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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챌' 끝났지만 일기 매력에 푹 빠졌어요"

최근 논란 속에 진행된 네이버의 일기 쓰기 이벤트인 ‘블로그 챌린지(이하 블챌)’가 마무리됐다.

하지만 여전히 개인적인 챌린지를 이어나가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지인들에게 자신의 하루를 짤막하게 공유하기도 하고 속마음을 적어내며 감정을 정리하기도 한다.

‘일기 쓰기’는 이전부터 마음을 다스리는 방법으로써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아왔다. 여기에 참여 방법은 간단하면서도 모두에게 실사용 가능한 포인트를 지급하는 이벤트 '블챌'이 인기에 불을 지핀 셈이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인스타보다 깊은 유대감…"이웃들과 소통해요"

김한수(27·남) 씨는 인스타그램에 피로감을 느끼고 그만둘까 고민하던 찰나 블챌 공고를 접했다.

블챌에 참여하면 10일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일과를 기록해 블로그에 올려야 한다. 성공하면 네이버 페이 1만6000원을 받을 수 있어 블로그 운영자들의 참여율이 매우 높았다.

그는 “블로그가 인스타그램보다 비교적 소수의 인원(이웃)과 소통하기 때문에 하루 동안 느낀 감정이나 일과를 올리기에 부담이 없어 보였다”며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내 일상을 공유하고 싶었다”며 챌린지에 참여한 이유를 밝혔다.

김씨는 자신의 일상을 풀어낼 뿐만 아니라 블로그 이웃의 일상도 보다 세세하게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사소한 일상이라도 놓치지 않고 (블로그에) 올리고 싶었다”며 “때문에 하루의 모든 순간에 집중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김유나(24·여) 씨도 “‘챌린지’라는 단어 자체가 이벤트에 참여하고 싶도록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참여를) 안 하면 20대로서 트렌드에 뒤처지는 느낌이 들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블로그를 운영 중인 친구들 대부분이 블챌에 참여했는데 자주 연락하지 못했던 이들의 매일을 엿볼 수 있어서 심리적 거리감이 준 것 같다”며 “그들의 일상을 통해 ‘나도 무언가를 해봐야겠다’, ‘어떻게 살아야겠다’ 등의 동기 부여를 받을 수 있었다”고 전했다.

블챌을 통해 자신의 일상을 정리할 뿐만 아니라 타인들과 감정적인 교류 역시 할 수 있었던 것.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공개된 곳에 일기를 작성했을 때 나타나는 이른바 ‘쉐어 효과’의 위력에 대해 설명했다.

임 교수는 “블로그처럼 타인이 내 콘텐츠를 볼 수 있는 곳에 일상을 공유하거나 다짐을 적으면 ‘선언 효과’가 나타난다”며 “‘나는 ~했다’ 또는 ‘나는 ~할 것이다’는 생각을 글로 명시하면서 스스로 다시 한번 확인시키는 역할을 한다”고 전했다.  게시한 내용을 더 잘 기억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다짐에 대한 강한 목표 의식도 생긴다는 것이다.

 

(사진=이미지투데이)


 

블챌 끝났지만 계속되는 ‘#오늘일기’

블챌 이벤트는 지난 3일 종료했지만 여전히 많은 이들이 ‘#블챌’, ‘#오늘의일기’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매일 일기 쓰기 챌린지를 진행 중이다.

네이버페이 포인트를 많이 준다는 말에 블챌에 참여했던 김은비 씨. 김 씨도 처음엔 별생각 없이 글을 올렸지만 하루가 지날수록 뿌듯함을 느꼈다고 한다. 이후 블챌이 끝나고도 계속해서 일기 포스팅을 업로드 중이다.

그는 “일기를 쓰면서 비로소 하루를 마무리하는 느낌이 들었다”며 “일기가 아니었다면 그냥 지나가 버릴 오늘을 다시 한번 더 되돌아볼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일기를 업로드하는 건) 짧은 시간이지만 이날의 기억들은 후에 다시 꺼내 볼 수 있는 추억이 됐다”며 “(블챌은 끝났지만) 꾸준히 쓰는 일기의 매력을 알게 됐다”고 덧붙였다.

블로그 운영자 지은씨도 계속해서 해시태그와 함께 블챌을 이어나가고 있다.

그는“블챌에 참여하면 돈(포인트)뿐만 아니라 추첨을 통해 책을 만들어 준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이후 진지하게 일기 포스팅을 올리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그는 “오래전부터 블로그를 운영해오며 일상 관련 글을 써왔지만 블챌에 참여하면서야 간만에 ‘일기다운 일기’를 쓰는 것 같았다”며 “괜시리 오늘 하루 느꼈던 진지한 생각들, 감성들을 기록했다. 매일 쓰는 것이 조금 귀찮기도 했지만 다 쓰고 나면 늘 뿌듯함이 따라왔다”고 설명했다.

유나씨도 평소 블로그에 꾸준히 일기를 써왔다. 김씨는 “매일은 못 쓰지만 몰아서라도 일상의 기억을 기록하는 편”이라며 “블로그는 아날로그 다이어리와 달리 사진과 영상을 첨부할 수 있어 그날의 추억을 더 생생히 남길 수 있다”고 전했다.

그는 자꾸만 나 자신을 타인과 비교하게 될 때, 스스로가 작게 느껴질 때 이전에 썼던 포스트를 꺼내 본다고 한다.

김씨는 “불확실한 미래에 불안해질 때 일기장을 톺아보면 이전의 내가 어떤 고민을 하고 어떤 선택을 해왔는지 알 수 있다”며 “생각보다 나는 늘 열심히, 치열하게 살아왔다. 이 사실을 되새기면서 잠깐이나마 스스로를 위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블로그도 아날로그도 OK…일기로 ‘감정 정화’ 하세요

임 교수는 일기가 감정을 정화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일기를 쓰다 보면 내용 표현도 중요하지만 주가 되는 것은 나의 솔직한 감정 표현”이라며 “솔직한 내 마음을 돌아보는 과정에서 감정 정화의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전했다.

전문 용어로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다는 것. 최근 유행했던 ‘감사 일기’를 쓰는 것이 그 예인데 하루 중 행복했던 기억을 찾은 후 이를 정리(rearrangement)하는 과정에서 감정 정화의 효과가 나타난다.

뿐만 아니라 일기 쓰기는 심리 치료의 일종인 ‘거울 치료’에도 견줄 수 있다. 임 교수는 “심리 치료라고 해서 분석가가 심리 상태에 대해 분석하고 해석해주는 것이 아니다”라며 “남이 나의 상황에 대해 조언을 하기보단 내가 내 스스로의 얘기를 잘 들어주는 것이 (치료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기를 통해 자문자답할 수 있다”며 “이는 명상만큼이나 심리치료 효과가 뛰어나다”고 덧붙였다.

 

/스냅타임 김세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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