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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선 버스도 이용 못 해" 갈 길 먼 휠체어 장애인 이동권

(사진=스냅타임) 강남고속터미널에 늘어선 고속버스들. 하지만 휠체어 장애인이 탑승할 수 있는 버스는 단 한 대도 없었다.


“아침에 지하철을 타면 출근 시간에 왜 나왔느냐고 뭐라고 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심지어 나이 드신 분도 아니고 30대 정도로 보이는 분이 바빠 죽겠는데 왜 타서 귀찮게 하느냐고 휠체어 좌석으로 빨리 가라고 욕하면서 소리치시더라고요”

지난해 7월 신길역에서 시청역 구간에서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에서는 지하철 승하차를 반복하는 휠체어 탑승 운동을 진행했다. 당시 단체는 2017년 신길역 휠체어 리프트 이용 중 장애인이 사망한 사고에 대해 서울시에 책임을 인정하는 것과 장애인의 이동권 보장을 요구했다. 당시  많은 시민들의 주목을 받았고, 수십 년간 이어져 온 장애인 인권 단체들의 이동권 투쟁 역시 조명됐다.

하지만, 스냅타임이 직접 확인해 본 장애인 이동권의 현실은 아직도 부족한 점이 많았다. 장애 인권 활동가들도 여전히 장애인을 배제하고 분리하는 교육, 인식, 제도, 예산 등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스냅타임이 장애인의 날(이칭 장애인 차별 철폐의 날)을 맞아 버스, 지하철, 기차, 장애인콜택시 등을 찾아 휠체어 장애인 이동권의 실태에 대해 확인해봤다.

(사진= 스냅타임) 고속버스 매표소에 붙어있는 전동 휠체어 탑승은 불가하다는 공지


고속버스, 광역버스 중 저상 버스 0대

스냅타임이 강남고속버스터미널에 방문해 확인한 결과, 매표소에서부터 전동 휠체어는 승차가 불가하다는 공지를 발견할 수 있었다. 매표창구에 휠체어 장애인이 고속버스를 이용할 수 있는지 문의했지만, 매표소 직원은 “휠체어를 접어서 버스 아래 트렁크에 보관한 뒤 의자에 앉아서 간다면 휠체어 장애인도 이용할 수 있다”하고 답했다. 결국 휠체어 장애인 혼자서는 고속버스를 이용할 수 없는 구조였다. 수많은 버스가 터미널에 세워져 있었지만, 버스 입구는 모두 좁은 계단으로 돼 있었다.

수도권 장거리 구간을 운행하는 경기도 광역버스의 경우에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경기연구원이 2016년 발표한 ‘광역통행에도 교통약자를 배려하자’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광역버스는 176개 노선에 2421대(23%)를 차지하고 있었지만, 이중 휠체어 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 저상버스는 단 한 대도 없었다. 즉 서울 인근 도시들과 서울을 이동하는 광역버스도 고속버스와 마찬가지로 휠체어 장애인은 이용할 수 없는 현실이다. 2019년 현재도 상황은 마찬가지라고 경기도 버스정책과 관계자는 밝혔다.

시내버스가 그나마 사정이 조금 나은 편이었다. 하지만, 부족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국토교통부는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에 따라 저상버스 보급률을 2016년까지 41.5%로 늘리려는 계획을 세웠었지만 2016년의 그 목표는 절반도 이루지 못한 19.0%(6447대)에 머물렀다. 지난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영진 의원(더불어민주당)에게 국토교통부가 제출한 자료에 의하면 지난해 전국 시내버스 중 저상버스의 비율은 겨우 22.4%(3만3796대 중 7579대)였다.

(사진= 스냅타임) 서대문역 휠체어 리프트의 모습. 사용 금지라는 문구가 붙어있다.


끊이지 않는 사고, 지하철 이동권

지하철을 타기 위해 역으로 가면 바로 마주하게 되는 것이 바로 휠체어 리프트이다. 승강장이 설치돼 있지 않은 곳에 설치된 리프트는 한눈에 보기에도 위험해 보였다. 심지어 스냅타임이 방문한 서대문역 휠체어 리프트에는 사용금지라고 적힌 안내판이 붙어있었다. 지난해까지 휠체어 리프트 사고로 사상자가 발생한 사건은 9건에 달한다. 장애인 인권 단체에서 살인시설이라 부르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

지하철에 탑승하는 데도 문제는 많이 있었다. 열차와 승강장 사이는 역마다 그리고 정차하는 지하철 칸마다 간격이 차이가 났다. 어떤 곳은 발이 빠질 정도로 넓은 곳도 있어 지하철 안내 방송에서는 발이 빠지지 않게 조심하라는 내용이 흘러나왔다. 휠체어 이용 중 바퀴가 걸리면 큰 사고가 일어날 수 있는 간격이었다.

실제로 이형숙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은 “승강장과 지하철역 사이가 넓어서 휠체어 바퀴가 빠지는 경우가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인식의 전환이 많이 이루어졌다고 하지만, 휠체어 장애인들이 혼잡한 지하철에 오면 욕설을 내뱉는 사례는 너무나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라고 소개하며 “지하철 역사에 필수적으로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고 환승할 때 밖으로 나가거나 계단을 무조건 사용해야 하는 등 동선이 제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사진=스냅타임) 열차와 승강장 사이가 넓으니 발빠짐에 주의하라는 공지. 휠체어 바퀴가 빠지면 큰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기차와 장애인 콜택시 그나마 낫다지만...

기차는 그나마 휠체어 장애인들이 이용할 수 있는 경우가 많았다. KTX와 새마을호는 다 휠체어 리프트를 설치해 휠체어가 승차할 수 있게 보장을 하고 있다고 코레일 관계자는 전했다. 다만, 무궁화호는 열차에 따라 휠체어 장애인이 이용하지 못하는 열차도 있다고 덧붙였다. 휠체어 장애인이 아니더라도 일반 좌석을 이용하면 장애 복지 할인을 받을 수 있다고도 말했다.

하지만, 기차가 장애인 이동권을 완전히 보장하는 것은 아니었다. 기차 노선이 지나가는 지역으로 이동하는 경우에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기차 노선이 지나지 않는 지역으로 이동할 땐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또한, 장애인에게만 강요된 승차 기준도 문제라고 이형숙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은 말했다. “기차에 탑승하려면 휠체어 장애인들은 무조건 15분 전에 도착해야 한다”며 “리프트 설치가 이유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5분도 안 걸리는데 분명히 장애인에 대한 차별”이라고 말했다. 이 소장은 “장애인을 규제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바꿀 방안을 만들어야 하는데 자꾸 장애인을 규제하려 하니 장애인을 배제하는 정책들이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장애인 콜택시의 경우에도 31개 지자체들이 운영하고 있는 차량을 배치하는 시스템이 다 다른 것이 문제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게다가 장애인 인구에 비해 차량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도 장애인 콜택시를 불렀는데 2시간은 기본이고 3시간까지도 기다려본 적이 있다는 사례들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익명의 장애인은 “장애인 콜택시를 기다리다가 병원 예약 시간, 기차 예약 시간 등을 놓친 경험이 많다”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 관계자는 “현재도 장애인 콜택시가 100명당 1대 수준으로 서울에서 출퇴근 시간이 겹치면 직장을 다니는 장애인들은 5시에 부르면 9시까지 기다려야 하는 경우가 빈번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관계자는 “여기서 정부안대로 장애등급제가 폐지되면 휠체어 장애인뿐 아니라 더 많은 사람들이 장애인 콜택시를 이용하게 되는데 증차는 고려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문제인 것”이라고 말했다. 관계자는 현재도 오래 기다려야 하는 상황인데 혹시 장애인 간 싸움으로 번질까 우려스럽다고 했다.

(사진=스냅타임) 계단으로 만들어진 버스 입구. 비장애인 기준인 교통수단을 바꾸기 위해서는 반드시 예산이 보장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장애인 이동권 반드시 예산과 함께 진행돼야

지난 5일 국회 본회의에서는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 일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됐다. 이 법의 개정으로 인해 교통약자들에게 ‘탑승 보조 서비스’가 제공되고 승무원들은 교통약자서비스에 대한 교육을 받게 됐다.

하지만 이 법안에 대한 장애 인권 단체의 반응은 회의적이다. 전장연 관계자는 “예산이 수반되지 않은 법은 있으나 마나한 법”이라고 말했다. “법은 이미 마련된 상황이지만 이를 지키기 위해서는 예산이 수반되어야 하는데 기재부는 핑계만 대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이어 “10년 넘게 명절이나 사람들이 교통수단을 많이 이용할 때 투쟁해서 광역버스 2대에 휠체어가 시승식까지 했는데 아직도 어느 노선에 배치될지, 언제부터 운행될 수 있을지 조차 모르는 상황”이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2017년도 ‘교통약자 이동 편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월평균 1회 이상 타 지역으로 외출하는 비율이 비장애인은 36.0%였지만, 장애인은 13.1%로 큰 차이를 보였다. 스냅타임이 버스, 지하철, 기차, 장애인 콜택시를 확인한 결과, 어떤 교통수단도 장애인의 이동권을 보장하지 못하고 있었다. 국민이라면 누구나 본인이 가고 싶은 곳에 자유롭게 갈 수 있는 기본권인 이동권을 모든 사람에게 적용하기 위한 장애인 인권 단체들의 노력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스냅타임

[김정은, 공지유, 정성광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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