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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각장애인 도우미견 입양문의 느는데...현실은 ‘글쎄’

원서연(여‧31)씨는 청각장애를 앓고 있다. 사회에 진출한 뒤 혼자 살다보니 듣지 못해 겪는 불편이 부지기수였다. 알람 소리를 듣지 못해 회사에 지각을 하기도 했다. 누군가 일상에서 꼭 들어야만 하는 사소한 소리들을 알려줬으면 했다.

그러던 차에 원씨는 지난 2018년 지인의 도움으로 농인의 귀가 되어 주는 ‘청각장애인 도우미견’ 구름이를 만나게 됐다. 구름이를 만난 뒤로 그의 일상은 한결 편해졌다. 더 이상 출근을 앞두고 늦잠을 잘 일도 핸드폰 메시지를 놓칠 일도 없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원씨처럼 청각장애인의 귀 역할을 해주는 도우미견의 보급 확대가 절실하지만 정작 도우미견 양성사업은 그 규모가 줄어들고 있다. 현재 한국에서 청각장애인 도우미견을 양성하고 있는 곳은 한국장애인도우미견협회가 거의 유일하다.

삼성전자에서 청각장애인 도우미견 양성을 후원 했었으나 2011년 중단했다.

경기도 도우미견나눔센터도 2018년 이후로 청각장애인 도우미견 분양 사업은 하지 않고 있다.

센터 관계자는 "청각장애인 도우미견의 인지도가 낮아 도우미견 분양을 요청하는 청각장애인이 거의 없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청각장애인도우미견 일상생활에 큰 도움

하지만 청각장애인들은 도우미견의 역할이 매우 크다고 입을 모은다.

원씨는 "알람 소리를 듣지 못해서 아침에 제시간에 일어나지 못해 지각하거나 초인종 소리를 듣지 못해서 직접 등기를 찾으러 우체국에 가기 일수였다”며 “구름이가 온 뒤로는 그런 일이 없어서 좋다”고 말했다.

구름이는 노크소리나 위급상황을 알리는 사이렌 소리 등이 들리면 곧바로 주인에게 알리도록 훈련 받았다.

과거 청각장애인 도우미견 분양사업과 관련된 관계자들도 “청각장애인들이 도우미견과 일상을 함께하며 많은 도움을 받는다”며 “도우미견을 분양 받은 것에 대해 만족도가 높은 편”이라고 답했다.

2019년 기준 청각 장애인의 수는 37만 7094명이다. 이는 2015년(25만334명) 대비 50.6% 늘어난 수치이다.  하지만 청각장애인의 삶을 도와줄 수 있는 도우미견의 숫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게 업계 추정이다.

한국장애인도우미견협회에서 1999년부터 분양한 도우미견은 약 130여마리. 도우미견 분양 사업이 진행된 20년 동안 한해에 적게는 1마리에서 많게는 13마리 정도밖에 분양되지 않았다. 협회 관계자는 "도우미견 입양 문의는 지속 증가하는 추세"라고 전했다.

청각장애인 도우미견 구름이 (사진=원서연씨 인스타그램)


청각장애인 도우미견 홍보지원 부족

하지만 청각장애인들 사이에서도 도우미견의 존재에 대해 모르는 사람이 많다는 게 원씨 설명이다. 원씨 조차도 처음부터 도우미견의 존재를 몰랐다.

원씨는 "한국농아인협회에서 일을 하던 후배가 도우미견 분양에 대해 알려줬다"며 "말을 할 수 없고 소리를 듣지 못하는 농인 특성상 정보 접근성이 낮다”고 말했다. 이어 “청각장애인을 위한 제도나 서비스가 있더라도 지인이나 한국농아인협회 지역회 등에서 적극적으로 알려주지 않으면 농인들은 잘 모를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경기도도우미견나눔센터 관계자는 “도우미견 사업을 알리는 공문을 청각장애인 관련 협회 등에 보내면 해당 기관에서 청각장애인들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식으로 홍보를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도우미견이 필요해도 적극적으로 찾아보지 않는 이상 입양 절차나 방법에 대한 정보가 청각장애인에게 닿지 않을 수 있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그러면서 “시각장애인 안내견 같은 경우에도 언론에 많이 노출된 덕분에 존재에 대해 많이 알고 있다"며 "다양한 매체를 통해 청각장애인 도우미견 사업 홍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도우미견 사업을 지속하는데 필요한 금전적 지원도 부족한 실정이다.

이이삭 한국장애인도우미견협회 사무국장은 “전 세계적으로 시‧청각 도우미견 사업은 민간단체 중심으로 진행한다"며 "관련부처의 지원이나 후원으로 운영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8년전부터 경기도나 보건복지부가 지원하고 있지만 협회 업무에 비해 지원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 사무국장은 "최근 협회나 청각장애인들이 운영하는 유튜브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보고 도우미견 입양요청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다음해 예산 지원에 앞서 올해 도우미견 양성 결과 등을 종합평가하여 예산을 책정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심사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요청하는 금액을 곧바로 지원하지 못할 수는 있지만 최대한 도우미견 사업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했다.

경기도 관계자는 "도우미견 협회에 대한 지원 금액을 증액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며 "실제로 작년에는 9500만원 정도였던 지원 금액을 올해는 1억2000만원으로 늘렸다"고 전했다. 이어 "내년에도 올해보다 지원금액을 늘릴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 스냅타임 정한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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