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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코로나19 예방에 효과 없다? [팩트체크]


[이데일리 오연주 인턴 기자] 지난 19일, 국회 국민동의청원에 “감염병 예방에 관한 법률 중 마스크 관련 조항 삭제 재개정 요청에 관한 청원”이 올라왔다. 글의 골자는 마스크가 코로나19 예방에 효과가 없다는 것이었다.

이 청원은 8월 12일 현재 1,800명이 넘는 동의를 받았다. 해당 청원이 근거로 들고 있는 내용이 모두 사실인지 확인해보았다.

 

(사진=이미지투데이)


 

◆ 해외에서는 마스크 착용 안한다? 절반의 사실

“감염병 예방에 관한 법률 중 마스크 관련 조항 삭제 재개정 요청에 관한 청원”은 한국의 마스크 의무 규정을 비판하면서 미국이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한 것을 해외 사례의 근거로 들었다.

현재 한국은 감염병예방법 제49조에 따라 감염병의 전파가 우려되어 마스크 착용 등 방역지침 준수 명령이 내려진 경우, 관할 지자체에서 행정명령 한 시설·장소 등에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으면 과태료가 부과 될 수 있다. 현재 운송수단을포함한 실내 전체, 50인 이상이 참석하는 실외 집회 및 실외 공연과 스포츠 경기 등에서 마스크 착용이 의무이다.

반면 해외에 마스크 의무규정이 폐지된 국가들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청원 내용처럼 미국은 마스크 의무 규정이 해제되었다. 하지만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인 CDC는 여전히 실내 대중 교통에서 마스크를 쓸 것을 권고하고 있다.

EU 국가들도 올해 2월 덴마크를 시작으로 마스크 의무를 해제하기 시작했다. 지역에 따라 마스크 의무규정이 다르게 적용되는 나라들도 있다. 오스트리아는 대부분의 지역에서 마스크 의무가 해제되었으나 비엔나에서는 여전히 마스크를 써야 한다.

마스크 착용이 의무는 아니지만 강하게 권고하고있는 나라들도 있다. 프랑스와 이탈리아 등은 마스크 의무를 해제했지만 코로나가 확산함에 따라 마스크 착용을 강력히 권고하고 있다.

한편 마스크가 여전히 의무인 국가에는 독일과 홍콩 등이 있다. 독일 보건부에 따르면 대중교통 등에서의 마스크 착용이의무이다. 중국 가게와 대중교통에서 마스크 착용이 의무이며 지역마다 다르다. 홍콩은 지난 9일 기존 사회적 거리두기조치의 연장을 공표했으며, 이에는 마스크 착용 의무도 포함된다.

 

◆ WHO가 마스크 효과 없다고 했다? 대체로 사실 아님

청원 내용에서는 WHO가 “마스크가 바이러스를 차단해주지 못한다”고 발표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청원에서 언급하고있는 보고서는 WHO가 2019년 출판한 <전염성 및 유행성 인플루엔자의 위험과 영향을 완화하기 위한 비의약적 공중보건 조치>라는 보고서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청원 내용은 보고서의 일부만을 발췌해 보고서 전체의 의도를 왜곡하고 있다. 우선 해당 보고서는 2019년에 쓰인 것으로, 코로나19가 아닌 인플루엔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연구들의 결과와 이에 따른 WHO의 권고 사항을 담고 있다.

청원 내용은 ‘마스크에 대한 전반적인 증거 결과’만을 발췌해 소개하고 있다. 10건의 무작위 배정 임상시험(RCT)에 따르면 마스크가 전염을 감소시킨다는 증거가 없다는 내용이다.

마스크 착용 권고 내용이 담긴 WHO 보고서 (사진=WHO 보고서 캡처)


하지만 ‘권고’에서 WHO는 마스크 착용에 대해 “일반 대중에게는 심각한 인플루엔자 전염병 상황에서 권고”되며 “증상이 있는 개인들에게는 항상 권고”된다고 말하고 있다. 그 근거로는 “마스크가 기술적으로 잠재적 예방 효과가 있다고 보인다”는 점을 들었다. 여기서 사용된 단어 ‘plausibility’는 옥스퍼드 영어 사전에 따르면 ‘합리적이고 진실할 것 같은 성질’이라는 뜻으로, 일반적으로 가능성이라고 쓰이는 ‘possibility’보다 강력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즉 마스크가 기술적으로 예방 효과가 있다고 합리적이고 진실되게 판단되기 때문에 에피데믹이나 팬데믹의 상황에서 마스크를 쓰라고 권고하는 것이다.

팬데믹 상황에서는 모든 대중에게 마스크 쓰는 것이 권고된다는 부분도 주목해야한다. WHO는 코로나19의 확산세가 전세계로 이어지자 2020년 3월 11일 팬데믹을 선포한 바 있다. 이에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 상황에서는 마스크 착용이일반 대중에게도 권고된다고 해석할 여지가 있다.

또한 WHO의 공식 홈페이지는 “마스크는 전염을 줄이고 생명을 구하기 위한 핵심 수단”이라고 밝히고 있다. WHO는“코와 입을 덮는 잘 맞는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대중에게 권장된다”며 “환기가 잘 안되는 실내 혹은 적어도 1미터의 물리적 거리를 유지할 수 없는 환기가 되는 실내와 실외 환경”에서 마스크를 착용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 미국 CDC가 “마스크 착용 별 효과 없다”고 발표했다? 전혀 사실 아님

마지막으로 해외사례라며 ‘마스크 착용이 별 효과가 없다’는 내용의 보도를 첨부했다. 이 기사는 2021년 3월 9일 보도된 파이낸스뉴스의 기사로, 원아메리카뉴스네트워크(OAN)의 “CDC: Face Masks Don’t Prevent COVID-19, Study Finds Masks Have Negligible Impact On Coronavirus Numbers”라는 2021년 3월 7일의 보도를 인용한 것이다.

파이낸스투데이는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인 CDC가 미국의 공식적인 전문기관이라며 해당 보도의 신뢰도를 강조했다. 하지만 OAN의 보도 자체가 미국의 공신력있는 팩트체크 사이트에서 ‘거짓’으로 밝혀진 바 있다. OAN 기사 원문을 보기위해 들어가 보았지만, 홈페이지에서 해당 기사는 삭제된 상태다.

파이낸스투데이가 인용한 OAN의 보도는 연구 결과를 왜곡해 편집함으로써 잘못된 정보를 전달한 기사다. 해당 기사는연구 결과 2020년 3월부터 12월까지 마스크 사용으로 인해 감염률이 1.5% 감소하는데 그쳤다고 발표했다고 주장했다.

보도에서 인용한 미 CDC 보고서의 요약 내용 (사진=미 CDC 보고서 캡처)

하지만 CDC의 보고서를 검토해본 결과, 해당 수치는 감염율이 1.5% 감소했다는 것이 아니라, 환자 수와 사망자의 증가율이 1.5%p 감소했다는 결과를 나타내고 있다. 또한 해당 보고서는 "실내 공공 환경에서 마스크를 지속적으로 사용하는것이 코로나19의 감염을 방지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즉 청원이 근거로 삼은 기사의 보도 내용은 미국 CDC의 연구결과를 왜곡하고있을 뿐 아니라 보고서의 결론과 정 반대의 내용을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여과율에 따른 마스크 효과를 나타내는 미국 CDC 보고서의 내용 (사진=미 CDC 보고서 캡처)


CDC의 보고서는 “더 높은 여과 능력을 가진 마스크를 사용하는 것이 마스크를 사용하지 않는 것과 비교해 높은 보호를제공”한다며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는 것과 함께 얼굴에 맞는 마스크 착용으로 감염을 예방할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 법원의 판결에 따라 2022년 4월 18일자로 대중교통에서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는 CDC의 2021년 1월 29일 의무 조치는 유효하지 않다. 하지만 CDC는 여전히 실내 대중교통에서 마스크를 쓸 것을 권고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해외의 여러 국가들에서 마스크 의무조항이 폐지된 것과 달리, 우리나라는 여전히 실내 및 50인 이상이 모인 실외 행사에서 마스크 의무 조항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해당 청원이 근거로 대고 있는 자료들은 타당성이 떨어지는 측면이 있다. WHO는 코로나19의 확산으로 팬데믹을 선포하고 마스크 착용을 공식적으로 권장했으며, 미국 CDC의 연구 결과를 인용하며 마스크가 효과가 없다고 주장한 보도 또한 거짓이다. 이에 “마스크가 효과가 없다”고 주장한 해당 국회 청원의 내용에 대하여 ‘대체로 사실 아님’이라고 판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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