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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하버드’ 제친 혁신대학 美미네르바 재학생 만났습니다

[이데일리 김혜선 기자] 올해 ‘세계 1위’ 혁신대학으로 꼽힌 미 미네르바 스쿨은 기존의 대학 시스템을 완전히 혁파한 교육 시스템으로 유명하다. 미네르바 대학은 전세계 주요 100대 대학의 혁신성을 평가해 순위를 매기는 ‘WURI’(The World's Universities with Real Impact Ranking 2022)랭킹에서 애리조나주립대, 매사추세츠공과대(MIT), 하버드대 등 쟁쟁한 명문대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우리나라 대학은 서울대가 16위에 올랐다.

(사진=미네르바스쿨 홈페이지)


 

미네르바 대학은 ‘캠퍼스’가 없다. 오로지 온라인으로만 수업이 이뤄지며, 수업 역시 교수의 일반적인 강의가 아니라 학생들의 발표 중심으로 흘러간다. 학생의 발언량이 적다면 화면에 빨간색 표시가 나타나 교수가 해당 학생에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완벽한 자기주도 학습’을 위한 미네르바만의 핵심 교육 방법이다.

미네르바의 또다른 강점은 전세계 7개 도시에 흩어진 기숙사다. 학생들은 미국 샌프란시스코, 영국 런던, 한국 서울, 인도 하이데라바드, 독일 베를린,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대만 타이베이 등 7개 국가 기숙사를 돌아다니며 현지 기업들과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실질적으로 필요한 인재를 길러내기 위한 현장학습을 매 학기마다 하는 셈이다.

미네르바 대학에서는 한국인 학생 3명이 2학년에 재학 중이다. 1학년 재학생들은 총 11명. 전체 재학생 618명 중 2.26%로 아주 소수다. 그 중 ‘학교는 하루도 다니지 않았지만’ 저자인 임하영 학생을 28일 만났다. 다음은 임하영 학생과 <스냅타임>의 일문일답.

 

Q.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A. 안녕하세요, 저는 현재 미네르바 대학에서 2학년을 마친 임하영이라고 합니다. 샌프란시스코, 서울, 베를린을 옮겨 다니며 공부한 뒤 지금은 잠시 스타트업에서 인턴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Q. 미네르바 대학을 선택한 이유는.

A. 크게 세 가지 이유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첫 번째로는 디지털 리터러시를 갖추고 싶었어요. 저는 십대 내내 사회를 조금이라도 변화시키는 방법이 법과 제도를 바꾸는 것이라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스무 살이 넘어 한국 사회를 조금이나마 관찰해 보니 법과 제도는 굉장히 천천히 보수적으로 바뀐다는 사실을 발견했죠. 그렇다면 사회의 변화를 앞장서서 이끄는 것은 무엇일까 고민하다 ‘과학과 기술’이라는 결론을 내렸어요. 제가 맨 앞단에서 그 변화를 주도하진 못하더라도 최소한 지금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는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싶었어요.

두 번째로는 다양성인데요. 혁신이 일어나는 과정에 대해 생각해 보면 물론 전에 없던 새로운 것을 만들 수도 있지만, 전에 잘 결합해 본 적이 없는 두 가지를 잘 결합하면 되는 것 같아요. 그런 점에서 다양한 배경의 이질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들과 공부하면 나중에 좀 더 유연하게 혁신을 만들어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세 번째는 지적 자극을 주는 시스템이 있는 곳을 찾고 싶었어요. 당시 교육자 개개인보다는 제대로 설계된 시스템이 더욱 중요한 것 같다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요. 미네르바는 학생의 학습과 성장에 초점을 맞춰 교육과 평가 시스템이 디자인 되어 있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그래서 미네르바에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Q. 미네르바 대학 지원 과정은 어땠나.

A. 사실 저는 프랑스에 가서 정치학을 공부하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서, 오랫 동안 프랑스어 시험을 준비했어요. 미네르바는 SAT나 토플 같은 시험 성적을 고려하지 않는 학교라 딱히 준비한 것은 없습니다. 저는 심지어 학교를 다닌 적이 없어서 고등학교 성적이 없었는데, 미네르바에서 생활기록부를 제출하라고 해서 꽤 애 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지원할 때 마지막에 살면서 가장 자랑스러운 6가지 성취를 적는 과정이 있는데, 여기에 특이한 성취를 적는 친구들이 많이 합격하는 것 같아요. 저 같은 경우에는 책을 두 권 썼던 경험, 88일 동안 혼자 버스킹을 하며 유럽 여행을 다녔던 경험 등을 적었어요. 거의 2주 만에 후다닥 지원했는데 다행히 한 번에 합격했습니다.

 

Q. 강의에 대한 첫 이미지

A. 우선 강의라는 표현이 정확하지 않은데, 미네르바에서는 수업 시간에 교수가 강의를 하는 일이 없어요. 아마 교수가 연속으로 몇 분 이상 말하면 안 되는 규칙도 있을 거예요. 끊임없이 학생들이 자신의 의견을 말해야 하고, 예습을 제대로 했나 확인하는 쪽지시험도 수시로 봐요. 처음에는 정말 진이 빠졌죠. 교수가 계속 저를 지목해서 의견을 물어보는데, 말도 제대로 안 나오고 힘들었어요. 2학년 정도 되니 조금 적응이 되더라고요.

 

Q. 2학년부터 전공을 선택하는데, 어떤 전공을 선택했고 그 이유는 무엇인가?

A. 저는 컴퓨터 사이언스를 전공으로 선택했습니다. 개인적으로 학부 단계에서 배우는 컴퓨터는 학문의 한 분야라기보다 도구에 가깝다고 생각하는데요, 이 도구의 가능성이 정말 무궁무진한 것 같아요. 나중에 개발자로 일할 수도 있고, 자연과학을 할 수도, 사회과학을 할 수도 있죠. 또 요즘에는 무엇을 하든 데이터가 정말 중요하잖아요. 정말 필요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가공하고, 인사이트를 뽑아 내는 훈련을 받고 싶다는 바람도 있었습니다.

 

Q. 기숙사 생활에 대해 소개해 달라.

A. 학교에 캠퍼스가 없는 대신 각 도시마다 기숙사가 있어요. 두 명에서 최대 네 명까지 같은 방을 사용해서 재밌는 추억이 많죠. 제 1학년 때 룸메이트는 조지아 국적인 친구였고, 2학년 때는 홍콩과 이집트에서 온 친구들과 같이 살았어요. 물론 생활습관이 달라서 서로 불편한 적도 없지 않았지만, ‘이렇게도 살 수 있구나’ 혹은 ‘이렇게도 생각할 수 있구나’ 느끼면서 시야가 많이 넓어졌죠.

기숙사 친구들과 이집트 여행을 간 임하영 학생. (사진=임하영 제공)


 

Q. 미네르바 대학 입학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조언한다면.

A. 본인이 관심 있는 분야를 남들보다 한 걸음 더 깊이 들어가 탐구하다 보면 어느 순간 본인만의 특별한 성취도 뒤따라올 거라고 생각해요. 또 미네르바가 물론 장점도 많지만 캠퍼스도 없고 카페테리아도 없어서 스스로 학업, 식사, 빨래 등 모든 것을 다 챙겨야 해요. 샌프란시스코의 경우 기숙사도 치안이 굉장히 안 좋은 곳에 있고요. 공부도 챙겨서 해야 하지만, 입학하기 전에 스스로 삶을 꾸리는 법을 잘 익혀서 오면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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