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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기후파업에 나선 17세 소녀들 "우린 1급 멸종위기종"

[이데일리 염정인 인턴 기자] 23일 청소년들이 용산역 광장에 모여 기후위기 대응을 촉구했다. 경찰 관계자를 통해 대통령 집무실에 서한도 제출했다. 이 시위는 ‘청소년 기후행동’이 주도한 ‘글로벌 기후파업’으로 전 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됐다. 기후파업은 청소년들이 등교를 거부하고 거리로 나와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알리는 행동을 말한다. 스냅타임이 그 현장을 찾아가 봤다.

글로벌 기후파업을 위해 모인 시민들의 모습. 초등학생부터 교복을 입은 청소년들까지 다양한 사람이 모였다. (사진= 염정인 인턴 기자)


 

기후우울증 겪고 있지만 빠르게 변화를 만들어야 해

스냅타임이 만난 청소년들은 대부분 “기후위기를 지켜보며 우울한 감정을 느낀다”고 호소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들은 용산역 광장에 모여 “빠르게 변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고은채(17)씨와 양승희(17)씨는 직접 팻말을 만들어 글로벌 기후파업에 참석했다. 교복을 입고 있는 모습이다. (사진=염정인 인턴 기자)


 

고은채(17)씨와 양승희(17)씨는 고등학교 1학년으로 학교에 가지 않고 글로벌 기후파업에 참여했다. 집회가 끝나자 이들은 “다음에도 기후위기 대응을 촉구할 수 있는 행사가 열린다면 참여할 것”이라 밝혔다.

고은채(17)씨는 기후우울증을 겪었다고 밝혔다. 고씨는 “곧 언제 어떻게 죽을지 모르는 세상에 살고 있다는 생각에, 차라리 죽는 날이 정해져 있는 영화 속 주인공처럼 사는 게 낫겠다고 생각한 적도 있다”며 “답답하고 무기력한 마음이 앞섰는데 오늘 한 자리에 모여 변화를 이야기하니까 더 힘을 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양승희(17)씨는 “개인의 실천만으론 지구 온도 상승을 멈추기 어려워 이곳에 나오게 됐다”며 “우리가 말을 하고 행동을 해야 정부도 응답할 것”이라 말했다.

두 번째 발언자였던 나호윤(17)씨는 스스로를 ‘1급 멸종위기종인 대한민국 청소년’이라 소개했다. 나씨는 “8년 뒤에 기후위기로 인한 위험이 극도로 심각해진다는데 그때 난 고작 25살”이라며 “정말 우리들의 일”이라 강조했다.

나씨 역시 “기후위기로 일어나는 현재의 재난을 지켜보면 우울하다”고 전했다. “기후위기 문제를 제대로 알게 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무기력함이 앞섰다”며 “오늘 나와 이렇게 이야기하면서 기운을 내보려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청소년들만 이 자리에 모인 것은 아니다.

청년 단체 ‘더웨이브’ 활동가 K씨는 오징어게임을 패러디한 옷을 입고 집회에 참석했다. K씨는 “청소년과 청년들이 선동당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겠지만 우린 마음 맞는

사람끼리 모여 이야기 하는 거라 즐겁다”고 답했다. 이어 “희생적인 활동이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사진=염정인 인턴 기자)


(사진=염정인 인턴 기자)


 

‘천주교더나은세상만들기’ 활동가 S씨와 ‘가톨릭기후행동’ 활동가 J씨는 청소년도 청년도 아니지만 자리를 지켰다. 이들은 “청소년 기후행동을 초창기부터 지켜봤는데 미안한 마음도 들고 응원하고 싶어서 참석했다”며 “기후위기 대응 단체 중 가장 잘 하고 있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이날은 초등학생부터 시험을 2주 앞둔 고등학생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청소년들이 광장을 찾았다. 교사와 대안학교 학생들도 있었다.

경찰 관계자에게 서한을 전달하는 ‘청소년 기후행동’ 활동가의 모습(사진=염정인 인턴 기자)


 

원래 대통령 집무실까지 행진해 서한을 전달하는 행사가 예정돼 있었으나, 갑작스러운 우천으로 인해 경찰 관계자가 대신 서한을 전달받기 위해 용산역 광장을 방문했다.

(사진=염정인 인턴 기자)


 

청소년 기후행동은 △2030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2017년 대비 70% 이상으로 상향 △기후위기 해결을 위한 새로운 논의 구조 구성 △모두가 안전할 사회 안전망 구축 등을 요구했다. 특히 “기후위기는 기회라 부를만큼, 나중으로 미룰만큼 만만하지 않다”며 사태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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