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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 속 계속 달리는 ‘배달 라이더’

[이데일리 염정인 인턴기자]이틀 전(8일)부터 중부 지방엔 80년 만의 기록적인 폭우가 내렸다. 다리가 물에 잠기고 우산을 쓰는 게 소용없던 날씨였다. 이러한 기상 악화 속에서도 계속 노동을 이어가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배달 노동자’들이다. 음식 배달을 비롯해 이커머스 업체들의 새벽배송도 난항을 겪었다. 스냅타임은 폭우 속 멈추지 않던 배달 노동자들을 들여다봤다.

지난 9일 오후 배달 중인 라이더의 모습(사진=염정인 인턴 기자)


 

뛰는 배달료에 빗길 나선 라이더들

 

지난 9일 청년 라이더 A씨(24)는 폭우를 뚫고 배달에 나섰다. 건당 배달비가 몇 배나 뛰었기 때문이다. 일부 지역에서는 건당 배달료가 2만 5000원까지 뛰었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그는 “업주분들께선 배달이 빨리 안 빠지니까, 독촉이 많았다”며 “도로 상황도 예측할 수 없어서 어려움이 많았다”고 했다.

배달 노동자 단체인 ‘라이더유니온’ 관계자는 “폭우가 완전히 심해진 뒤엔 배달하러 나가는 라이더들이 당연히 적었다”며 “하지만 이미 배달 중이던 라이더들은 갑작스럽게 도로가 침수되는 상황에서 오토바이를 두고 대피할 수 없어 오도가도 못했다”고 설명했다.

라이더유니온 측은 자연재해 상황에 단순히 ‘할증’을 통한 라이더 공급만으로는 안전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기상 악화 시 어긋나는 수요와 공급 문제를, 단지 프로모션을 통한 라이더 공급에만 초점을 맞추면 라이더 안전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안전 문제를 라이더 개인 책임으로만 돌릴 수 없다”고 했다.

배달앱도 단순히 ‘배달지연’ 안내문만 거는 것은 아니다. 이번 폭우 때 요기요 익스프레스와 쿠팡이츠는 라이더의 안전을 위해 일부 지역을 ‘배송 불가’로 설정해 서비스를 잠정 중단케 했다. 배달의 민족은 배송중단은 하지 않았지만, 배달 거리를 조정해 라이더들의 안전을 고려했다.

 

폭우 속에도 이뤄진 새벽배송

이커머스 라이더들은 새벽배송으로 골머리를 앓았다. 지난 9일 오후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엔 ‘쿠팡플렉스’ 담당자가 라이더에게 무리하게 배달을 요구하는 내용의 카카오톡 캡쳐본이 올라와 화제였다.

(사진= 트위터 캡쳐)


 

쿠팡 라이더들은 이런 ‘독촉’이 흔한 일이라고 했다. 쿠팡친구으로 근무 중인 B씨(33)는 “쿠팡친구와 쿠팡플렉스 상황이 다르지만 대체로 배달완료를 위한 독촉이 많다”며 “5분단위로 배송상황을 체크하기도 하고 잠시 화장실 다녀오는 사이에 연락이 안되면 ‘왜 혼자 유난이냐’며 지적을 받는다”고 말했다.

쿠팡플렉스의 ‘일산4’ 캠프에서 택배 배달을 했던 C씨(27)도 “20년인가 21년 당시 폭설이 왔을 때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며 9일 SNS에 올라온 카카오톡 캡쳐본을 두고 “정말 있는 일”이라며 “기상 악화로 물량을 다 소화할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하니까, 할 수 있는 거까지 하고 나머지는 가져오라고 말했었다”고 했다.

C씨는 “사실 캠프 담당자마다 상이하다”며 “날씨가 안 좋다고 말하면 시간을 연장해주거나 물량이 너무 많은 날엔 추가 인력을 붙여주는 곳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물량을 다 소화하지 못할 경우, 불이익이 있는 건 맞다”며 “쿠팡플렉스 단톡방을 보면, 일을 늦게 마치면 업무에 잘 배정해주지 않거나 일명 ‘똥라우트’라 불리는 배달하기 어려운 지역으로 보내주는 관행이 있긴 하다”고 밝혔다.

한편, 소비자은 과도한 빗길 새벽배송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이현정(23)씨는 “9일 회사에 출근해 점심을 배달 시키고 싶었지만 배달 노동자분들의 안전이 우려돼 참았다”고 밝혔다. 높은 배달비에도 “이런 날은 배달이나 새벽배송을 다 중지시켜야 하는 것 아니냐”나 “이 시각 제일 무서운 건 배송 완료 문자다”란 반응이 이어졌다.

라이더유니온 관계자는 이러한 소비자들의 ‘배달 멈춤’ 여론에 대해 “라이더 안전에 도움은 되겠지만 민감한 사안”이라고 답했다. 이어 “라이더가 받는 최저 배달료 자체가 올라, 어느 정도 안정적인 수익이 보장된 다음 도입되어야 하는 방안”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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