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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장지 소재·재활용 여부도 꼼꼼히 따져봅니다"

자취생 최한나(25·여)씨는 수돗물을 바로 여과해 마실 수 있는 브리타 정수기를 사용한다. 최 씨는 “생수를 구매하면 버려야 하는 플라스틱 페트병 쓰레기가 신경 쓰여 브리타 정수기를 구매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브리타 정수기를 사용하며 교체해야 하는 플라스틱 필터는 그냥 버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다 쓴 플라스틱 필터를 모아 브리타코리아에 재활용 프로그램 마련을 촉구하는 ‘브리타 어택’에 참여한 이유다.

최근 구매한 제품에서 나오는 플라스틱을 모아 기업에 반납해 변화를 촉구하는 ‘플라스틱 어택’에 MZ세대가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물건을 구매하고 소비할 때 친환경을 중시하는 MZ세대의 특성이 반영된 현상으로 풀이된다.

기업들도 변화한 소비자들의 요구에 맞춰 빨대 없는 유제품이나 플라스틱 사용을 줄인 화장품 용기를 출시하며 대응하고 있다.

소비자들의 눈높이도 높아지면서 친환경으로 홍보한 제품이 진짜 친환경인지를 꼼꼼히 살피고 친환경을 위장한 ‘그린워싱’에 매우 민감한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는 기업의 변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홍보에 있어 소비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를 깊게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작년 8월부터 12월까지 진행된 브리타 어택 (사진=십년후연구소 인스타그램)


플라스틱보다 캔·유리병 선호...포장소재도 꼼꼼히 따져

서해윤(25·여)씨도 브리타 어택에 참여했다. 서씨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배출하고 싶지 않아 브리타 정수기를 구매했는데 막상 플라스틱 필터를 버려야 해 불편했다”고 전했다.

브리타 어택은 송성희 십년후연구소 대표와 고금숙 알맹상점 공동대표가 작년 8월부터 12월까지 진행한 캠페인이다. 이들은 서명 운동과 필터 수거를 통해 폐필터를 재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 마련을 브리타코리아에 촉구했다. 브리타코리아는 “2021년 중으로 이미 사용한 필터를 회수해 플라스틱을 재활용하고 나머지 충전재는 환경에 유해하지 않게 처리할 수 있는 프로그램과 시스템을 준비하고 있다”는 답변을 보내왔다.

송 대표는 브리타코리아가 언제부터 어떻게 수거 프로그램을 진행할지 구체적인 계획을 밝히지는 않아 기다리는 중이라고 했다. 그는 “브리타 어택은 종료됐지만 다 쓴 필터를 지금이라도 우리에 보내도 되느냐는 연락이 많이 온다. 지금 모인 필터는 1만 5000개 가량”이라며 “4월 안으로 회사의 후속 계획을 촉구하는 조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친환경 소비를 중시하는 이들은 포장지의 재질과 재활용 가능 여부까지 살핀다.

최씨는 "제품이 재활용이 가능한 소재나 친환경 소재로 만들어졌는지를 점검한다"며 "온라인 쇼핑을 할 때에도 택배 포장에서 비닐 쓰레기가 나오진 않는지까지 고려한다"고 전했다.

30대 후반 여성 임 모씨도 “가능하면 플라스틱 포장을 최소화 한 제품을 구매한다"며 "기존에 갖고 있던 플라스틱 용기를 재활용할 수 있는 리필 제품을 애용한다"고 말했다.

서씨도 “재활용 가능 여부를 따져보고 구매하는 습관이 있다"며 "플라스틱 빨대는 대나무 섬유 빨대로, 비닐 쓰레기 봉투는 생분해 쓰레기 봉투로 대체하고 있다"고 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특히 플라스틱 빨대는 재활용이 어려워 일반쓰레기로 배출된다는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작년에는 음료에 부착된 빨대 제거를 촉구하는 ‘빨대 어택’이 진행됐다. 빨대 어택에 참여했다는 이수현(27·여)씨는 “빨대 어택에 참여하면서 빨대 사용 대신 두유팩 모서리를 잘라 음료를 마셨는데 생각보다 불편하지 않았다. 빨대는 선택적으로 제공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매일유업은 이러한 소비자의 요구에 화답한 사례다. 지난해 6월 어린이 요구르트 엔요에 부착된 빨대를 제거했다. 올해 1월에는 상하농원 유기농 멸균우유의 빨대를 없애 친환경 행보를 이어갔다.

매일유업 관계자는 “과거 우유를 묶음으로 판매할 땐 비닐 포장에 담아 판매했지만 이를 종이띠로 대체하고 있고 매일유업 '슬로우 밀크' 제품도 플라스틱 용기에서 종이팩으로 교체했다”며 “앞으로도 플라스틱 빨대나 포장용기를 친환경 소재로 대체하려는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친환경 위장하는 그린워싱에는 민감...논란 일기도

이니스프리 페이퍼 보틀 (사진=이니스프리 인스타그램)


소비자들은 기업의 친환경 행보에 호응하면서도 정말 친환경인지도 꼼꼼하게 따진다. 특히 친환경을 위장하는 일명 그린워싱에 굉장히 민감하게 반응한다.

최근 이니스프리 ‘페이퍼 보틀’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기도 했다. 해당 제품의 겉 포장지가 종이고 "I'm paper bottle"이라고 적혀 있었지만 안은 플라스틱 용기라는 점이 알려지면서다.

페이퍼 보틀을 둘러싸고 소비자들의 의견은 엇갈렸다.

전모씨(39·여)씨는 이니스프리의 홍보 문구에는 친환경이나 자연과 관련한 문구가 많은데 화장품 용기는 재활용이 안 되는 소재들을 쓴다고 지적했다.

전씨는 “이번 페이퍼 보틀 사건을 접하고 실망했다"며 "화장품 용기에 소비자들이 문제를 제기하는지를 깊게 고민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페이퍼 보틀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이들도 있었다.

김성민(47·남)씨는 "페이퍼 보틀이 두꺼운 플라스틱 용기 외면을 종이로 대체하면서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인 것은 사실"이라며 "다만 이니스프리가 조금 더 적극적으로 소비자들과 소통했다면 좋았을 것 같다"고 했다.

 

전문가 친환경 소비는 가치소비’적 특성 넘어 세계적 흐름

전문가들은 플라스틱 어택과 페이퍼 보틀 논란에 대해 친환경을 중시하는 MZ세대의 가치소비적 특성이 반영된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또 이러한 움직임은 세대 특성을 넘어 전세계적 흐름임을 강조했다.

김용진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기존에는 주주의 이익 극대화가 목표인 ‘주주 자본주의’가 주류였다"며 "최근에는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라는 개념이 중요해졌다"고 강조했다.

이는 기업이 △고객△기업 구성원 △정부 △환경단체 등 다양한 이해 관계자의 목표와 사회문제 해결에 관심을 갖는 ESG(환경, 사회적기여, 지배구조) 경영을 펼쳐야 한다는 목소리다.

김 교수는 “친환경을 중요한 가치로 받아들이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기업들이 이에 반드시 대응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김 교수는 기업이 친환경 행보를 펼치면서도 그린워싱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위해선 기업과 소비자 간 인식 차를 줄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를 위해선 소비자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다고 했다.

김 교수는 “기업의 선한 의도가 전달되려면 단순히 그 의도를 강조할 것이 아니라 소비자들의 입장에서는 어떻게 받아들일지를 항상 고민해야 한다"며 "그래야 역효과 없이 정확한 메시지가 전달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스냅타임 권보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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