 취소 여부를 결정한다고 규정했다.

이어 KBO는 문화체육관광부의 주최단체지원금을 활용해 마스크 75만 개를 제작해 구단당 마스크를 7만 5000 개씩 배포하고, 구단에서 상황에 따라 자율적으로 마스크를 활용하도록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미세먼지에 따른 경기 취소 기준을 마련하고 관중들의 건강을 위한 대책도 마련한 것이다.

이와 같은 KBO의 방안을 접한 야구팬 정호승(가명·35) 씨는 “미세먼지 때문에 야구장에 직관 갈 때 고민이 많았는데 그나마 정확한 기준이 생겨서 다행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정 씨는 “그럼에도 경기운영위원에게 결정을 맡겨 경기마다 기준이 달라질 우려는 여전한 것 같다”라고 아쉬움을 표현했다.

한편, 2019 KBO 리그는 3월 23일 토요일 오후 2시에 전국 5개 구장에서 동시에 개막될 예정이다. 미세먼지가 점점 더 전 국민의 걱정으로 이어지는 가운데 올해는 KBO가 미세먼지에 어떻게 대처해 나갈지 프로야구 팬들의 관심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스냅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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