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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장애인을 위한 ‘장애인의 날’?

(사진=이미지투데이)


“사실 그렇게 큰 의미는 없는 것 같아요. 장애인의 날이라고 해서 장애인들 데려다가 앉혀 놓고 장애 극복 시상해주고 격려해주고 물론 요즘은 그래도 장애인 참여 형식으로 바뀌었다고 하던데 그럼에도 비장애인 기준에서 진행된다는 느낌을 지울 수는 없더라고요.”

한 휠체어장애인은 39회째를 맞이한 ‘장애인의 날’이지만 여전히 장애인에 대한 인식은 현저히 낮다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오는 4월 20일은 39회를 맞이한 ‘장애인의 날’이다. 하지만 장애인 당사자·관계자들은 단발성에 그치는 ‘장애인의 날’에 다소 부정적인 반응이다. 이들은 우선적으로 ‘장애인의 날’이 아닌 ‘장애인 차별 철폐의 날’로 불러줄 것과 장애인 기본권 보장부터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장애인의 날’은 1972년부터 민간단체에서 개최해 오던 ‘재활의 날’에서 비롯됐다. 1981년부터 나라에서 ‘장애인의 날’로 정하고 기념행사를 해왔다. 이는 UN이 1981년을 ‘세계 장애인의 해’로 선언하고 세계 각국에 기념사업을 추진할 것을 권고했기 때문이다. 매년 4월 20일을 ‘장애인의 날’로 정한 것은 1년 중 4월이 만물이 소생하는 계절이어서 장애인의 재활의지를 부각시킬 수 있다는 데 의미를 둔 것이다.

비장애인 주도·단발성 장애인의 날아쉬워

장애인 당사자·관계자들은 ‘장애인의 날’의 실효성에 대해 의구심이 든다는 반응이다. 김효진 장애여성네트워크 대표는 “사실 세계 장애인의 날은 12월 3일인데 우리나라는 4월 20일을 ‘장애인의 날’로 지정해 기념하고 있다”라며 “장애인의 날의 시작은 ‘장애 협회’에서 비롯됐는데 아이러니하게도 그 단체는 비장애인들로만 구성이 됐었다”고 말했다.

한 장애인인권활동가는 “장애인의 날이라고 행사를 여기저기서 많이 하긴 하는데 사실 진정한 주인공이 장애인인지는 잘 모르겠다”며 “그래도 이전보다는 많이 나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비장애인이 주도하는 분위기에 불편했던 적이 많다”고 밝혔다.

또 장애인 단체들은 단발성에 그치는 ‘장애인의 날’의 한계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측은 “장애인의 날 하루만 장애인에게 관심을 가지고 국가적으로 행동하는 게 모순적이고도 기만적이라고 생각 한다”며 “장애인의 날이라고 하루만 위해주는 척을 하는 게 아니라 사회에 만연한 차별을 없애야 한다”고 단호히 말했다. 따라서 “‘장애인의 날’이 아닌 ‘장애인 차별 철폐의 날’로 불림으로서 장애인에 대한 차별이 철폐돼 한국 사회에서 함께 살아가는 존재하는 것을 범국민적으로 알아야 한다”고 밝혔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차별·시혜·동정적 시선 거둬주길

장애인당사자들은 최근까지도 지하철이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는데 어려움이 많다며 불만의 목소리를 냈다. 휠체어를 이용하는 이형숙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은 “얼마 전에 지하철을 탔는데 아침부터 왜 휠체어를 끌고 나오느냐는 소리도 들었다”며 “사람들이 인권에 대해 관심이 많아진 것 같지만 아직도 장애인들의 현실은 나아진 것이 거의 없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차별에도 어려움을 많이 느끼지만 장애인들은 더 힘든 것은 시혜적이고 동정적인 태도라고 입을 모았다. 장애인인권활동가 전소망(가명. 38) 씨는 “‘장애 체험’같은 것도 문제가 많다고 느낀다”며 “‘장애체험’을 하고 나서 비장애인으로 태어나 감사함을 느끼고 장애인들이 이렇게나 불편하겠구나라는 것을 느낀다는 소감에 좌절감을 느낄 때가 많다”고 말했다.

장애인 당사·관계자들은 한국의 전형적인 ‘장애 극복’에 대한 신화가 장애인에 대한 시혜적이고 동정적인 시선을 재생산한다고 지적했다. 김효진 장애여성네트워크 대표는 “개인이 장애를 극복하는 것을 강요하는 분위기가 많다”며 “장애는 극복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그저 가진 채 살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해줬으면 한다”고 설명했다.

장애인인권활동가 박찬미(가명. 45) 씨도 “장애를 극복하는 것을 격려하는 분위기는 극복하지 못하면 소외될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드는 것 같아 또 다른 억압이 된다”며 “동시에 이런 분위기는 장애를 꼭 극복해야만 하는 것으로 인식하게 해 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불쌍한 존재로 보게끔 한다”고 말했다.

장애인 인권 교육·제도·예산 확충이 겸비돼야

장애인 인권 관계자들은 한국 사회 시스템의 미흡함으로 인해 사람들의 인식개선도 이뤄지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측은 “한국 사회는 장애인이 처한 현실이 좋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며 “우리나라는 특히 지역사회가 나서기보다는 시설이나 특수한 곳에 장애인을 배제해 모아서 ‘관리’하려는 장애인 정책이 너무 많은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또한 이형숙 노들장애인자립센터 소장은 “인권에 대한 표상적인 이야기는 많이 되고 있지만 현실적인 인식은 그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며 “원인은 통합적인 인권 교육이 이뤄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어렸을 때부터 국민적 장애인 인식 교육이 이뤄져야 하는데 그러한 기본적 교육이 안 돼 있다 보니 아직도 사람들의 인권 인식 수준은 상당히 낮은 상황”이라고 했다.

이어 이 소장은 “사실 법적인 부분이 강력해져야 한다”며 “해외 사례를 살펴보면 장애인을 차별했을 때 받는 불이익이 상당해 사람들이 무조건 차별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또 “반면 우리나라는 사실 장애인을 고려하지 않아도 처벌을 받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에 처벌이나 제도가 조금 더 강화됐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말했다.

장애인차별철폐연대 측은 장애인 인권 개선을 위한 해결책으로 예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관계자는 “사실 법과 제도적인 측면은 어느 정도 개선이 된 상황이고 법안 발의 등이 됐지만 항상 발목을 잡는 것은 예산 집행”이라며 “예산이 확보되지 않으면 수많은 법과 제도는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는데 장애인 복지 예산은 터무니없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스냅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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