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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 즐거움을 더하다"...마술로 추억 선물하는 크리에이터



“세계적인 마술사보다는 사람들을 마술계로 많이 유입할 수 있는 통로 같은 마술사가 되고 싶어요”

누구나 학창시절 한번은 데이비드 카퍼필드나 이은결, 최현우 등 유명 마술사들을 보며 간단한 마술을 연습했던 추억이 있을 것이다. 낯선 사람들과 있어도 한 번 보여주면 딱딱했던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변하게 하는 것이 바로 마술의 매력이다.

그 역시 학창시절 친구를 이기고 싶어 처음 마술을 시작했다. 승부욕에 몰두한 취미였는데 23살엔 빚을 내 세계대회까지 출전하게 만들었다.  10년이 지난 지금 그는 43만 명의 구독자와 마술로 소통하는 매직 크리에이터가 됐다. 매주 3번씩 유튜브에 영상을 올려 구독자들과 마술 영상을 함께 보기도 하고 마술을 가르쳐 주기도 하면서 마술의 대중화를 위해 노력한다.

마술사 겸 유튜브 크리에이터로 활동 중인 니키(32·본명 양희준)의 이야기다. 1인 미디어 시대답게 크리에이터들은 본인이 가장 강점이 있는 분야를 이용해 콘텐츠를 만들고 있지만, 유튜버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남에 따라 성공하는 유튜버가 되기는 하늘의 별 따기가 됐다. 하지만, 43만 명의 구독자들은 니키의 영상을 보며 마술에 흥미를 갖기도 하고 이를 통해 인간관계에도 도움이 됐다고 말한다. 스냅타임이 그를 만나 매직 크리에이터로 성공하기까지의 여정과 그의 마술 철학을 들어봤다.

(사진=니키제공) 매직 크리에이터 니키


“마술에 관심을 갖게 하는 게 제일 힘들었다”

그는 대중들에게 본인을 알리기 위한 최후의 수단으로 3년 전 처음 유튜브를 시작했다. 그는 “한국에서 마술사가 대중들에게 알려지기 위해서는 방송에 나가는 게 제일 확실한 방법이지만 소수의 유명 마술사 몇 분이 방송계를 꽉 쥐고 계시기 때문에 나머지 마술사들이 따라가기는 어려운 실정”이라며 "기존의 TV, 라디오 등 기성매체 외에 대중들에게 본인의 마술을 보여줄 수 있는 수단이 유튜브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미 대중들에게 많이 알려진 소재인 마술로 유튜브 활동을 전개하는 과정이 쉽지 만은 않았다. 그는 “노래는 들었던 노래를 또 들어도 좋고, 한참 뒤에 들으면 더 좋다”며 “마술은 그렇지 않다. 분명히 다른 마술인데도 동전이나 카드 등 도구만 같으면 식상하다고 느끼시는 분들이 많다”며 “이 때문에 대중이 마술에 관심을 갖게 하는 점이 채널을 운영하는 데 있어서 가장 고민되는 지점”이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마술을 공개하고 강의를 한다는 이유로 주위 마술사들에게 욕도 많이 먹어야 했다. 그는 “다른 마술사들의 비밀이 침해받거나 피해를 받는 정도로 공개한 적은 없지만, 마술을 공개한다는 행위 자체에 반감을 갖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마술 채널을 운영하는 가장 큰 목적 중 하나가 마술의 대중화이고 마술이 외면받는 현 실태를 바꿔보고자 봐달라고 하는 것이다”며 “마술에 관심을 가지게 하는 가장 쉬운 방법이 해법을 알려주는 것이기 때문에 선을 넘지 않는 부분을 고려하며 강의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진=니키 유튜브 채널 캡쳐)


“미련이 사라질 때까지 해보려고 도전했죠”

지금은 엄연히 43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인기 마술 유튜버지만, 처음부터 마술을 좋아했던 건 아니었다고 그는 설명했다. 오히려 마술에 대한 흥미보다는 승부욕이 강한 성격이 지금의 본인을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중학교 때 반 친구가 보여준 마술을 보고 신기해하는데 친구의 이것도 모르느냐는 말에 승부욕이 발동해 마술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친구와 대결하듯 마술에 몰두하다 보니 어느 순간 본인이 마술을 하고 있었다는 말이었다. 주변 사람을 통해 본인도 마술을 좋아하게 된 경우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그에게도 현실의 벽은 높았다. 돈이 안 되고, 잘하는 사람이 너무 많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는 군대에서 자격증을 따서 취업할 결심을 하고 입대를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군대에서 TV로 본 마술쇼 장면이 본인의 인생을 바꿨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한설희라는 마술사분이 캐주얼한 옷에 CD를 가지고 음악에 맞춰 마술을 하는데 너무 신선한 충격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계기로 본인에게 마술에 대한 미련이 남아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라고 말했다. 그래서 그는 이 미련을 버릴 핑계를 만들기 위해 국제 마술 대회에 출전했다. 그런데 덜컥 3등을 했고 심사위원들에게 마술을 해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그는 “계속 미련이 남으니까 눈 딱 감고 몇 년 동안만 해보자는 마음으로 도전했다”고 말했다.

26살 때 50만 원, 27살 때 100만 원을 받고 일하며 돈을 빌려서 세계 대회를 출전하기도 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때는 많은 불안감이 있었지만, 돈이 없어서 대회를 나가지 못하면 계속 미련이 남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결국 미련을 버리기 위해 도전해왔고, 여기까지 오게 됐다고 그는 설명했다.

(사진=스냅타임) 니키 영상 촬영 캡쳐


“저를 보고 마술에 관심 갖는 분들이 계셔서 책임감 느껴요”

그는 유튜브를 하고 나서 인생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그는 “유튜브를 하기 전에는 해외로 주로 공연을 많이 다녔었다며 이전에는 공연 가서 인사를 하면 저를 아는 분이 많아야 한두 분이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유튜브를 하고 난 뒤에 오랜만에 공연을 가서 똑같이 저를 아는 분 있으면 손들어 달라 하니 90% 정도가 손을 들어주셨다”며 “너무 당황하고 감동해서 감사하다는 말만 몇 번을 했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는 본인이 구독자들의 삶에 조금이나마 영향을 준다는 소리를 들으면 책임감이 생긴다고 말했다. 그는 “구독자분 중에 제가 개발한 마술 제품을 이용해서 전교회장이 됐다는 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라고 말했다. 이어 “많은 분이 그 소식을 듣고 댓글에 저도 니키님 덕분에 반장, 부회장 등이 됐다고 많이 달아주셨다”며 “그걸 보면서 많은 반성과 각오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는 사람이 됐다는 점에서 마술사로서 무게가 생겼고 본인을 보고 마술사를 꿈꾸는 사람들에 대한 책임감도 들었다는 말이었다.

이어 니키는 “세계적인 마술사가 아니라 마술계에 사람들을 많이 유입할 수 있는 통로 같은 마술사가 되고 싶다”며 녹록지 않은 마술계 현실을 얘기했다. 그는 “우리나라 마술사들은 세계에서 손기술뿐 아니라 창의력도 최고로 인정받고 있다”면서도 “그럼에도 많은 마술사가 생계를 꾸리기 쉽지 않아 마술계를 떠난다”고 말했다.  "본인보다 훨씬 실력이 출중한 사람들이 마술계를 떠나면 후배 마술사들이 보고 배울 사람이 없기 때문에 걱정"이라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그래서 그는 “더욱 유튜브에 마술이 이렇게 재밌는 것이라고 알리는 역할을 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마술 시장이 좁아지는 가운데 유튜브를 통해 마술을 더 알리고 많이 소비될 수 있도록 관심을 끄는 역할을 하고 싶다는 말이었다.

그는 마지막으로 한번 더 마술이 가진 매력을 강조했다. 그는 “어떤 장르도 처음 만나는 사람을 놀라게 하거나 즐겁게 하기는 힘들다"며 “마술은 생각보다 많은 시간을 들이지 않아도 처음 만난 낯선 사람과 웃고 떠들며 즐길 수 있는 장르”라고 했다. 이어 “우리 삶에 마술이 하나 더해졌을 때 손해 보는 건 아무것도 없다”라며 마술의 매력에 많은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스냅타임

[글 정성광 인턴기자, 영상 공지유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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