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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가 SNS에 익명으로 고민을 말하는 이유는?

‘감정 쓰레기통 방’, ‘#우울 #스트레스 #짜증 #분노 #표출 #털어놓기...’

(사진=이미지투데이)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익명으로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는 채팅방과 게시판 등이 인기다. 유튜브에서 익명으로 상담을 해주는 채널도 주목 받고 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오프라인에서 소통할 기회가 줄었고, 고민을 말할 때 익명을 선호하는 심리가 반영된 현상으로 풀이된다.

 

"힘들어요" "스트레스 받아요"... 채팅방에서 감정 털어놓는 이들

최근 카카오톡 오픈채팅 검색창에 ‘감정 쓰레기통’이라는 키워드를 입력하면 많은 채팅방을 찾아볼 수 있다.

감정 쓰레기통은 자신의 감정을 쓰레기 비우듯 처리한다는 뜻으로, 대부분의 이용자가 익명으로 참여한다. 이용자들은 채팅방에서 분노하고 우울해 하며 욕을 한다. 서로의 경험에 공감하고 위로가 오가기도 한다.

오픈채팅방의 장점은 접근성이 높다는 점이다.

‘포노사피엔스(스마트폰 없이 생활하는 것을 힘들어하는 세대)’라는 말처럼 MZ세대는 항상 스마트폰을 지니고 다닌다.

스마트폰을 켜고 감정을 그때그때 해소하다보니 오픈채팅방은 언제나 활기를 띈다.

채팅방 이용자 김 모씨(32·여)는 “(채팅방에서) 불만을 이야기하다 보면 그 순간의 ‘뚜껑 열리는’ 감정이 풀린다”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공감대를 형성하며 위로를 받는다”고 말했다.

다른 이용자 이모(19·여)씨도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해도 속시원히 얘기하면 답답함이 사라진다”고 답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익명 채팅을 애용하는 사용자들은 사회적 이미지를 고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는다.

김모씨는 “아는 사람들한테 이야기하면 내 이미지가 실추된다”며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거나 무시 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인에겐 알리기 꺼려지는 내밀한 이야기가 오가기도 한다.

이모씨도 “평소 부모님과 생각이 달라 자주 다퉈 힘들었다”면서도 “지인들에게 가족 얘기를 하면 우리 가정을 부정적으로 볼까 걱정돼 익명으로 털어놓는다”고 말했다.

다른 이용자 최 모씨도 “어릴 때 학교 폭력을 당했던 트라우마를 채팅방에 털어놓으며 위로를 받았다”며 “힘들겠지만 극복해 보란 듯이 잘 살자는 응원을 듣고 나아졌다”고 답했다.

대화 주제는 가족과의 갈등, 대학 생활, 취업, 연애, 회사 생활 등 다양하다. 특히 회사 일을 하며 쌓이는 불만을 풀러 오는 이들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

채팅방 관리자 박 모씨(33·남)는 “회사에 다니며 쌓이는 스트레스를 이 곳에서 푼다”며 “나와 비슷한 이들이 많다”고 말했다. 윤 모씨(32·여)도 “직장 상사 때문에 열 받아서 들어왔는데 다른 분들도 그런 것 같다”며 “같은 분야의 일을 하는 사람들은 업무 팁을 주고받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유튜브 상담 채널도 인기...댓글 창에, 유튜버에 고민 알려

이런 현상은 비단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 국한하는 것은 아니다. 대학생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도 비슷한 취지의 게시판이 있다. 유튜브에선 고민 상담 채널도 인기다.

‘멘탈케어::힐링 심리학 채널’은 구독자가 17만 명이다. 영상은 심리 지원 서비스 제공 업체 ‘멘탈케어’의 서비스 사례를 바탕으로 제작된다. 영상에 공감하는 사람들의 댓글이 주로 달린다. 댓글에서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기도 한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채널 운영자 김재익 씨는 “마음이 힘든 사람들은 자신의 고통을 벗어나기 위한 여러 방법을 찾는다”며 “고민을 털어놔야 살 것 같으니 익명의 힘을 빌리는 것”이라 설명했다.

김 씨는 유명인의 명언을 다루는 영상, 마음가짐을 바꾸는 법을 알려주는 영상도 만든다. 그는 “게임, 먹방 같은 주류 콘텐츠는 아니지만 대중성 있게 다가갈 수 있는 소재를 다뤄 인기를 얻는 것 같다”고 말했다.

‘상담심리사 웃따’ 채널도 8만명의 구독자를 확보하고 있다. 이 채널은 사회성 부족, 눈치 보는 성격 등 성격 특성을 풀이하는 영상들을 주로 올린다.

채널 운영자 나예랑(35·여)씨는 “영상에서 사람들이 스스로를 수용할 수 있도록 이끌고 구체적인 해결방안을 꼭 제시한다”며 “그래야 앞으로 개선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갖는다”이라고 설명했다.

나씨는 구독자들에게 격려와 응원을 아끼지 않는다. 구독자들은 그를 직접 만나본 적이 없어도 적극적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그는 “온라인에서 익명으로 맺는 관계는 오프라인 관계만큼 친밀감을 형성하진 못하지만 사람들은 만족하는 것 같다”며 “교류하며 외로움을 달래면서도 상처는 받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상담센터나 정신의학과를 찾는 건 아직까지 사회적 시선 때문에 어렵다”며 “익명성도 보장되고, 심리학을 전공한 나에게 털어놓는 것이 편하다고 느낄 것”이라 설명했다.

전문가가 진행하는 채널도 있다.

심리상담사 이은주 씨는 온오프라인에서 유튜브채널과 정신건강 상담센터를 동시에 운영한다.

이 씨는 최근 채널의 인기에 대해 "최근 소통할 기회가 부족하고 공허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늘면서 정신 건강에 관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 같다"며 "영상에서 사람들을 긍정적으로 이끌고 심리 관련 정보를 많이 주려고 노력한다"고 답했다.

 

전문가 "코로나로 소통 기회 줄고 SNS와 친숙한 탓"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익명 콘텐츠의 인기에 대해 "코로나로  오프라인에서 누굴 만나 대화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다"며 "언제든 접근 가능하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 분석했다.

임 교수는 "심리학에 '기차에서 만난 이방인 현상'이라는 개념이 있다. 지인에게는 이해관계 때문에 말할 수 없는 일들을 낯선 이에게 털어놓는 것을 선호하는 심리"라며 "예전에 페이스북에서 '대나무숲' 같은 콘텐츠가 유행했던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요즘 젊은이들은 SNS에 친숙한 탓에 특히 익명성이 보장되는 SNS에 고민을 털어놓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코로나나 취업난 때문에 젊은 층이 겪는 스트레스가 높아진 상황"이라며 "스트레스를 익명인 공간에서 과도하게 공격적인 언어로 해소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곽 교수는 "스트레스를 욕설 등으로 표출하고 나면 순간적으로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다"면서도 "이런 방식의 해소가 반복되면 부정적인 감정이 더욱 커지기 때문에 좋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익명이고 모르는 사람이다 보니 군중 심리에 휩쓸려 점점 더 수위가 높아질 위험도 있다"고 덧붙였다.

 

/스냅타임 권보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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