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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확산에 거리두기 단계 격상...취준생·수험생 "갈 곳이 또 없네요"

충북 청주에서 2년째 대학원 입시를 준비하고 있는 어모(30·남)씨는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조짐에 따라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격상될까 염려하고 있다.

정부는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를 24일 0시부로 2단계로 상향조정키로 했다. 아울러 사회적 거리두기 상향조정이 전국으로 확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서다.

어씨는 각종 자격증 시험이 연기되고 공공도서관 및 스터디 카페 등의 운영이 중단됐던 지난 8월의 모습이 재연될까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는 “도서관에서 대학원 입시 준비를 위해 논문을 찾아보고 어학 시험 준비를 해오고 있다”며 “지난번처럼 거리두기 격상으로 공공도서관이 휴업하면 또다시 입시 준비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대학원 입시를 준비할 때는 학업계획서와 관련해 교수님과의 면담이 필수적"이라며 "지난번 사회적 거리두기 격상으로 타지역 이동이 어려워지면서 서울에 있는 학교 교수님들과의 약속 일정이 계속 무산됐었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수도권·호남지역 거리두기 격상...전국적으로 확산될까

정부는 지난 22일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를 현행 1.5단계에서 24일부터 2단계로 상향조정한다고 발표했다. 호남지역도 1단계에서 1.5단계로 격상했다.

박능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1차장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코로나19의 급속한 감염 확산 양상을 고려해 24일부터 수도권은 2단계, 호남권은 1.5단계로 각각 격상한다"고 밝혔다.

취준생과 수험생들은 코로나19 재확산 현실화를 우려하면서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 조처가 취해질까 불안해하고 있다.

지난 8월 코로나19 재확산으로 공공도서관이 긴급 휴원에 들어가고 독서실과 스터디 카페 등에 집합금지 조처가 내려지면서 취업과 시험을 준비하던 이들이 마땅한 공부 장소를 찾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기도 했던 선례가 있기 때문이다.

서울 강북구에 거주하는 취업준비생(취준생) 김모(29·남)씨는 코로나19의 여파로 올 상반기와 하반기 채용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일찌감치 취업을 포기했다. 내년도 취업을 위해 올해 남은 기간 동안은 자격증 준비에만 몰두하기로 한 것.

김모씨는 “자격증 시험 일정은 그대로인데 거리두기가 격상돼 공공도서관이나 스터디 카페 등의 이용이 어려워지면서 시험 준비가 미흡해 자격증만이라도 따두겠다던 목표도 이루기 힘들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요즘은 채용을 많이 하지 않으니까 취준생들이 스펙 쌓기에 더욱 몰두하고 있는 것 같다”며 “채용시장이 좁아지면서 경쟁률이 치열해 남들보다 (자격증, 직무 경험 등을) 한 개라도 더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 불안감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했다.

실제 유명 취업 포털 사이트 잡코리아가 올해 학업을 마친 졸업생 1331명을 대상으로 ‘올해 구직활동 현황’에 대해 조사한 결과 올해 졸업생 10명 중 3명은 ‘올해 구직활동을 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구직 활동을 하지 않은 이유로는 ‘코로나19 확산으로 경기가 침체 됐기 때문’이라는 응답이 37.3%였다. 이어 ‘본인의 취업스펙(자격증, 어학, 인턴경험 등)이 부족하다는 생각에 스펙관리를 위해’ 구직 활동을 하지 않았다는 응답이 35.5%로 뒤를 이었다.

(사진=이데일리 DB)


거리두기 격상 시 활동 제약...우울증 재발 우려

취업에 대한 불안감에 더해 일상생활의 제약이 가져다주는 극심한 무기력 등 우울감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취준생 김모(27·여)씨는 “지난 8월 거리두기 조치가 심화했을 때 학원 보조 아르바이트를 그만두게 됐다”며 “아르바이트 일자리를 잃고 취업도 안 되고 있는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니까 우울할 수밖에 없었다”고 술회했다.

경기도 부천시의 한 횟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취준생 박모(25·여)씨도 "일하다 보면 술에 취한 분들이 간혹 무리한 주문을 할 때가 많다"며 "이렇게 쌓인 스트레스를 친구들과 만나서 이야기하고 맛있는 음식 먹으면서 푸는데 그런 활동들이 제한됐을 때 힘들었다"고 전했다.

지난 9월 유명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코로나19 연구팀이 진행한 ‘코로나19와 사회적 건강’ 설문을 통해 지난 8월 ‘코로나19 뉴스와 정보에서 느낀 감정’을 조사한 결과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된 지난 8월 말의 경우 같은 달 초와 비교할 때 ‘분노’와 ‘공포’의 비중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분노와 공포의 화살이 온종일 붙어 있는 가족에게로 향한다는 문제도 지적된다.

6년간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다가 일반 사기업 채용을 알아보고 있는 유모(29·여)씨는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다가 진로를 변경해 취업 준비를 하고 있어서 스트레스가 심하다”고 말했다. 이어 “예전에는 클럽에서 스트레스를 풀곤 했는데 요즘엔 그러지도 못하고 있다”며 “집에만 있으면 비관적인 생각에 사로잡히곤 한다. 외부 활동 마저 제한되면 가족들과의 마찰이 심해질 것 같다”고 전했다.

장예림 단국대병원 권역외상센터 교수 연구팀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생활방식이 변화하고 정신적 스트레스가 증가함에 따라 가정 내 불화가 심화하고 이로 인한 의도적 사고의 빈도가 유의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히기도 했다.

/스냅타임 고정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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