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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메탈·오늘은 실리콘'...스마트워치 줄질에 빠진 MZ세대

“‘줄질’ 때문에 스마트워치 구입을 희망했다. 주객이 전도된 느낌이지만, 같은 스마트워치를 다양한 모습으로 꾸미니 시계를 여러 개 가진 기분이 든다.” (이윤희 씨, 여·29)

“외출을 준비하는 마지막 단계는 ‘스마트워치에 어떤 시곗줄을 끼울까’ 고민하는 순간이다. 방문하는 장소와 입은 옷의 분위기에 따라 다른 시곗줄을 착용한다.” (권순준 씨, 남·25)

MZ세대(1980년대~2000년대 초 출생)가 스마트워치 ‘줄질’에 푹 빠졌다. 취향과 기분, 연출하고 싶은 패션 스타일에 맞춰 시곗줄을 자유롭게 교체하는 것.

'줄질하려 스마트워치를 산다'는 말이 나올 만큼 스마트워치 이용자들의 ‘필수 의식’으로 자리매김한 모습이다.

이들은 줄질이 개성을 드러내고 일상에 소소한 만족감을 주는 행위라고 입을 모았다. 남들과 똑같은 스마트워치를 구입하더라도 나만의 시곗줄을 선택해 마치 다른 액세서리처럼 활용할 수 있어서다. 시곗줄 교체가 편리하고 제품 가격대가 저렴하다는 점도 만족스럽다고 전했다.

 

다양한 색상과 재질의 스마트워치 시곗줄. (사진=네이버 블로거 채리(quiet_dawn) 제공)


 

곱창 머리끈디자인 시곗줄? 다양성·저렴함으로 MZ세대 겨냥

시곗줄 교체는 스마트워치 등장 이전에도 시계를 즐기는 방법 중 하나로 알려졌다.

하지만 스마트워치는 기존 손목시계에 비해 시곗줄 교체가 편리하다는 장점으로 ‘줄질 열풍’을 일으켰다. 공식 판매점이나 시계 공방을 방문하지 않고도 스스로 간편히 줄질을 즐길 수 있게 된 것.

아울러 스마트워치 스트랩(시곗줄)의 다양하고 독특한 디자인이 개성을 추구하는 MZ세대를 저격했다. 기존 손목시계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곱창 머리끈 스트랩’이 한 예다. 복고풍 패션 소품으로 입소문을 탄 ‘곱창 밴드’ 디자인을 시곗줄에 적용해 인기를 끌었다.

저렴한 가격대로 ‘가심비(가격대비 마음의 만족도)’를 챙길 수 있다는 점도 이들이 줄질에 나서는 이유다. 정품 스트랩은 6만~12만원대의 고가이지만 1만원 이하의 스트랩으로도 충분한 만족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전면부 화면을 뜻하는 ‘워치페이스’를 다양하게 변경할 수 있는 스마트워치의 특성도 줄질의 매력을 더했다. 워치페이스 디자인에 맞춰 통일감을 주는 스트랩을 선택해 이른바 ‘맞춤제작(커스터마이징)’ 시계를 꾸미는 식이다.

 

(사진=이왕근 씨 제공)


 

20줄질은 스마트워치 이용하는 또 다른 매력

MZ세대는 ‘줄질’을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기 위한 행위로 인식하고 있다. 아울러 패션의 원칙처럼 일컬어지는 시간(time)·장소(place)·상황(occasion)의 ‘T·P·O’를 고려해 적절한 시곗줄을 고른다고 밝혔다.

‘갤럭시워치3’와 ‘애플워치6’를 모두 이용 중이라는 김선근(41·남)씨는 “계절과 장소, 옷 스타일에 따라 다양한 연출을 하고 싶어 시곗줄을 교체한다”며 “운동할 때는 스포츠 밴드 종류의 시곗줄을, 정장을 입었을 때는 가죽·메탈 재질의 시곗줄을 애용한다”고 전했다.

김무근(27·남)씨는 최근 날씨가 더워지자 투명한 실리콘 재질과 메탈 재질의 시곗줄을 새로 구입했다. 김씨는 “여름과 잘 어울릴 만한 시곗줄을 고민한 끝에 결정했다”며 “적은 돈을 들여 시곗줄 하나만 바꿨을 뿐인데, 팔목이 훨씬 시원해 보이고 스마트워치도 새롭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스마트워치를 사용하다 뒤늦게 줄질에 빠진 경우도 있다.

이왕근(25·남)씨는 “처음엔 정품 스트랩이 비싸 줄질을 할 생각이 없었다”며 “꼭 정품이 아니더라도 저렴한 제품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기본 시곗줄이 밋밋해 보여 줄질을 시작했다”고 했다.

전자기기 액세서리를 꾸미는 행위가 개성을 드러내고 젊은 이미지를 강조하려는 2030세대의 문화라는 의견도 나왔다.

김무근 씨는 “2030세대는 외적 변화를 통해 자신의 개성을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데 익숙하다”며 “최근 휴대폰 케이스나 노트북 파우치 등 자주 사용하는 전자기기의 액세서리를 꾸미는 행위가 인기다. 이 역시 스마트워치 줄질과 같은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권순준(25·남)씨 또한 “스마트워치는 기능 측면에서 20대가 선호하는 젊고 영리한 이미지를 갖고 있다”며 “이와 더불어 시곗줄이 T·P·O를 맞추는 기존 손목시계의 고전적인 역할을 대체하는 게 아닐까 싶다”고 밝혔다.

 

계절감에 맞춰 애플워치 시곗줄을 변경한 모습. (사진=김무근 씨 제공)


 

전문가 시계, 귀금속패션 액세서리로 의미 변화...시곗줄도 가치 상승

패션계 전문가는 스마트워치가 시계 시장에 가져온 변화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외부활동이 줄어든 점을 ‘줄질 열풍’의 원인으로 꼽았다.

이수진 패션플랩 대표(전 동덕여대 패션디자인학과 교수)는 “시계는 예물로 주고받던 고급 귀금속에서 2000년대 초 패션 액세서리로 그 사회적 함의가 변화했다”고 흐름을 짚었다.

이 대표는 이어 "워치페이스를 사용자 맘대로 바꿀 수 있는 스마트워치의 등장으로 시계를 여러 개 구입할 필요가 사라졌다. 하지만 스마트워치 또한 액세서리의 기능을 계속 수행하므로, (개성을 드러낼 수 있는) 시곗줄의 가치가 커지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로 인해 외부 활동이 줄어들자 옷 대신 시곗줄 같은 액세서리에서 자기만족을 찾는 경향이 강해졌다”고 덧붙였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시곗줄은 젊은 세대가 다양성을 추구하며 스스로의 안목을 과시할 수 있는 적합한 소비재”라고 밝혔다.

이 교수는 “(같은 과시의 목적이라도) 얼굴이나 몸매 등 민감한 개인 신상이 노출되면 심리적으로 편안하지 않다”며 “반면 시곗줄은 손목에 위치하기 때문에 (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도 스스로 다양하게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스냅타임 윤민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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