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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림 강간미수 사건 후...전문가들 "1인 가구 밀집 지역 안전망 절실"

지난달 28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서 발생한 강간미수 혐의 사건의 CCTV 영상. 이 영상은 유튜브 등 SNS에서 '신림동 강간미수'라는 제목으로 공유됐다. (사진=유튜브 영상 갈무리)


지난달 28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서 강간미수 혐의 사건이 발생했다. 새벽 6시경 집에 귀가하던 여성을 뒤따라온 남성 조 모 씨가 주거침입을 시도했다. 간발의 차이로 문이 닫혀 큰 사고는 피했지만, 조 씨는 약 1분 동안 피해자의 집 앞을 서성거렸다. 조 씨의 모습은 CCTV에 고스란히 찍혀 ‘신림동 강간 미수범’이라는 제목으로 SNS에 퍼졌다.

지난해 11월에는 신림동 다세대 주택에서 성폭행을 시도하던 남성이 도망가는 여성에게 흉기를 휘둘러 강간미수와 살인미수가 적용됐다. 그로부터 두 달이 지난 1월 6일에는 신림동 다세대 주택에서 “애인이 바람을 피우는 것 같다”며 여성을 흉기로 살해한 남성이 체포됐다. 불과 6개월 사이 신림동에서 발생한 사건들은 피해자가 모두 '1인 가구 여성'이라는 공통점을 가졌다.

신림동 가구 비중…1인 가구 여성 많아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사건이 발생한 관악구의 1인 가구는 2017년 기준으로 10만 6865가구다. 이는 서울시에서 가장 높은 수치로, 2위를 차지한 강서구(6만 8237가구)와의 차이도 크다. 관악구 1인 가구 통계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연령층은 20대와 30대다. 사회 초년생들과 인근 대학 학생들, 고시 준비생들이 모여 살기 때문이다. 이 중 25~29세 연령층이 2만 7300가구로 가장 많다.

서울시 20대 1인 가구 통계. 전체 비율은 관악구가 압도적으로 높다. (그래픽=스냅타임)


관악구에 1인 가구로 거주하는 20대 여성은 1만 9737가구로 절반에 조금 못 미친다. 그러나 관악구의 1인 가구 규모가 크기 때문에, 1인 가구 여성은 다른 지역보다 훨씬 많다. 마포구와 광진구가 뒤를 이었으나 여성 가구는 각각 9092가구, 9088가구로 관악구의 절반 이하였다.

20대 여성 주민등록 인구수는 다른 대학가 지역과 비슷하거나 보다 높은 수준이다. 행정안전부가가 발표한 주민등록인구현황에 따르면 서울에서 20~24세 여성이 가장 많이 거주하고 있는 곳은 광진구 화양동이다. 화양동은 인근 건국대 학생들이 거주하고 있어 2353명이 등록됐다. 연세대, 서강대가 위치한 서대문구 신촌동이 1942명으로 뒤를 이었다. 강간미수 사건이 발생한 관악구 신림동은 1721명으로 3위를 기록했다.

한편 25~29세 여성 인구는 신림동이 2746명으로 가장 많았다. 앞서 1위였던 화양동은 2565명으로 뒤를 이었다. 원룸에 살며 전입 신고를 하지 않는 대학생들의 특성을 고려하면, 인구수는 통계보다 훨씬 많을 수 있다.

서울시 20대 여성 주민등록인구 중 신림동은 다른 대학가 지역과 비슷하거나 많은 수준이다. (그래픽=스냅타임)


지역 거주민의 평균 연령도 눈에 띈다. 지난 1월 기준 신림동의 평균 연령은 37.3세였다. 마찬가지로 관악구에서 1인 가구 수가 많은 낙성대동과 청룡동도 각각 38.2세, 39.5세를 기록했다. 세 곳 모두 서울시 전체 평균 연령인 42.3세보다 낮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1인 가구 여성이 많은 지역은 범죄의 표적이 되기 쉽다고 지적했다. 송병호 한국범죄심리학회장은 “일반 폭력 사건, 성폭력 등의 범죄 피해를 많이 받는 사람들은 여성”이라며 “완력이 강한 사람은 가해자가 되고 약한 사람은 피해자가 되는 경우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점에서 1인 가구로 사는 여성 중 범죄 피해 가능성이 높은 환경에 놓인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변혜정 여성학 박사는 “1인 가구 여성들이 많다는 사실이 이미 통계나 소문으로 파다하게 퍼져있다”며 “이러한 인식 때문에 범죄에 쉽게 노출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1인 가구 안전망에 대한 지속적인 논의가 필요한 이유”라고 전했다.

허영희 한국국제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도 “1인 가구가 많은 곳은 치안상 취약하다는 의미가 강하다”며 “쉽게 범죄 접근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범죄자들이 이를 실행에 옮기게 된다”고 설명했다.

‘음침한 골목’의 대명사 된 원룸촌

동대문구 휘경동 1인 가구 밀집 지역의 밤 거리. (사진=임혜은(가명·23·여) 씨 제공)


1인 가구 밀집 지역에 형성된 음침한 골목길은 신림동뿐만 아니라 대학 인근 원룸촌의 공통적인 문제다. 동대문구에서 자취하는 임혜은(가명·23·여) 씨는 “지금 사는 원룸 골목은 영화 ‘추격자’에 나올 것 같은 분위기”라며 “대학가 원룸촌이 다 이렇게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구로구에서 자취하며 학교까지 통학하는 강세은(가명·26·여) 씨도 “혼자 사는 사람들이 많은 곳인데, 골목이 어두워서 무섭다”며 “밤이 되면 음침한 분위기 때문에 일부러 일찍 귀가한다”고 전했다.

서울 관악구 내 1인 가구가 밀집된 지역의 밤 거리. (사진=관악구 대학동 주민 이선아 씨 제공)


사건이 발생한 관악구는 어떨까. 대학생 서현지(가명·25·여) 씨는 “녹두거리라는 고시촌 일대에 가로등 없는 곳이 많았다”며 “분위기가 어둡다 보니 대학생들 사이에서 도시 괴담도 많이 생겼었다”고 말했다. 녹두거리는 신림역과 서울대 사이의 지역으로, 대학생과 고시 준비생들이 살고 있다. 서 씨는 “근처 치안이 다 별로인 것 같다”며 “이제는 범죄 소식이 들려도 이사할 생각보다 체념한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지역 커뮤니티와 안전망 구축 필요

전문가들은 범죄 예방을 위해 사회 안전망 구축과 지역 커뮤니티 형성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변혜정 여성학 박사는 “1인 가구 여성들이 반지하에 살 경우 속옷조차 말리지 못할 정도로 불안정한 지역이 많다”며 “개인의 경각심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회가 혼자 사는 여성에 대한 주거 대책 또는 안전 시스템을 확실하게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일부 지역에서 시행되고 있는 1인 가구 여성 주거 대책에 대해서도 의견을 더했다. 변 박사는 “행정구역의 어느 지역에, 어떤 여성이, 어디까지 범위를 정할 것인지 명확하지 않다”면서 “촘촘한 기준을 마련해 주거 대책을 적극적으로 준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사회 안전망 확충과 더불어 지역 내 1인 가구 커뮤니티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사진=이미지투데이)


1인 가구 여성들로 구성된 지역 커뮤니티 구성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변 박사는 “소셜 네트워크나 휴대폰 단체 대화방을 통해 행정구역 단위로 본인의 안전에 대해 의견을 올릴 수 있는 창구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허영희 한국국제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도 지역 커뮤니티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허 교수는 “CCTV가 많아도 사각지대가 있을 수 밖에 없다”며 “1인 가구마다 커뮤니티를 형성해 서로 도울 수 있는 체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송병호 한국범죄심리학회장은 “안심 귀갓길처럼 1인 가구 여성을 보호하는 정책들이 없진 않다”며 “그러나 신림동 사건처럼 건물 안까지 따라가서 피해를 주는 부분은 취약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휴대폰을 흔들면 경찰서로 연결되는 기능이 있지만 대부분 모르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1인 가구가 많은 지역에서 긴급 SOS 애플리케이션 등 정책 홍보와 거주민들의 피해 가능성을 제대로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스냅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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