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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얼 사로잡은 '느리지만 색다른' 필름카메라

황승환 씨가 필름카메라로 찍은 바다의 노을.  필름카메라로 좌우대칭을 맞추는 일은 쉽지 않다. (사진 = 황승환 인스타그램@yello_whan)


너무 빠른 세상에 필요한 ‘느린 것들’

조금은 느린 사진도 괜찮다고 말하는 이들이 있다. 정밀하게 찍고 빠르게 확인할 수 있는 디지털카메라 대신 필름카메라를 든 사람들이다. 밀레니얼 세대가 누구보다 기술을 빠르게 받아들이는 세대라고 하지만 오히려 최근의 뉴트로(New-tro, 복고의 새로운 해석) 유행은 젊은 층에도 아날로그 감성이 남아 있다는 사실을 방증하고 있다.

“신중에 신중을 더해 노출 값을 계산해 사진을 찍는다는 점이 매력입니다.” 일주일에 한두 번 필름카메라를 사용하는 황승환(19) 씨의 말이다. 부담 없이 몇 번이고 다시 찍을 수 있는 디지털카메라와는 다르게 필름카메라는 한 컷 한 컷이 소진된다.

황씨는 필름카메라가 디지털과는 다른 색감과 느낌이 좋다고 말한다. 또 “현상 스캔을 맡기고 결과물을 기다릴 때 두근거림을 디지털카메라에서는 느낄 수 없다”고 전했다. 황씨는 세 대의 필름카메라 중 '미놀타 X700'을 주로 사용하고 있다.

빠르게 지나가는 차들도 필름카메라에 담으니 왠지 정적이다. (사진 = 황승환 인스타그램@yello_whan)


부모님이 쓰던 카메라에 매력을 느끼다

정한결(21) 씨는 아버지가 쓰다가 집에 방치되어 있던 ‘캐논 ae-1 program’을 사용한다. 그는 “시험 삼아 한 번 찍어봤는데 꽤 괜찮게 나왔다”며 필름카메라를 쓰는 이유를 “너무 빠르게 흘러가는 세상 속에서 느린 무언가를 잡는 느낌”이라고 설명했다.

정씨는 필름카메라를 사용하면서 ‘제한되는 것들’에 매력을 느낀다. 그는 “필름은 한 롤 당 컷 수가 36컷가량으로 한정되기 때문에 한 장씩 찍을 때마다 신중하게 된다”고 답했다. 또 “한 롤을 다 찍어야만 사진관에 맡길 수 있어 필름을 다 쓸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디지털카메라와 비교해 찍는 컷이나 사용 시간은 줄었지만, 사진을 찍고 결과물을 받는 과정이 묘하면서도 재밌다”고 밝혔다.

정한결 씨가 필름카메라로 찍은 사진. 바랜 듯한 색감이 필름카메라의 특징이다. (사진 = 정한결 인스타그램 @junghk97)


유행은 지나도 감성은 남는다

필름카메라에서 디지털카메라로 대세가 바뀐 지는 오래다. 특히 '필카 세대'가 아닌 젊은 층이 필름카메라를 찾는 현상이 눈에 띈다.

김난도 교수의 책 <트렌드 코리아 2019>에서는 2019년의 라이프스타일 트렌드로 '와비사비'(WABI-SABI)를 꼽고 있다. 와비사비는 '부족함에서 만족을 느끼는, 겉치레보다 본질에 집중하는, 서두르기보다 유유자적 느긋한' 삶의 방식을 뜻한다.

김 교수는 "뉴트로 감성을 찾는 젊은 세대는 (중략) 손때 묻고 보잘것없는, 그러나 내게 정신적인 충족감을 주는 걸 찾는다"고 분석하고 있다. 2030세대가 필름카메라를 지금 다시 손에 쥐는 까닭은 '너무 바쁜 사회에 선을 긋고 자신의 감성을 지키기 위한 일'인지도 모른다.

필름카메라는 '빛'이 제약조건이다. 하지만 빛을 이용해 효과를 주기도 한다. (사진 = 정한결 인스타그램 @junghk97)


/스냅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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