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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인 있지만 다른 사람도 사귀죠"...오픈 릴레이션십을 아시나요

2016년 말부터 약 3년이 넘는 기간 동안 무슬림 애인과 연애를 하고 있는 A씨는 '오픈 릴레이션십'으로 연인 관계를 지속하고 있다.

오픈 릴레이션십이란 연인이 합의 하에 서로가 아닌 다른 사람과 설렘을 느끼고, 성적인 관계도 맺는 자유로운 연애 형태를 의미한다. A씨는 떨어져 있는 시기에 서로를 구속하지 않고 일반적인 싱글처럼 연애를 즐긴다. 시간적 여유에 따라 마음 맞는 사람을 만나는 일명 ‘연애 멀티태스킹’을 하는 것이다. A씨의 애인 역시 A씨가 아닌 다른 사람을 만날 때 기간, 이 연애를 통해 얻고 싶은 것 등을 구체적으로 설정하는 등 여러 사람과의 자유롭게 만남을 가진다.

오픈 릴레이션쉽은 비독점적 다자연애 '폴리아모리'를 아우르는 개념이다.(사진=KBS joy '연애의 참견' 캡쳐)


오픈 릴레이션십이 생소하다고? 영화·웹툰에도 등장

지난 2일 방송된 KBS joy 예능프로그램 ‘연애의 참견 시즌3’에서는 오픈 릴레이션십에 대한 생각의 차이로 갈등을 겪는 커플의 사연이 공개돼 화제가 됐다. 권태기를 맞은 연인 사이에서 남자친구가 상대방을 사랑하지만 초반의 설렘을 줄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서로 동의하에 다른 사람을 만나보며 권태기를 극복하자고 제안한 것.

이렇듯 최근 사회가 다각화됨에 따라 연애도 다양한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다.

그 중 오픈 릴레이션십은 연인 사이에 서로에게만 충실해야 한다는 암묵적인 룰을 깬 연애 형태다. 이는 다자연애로 유명한 ‘폴리아모리’나 감정 없이 성관계를 맺는 사이인 ‘프렌즈 위드 베네핏’ 등의 연애 형태를 아우르는 상위 개념이기도 하다.

생소한 연애 형태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이미 오픈 릴레이션십은 영화와 웹툰 등으로 수차례 다뤄진 사례가 있다.

대표적으로는 지난 2007년 개봉한  故김주혁과 손예진 주연의 멜로 영화 '아내가 결혼했다'가 오픈 릴레이션십을 다룬 영화다. 극 중 폴리아모리로 등장하는 주인아 역의 손예진이 “내가 별을 따달래 달을 따달래? 그냥 남편 하나 더 갖겠다는 것 뿐인데” 라는 대사는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다. 2015년에는 웹툰 '독신으로 살겠다'는 폴리아모리(다자간 사랑)를 본격적으로 다루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오픈 릴레이션십 선택한 A씨 "통제 관계일때보다 행복해"

A씨는 독일 베를린에 거주 중으로 이른바 '롱디'(장거리, Long Distanece) 연애를 하게 되면서 애인과 함께하지 못하는 시간이 많아지자 오픈 릴레이션십을 시작한 케이스다.

A씨는 “나와 애인은 서로를 만나고는 싶지만 지속적, 전형적 관계에 대한 의심이 있었다”면서 “이별을 선택하기보다는 진솔한 대화를 통해 오픈 릴레이션십이라는 연애 형태를 인정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오픈 릴레이션쉽으로 연애를 한다고 해서 질투나 불안이 느껴지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A씨는 “초반에는 상대가 다른 사람을 만난다는 사실에 매번 가슴이 바닥으로 쿵 떨어지는 것 같고 힘들었다”면서 “오픈 릴레이션십을 선택하면서 상대를 통제하지 않기로 결정하는 순간 불안의 감정이 올라오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A씨는 오픈 릴레이션십을 통해 연인 관계에 덜 불안해졌다고 단언한다. 서로를 통제하지 않는 관계 설정을 통해 스스로 감정을 조율하는 힘을 가졌기 때문이다.

그는 “연인 관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불안 요소들을 상대를 통제하는 방법으로 해결하기보다는 스스로 다스리고 파트너와의 충분한 대화를 통해 감정을 다스리는 법을 배웠다”고 이야기했다.

A씨는 앞으로 오픈 릴레이션쉽의 형태로 연애를 지속할 예정이다.

그는 “오픈 릴레이션십이라고 해서 누군가와 장기간 서로만 보는 연애를 못 한다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이러한 연애를 통해 오히려 상대를 조건 없이 사랑하는 법을 배워 행복하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세상의 무한한 사랑을 알아가는 것에서 나와 상대를 통제하고 숨기고, 관계의 가능성을 제한하는 연애로는 더 이상 충만함을 얻을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사진은 기사에 수록된 J씨의 사례와는 무관한 사진입니다.(사진=SBS 다큐멘터리 '나를 향한 빅퀘스천' 캡처)


의견 극명하게 엇갈려...전문가 "개인의 선택일 뿐"

오픈 릴레이션십이 국내에서 대중화된 연애 형태가 아닌 만큼 이를 바라보는 시각은 분분하다.

이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측은 상호 합의 아래 이뤄지는 연애 형태이다보니 당사자들의 의사를 존중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최연지(23·가명)씨는 "서로 합의를 했다면 오픈 릴레이션십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면서 지금의 연인이 좋지만 이 관계가 조금 지쳤을 때 이별을 선택하지 않고 차선책으로 오픈 릴레이션십을 통해 다른 사람들을 더 만나고 알아가는 것도 관계의 진전에 도움이 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반면 연인 사이의 책임감을 저버리는 연애 행태라고 지적하는 의견도 있다.

박지나(25·가명)씨는 "연인 관계의 지속은 서로에게만 집중하겠다는 암묵적 약속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서로를 통제하지 않는다면 차라리 친구 사이로 지내며 여러 사람을 만나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전문가는 결혼 제도를 통한 결속력이 낮아짐에 따라 오픈 릴레이션쉽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말한다.

배정원 행복한성문화센터 소장은 "최근 이혼율이 높아지면서 결혼한 연인이라도 안정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면서 "법의 테두리 안에 갇히기 싫고, 구속·배타적인 관계에서 더 자유로운 관계를 원하는 사람들이 오픈 릴레이션십을 선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연인이 서로 합의 하에, 정해진 규칙에 따라 행하는 연애 방식인 만큼 제3자가 옳고 그름을 논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배 소장은 "어차피 한 쪽이 동의하지 않으면 깨질 관계"라면서 "합의 하에 오픈 릴레이션십을 선택했다면 그것은 개인들의 연애 방식일 뿐"이라며 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만약 한 쪽이 동의하지 않았음에도 오픈 릴레이션십을 강요하는 것은 일종의 폭력"이라고 지적했다.

/스냅타임 이다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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