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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나운서 지망생의 하소연



청년층 고용률 42.2% 시대. 20대 절반이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취업난’ 속에서 취업준비생들이 힘든 것은 '좁은 취업의 문'뿐만이 아니다.
"꿈보다는 편안함만을 찾아 고시에만 매달린다”, “중소기업에서는 일조차 하지 않으려 한다"


취준생을 바라보는 사회적 통념이 때로는 취업 경쟁률보다 매섭다. 그러나 취준생들도 할 말이 있다. 취준생들의 애환과 고민에 대한 이해 없이 사회적 통념으로만 바라보는 것이 억울하다. 우리 주변에는 취업이라는 벽을 뛰어넘기 위해 노력하는 수많은 평범한 20대가 있다. 취업시장에 뛰어들어 치열한 하루를 살고 있는 20대의 일상과 고민을 통해 취준생들의 '현재'를 함께해본다. [편집자주]






(이미지=이미지투데이)


'실력

보다 외모가 중요하다', '언론인보다 연예인이다'



아나운서는 20대가 꿈꾸는 인기 있는 직업 중 하나지만 이를 곱지 않게 바라보는 시선도 많다.



아나운서 지망생 김혜지(22·가명)씨는 친한 친구들을 제외하고 남들 앞에선 기자 지망생이라고 말하고 다닌다. 어디 가서 아나운서가 되고 싶다고 하면 종종 부정적인 얘기를 듣기 때문이다.



"학원에서 같이 수업을 듣는 사람들끼리 스터디를 하는데, 아나운서 지망생은 빼놓고 짜더라고."



그는 아나운서 지망생들은 얼굴마담이자 실력이 별로일 것이라고 으레 단정 짓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사실을 부쩍 실감한다.



하지만 이런 편견과 달리 채용 전형도 기자, PD 등 다른 방송 직군과 마찬가지로 까다롭다. 주로 1차 카메라테스트와 서류심사를 시작으로 시사·교양 상식, 논술·작문, 그리고 실무역량평가 등을 거쳐 최종면접을 끝으로 합격 여부가 판가름난다.



혜지씨만 해도 얼마 전까지 논술 학원에 다녔고 지금은 스터디와 시사 공부, 발음 연습을 병행하고 있다. 곧 한국어능력시험과 한국사능력 검정시험도 있어 공부 중이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외모 경쟁에 아카데미 비용 부담까지 

문제는 공부만큼이나 아나운서 지망생들이 외모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 것도 '현실'이라는 점이다.



실제로 면접 과정에서 실력만큼이나 외모가 중요한 요소로 손꼽히고 있기 때문이다. 언론사 준비생들이 모인 인터넷 카페에서는 '아나운서는 외모가 아무래도 중요하다', '괜찮은 정도도 아니고 압도적이어야 한다', 심지어 '실력보다 외모가 더 중요하다'는 글들을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다.



올해 초 올라 온 아나운서 합격 수기 중에는 '공부 대신, 그 시간에 운동하고 그 돈으로 성형하세요. 그냥 깔끔하게 돈 1000만원 들여서 어릴 때 성형하는 게 제일 빠른 방법입니다'라는 글도 찾아볼 수 있다.



(사진=온라인 카페 '아랑')


외모 외에도 넘어야 할 벽은 또 있다.



아무리 외모가 뛰어나고 실력이 좋아도 합격한다는 보장이 없다. 최근에는 개성까지 요구한다. 한 현직 아나운서는 '얼굴, 목소리 중요하지만 성형으로 아나운서가 된 사람은 없다'며 개성을 강조했다.



유명 아카데미 대표는 아나운서가 되기 위해서는 실력은 기본이며 '수많은 시청자의 눈에 합당한 인재'여야 한다고 말했다. 또 합격자 조건으로 정확한 기본기를 갖춘 방송 진행 능력과 자신만의 개성을 꼽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망생 중 극소수를 제외한 대부분은 두 가지 다 갖추고도 몇 년씩 도전하다 실패해 다른 길로 돌아서는 경우가 많다. 다른 취준생들처럼 똑같이 공부하고 준비하는데 거기다 철저한 외모 관리에 자신만의 개성까지 갈고닦아야 하니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실력, 외모에 비용 부담도 '역대급'

"아카데미는 거의 필수 코스인데, 5달에 400만원이 넘어."



아나운서 아카데미는 수강료가 비싸기로 유명하다. 하지만 혼자서는 배울 수 없는 것들을 현직 아나운서가 가르쳐주고 준비 시간을 단축해주기 때문에 많은 돈을 내고서라도 다니려는 이들이 많다.



혜지씨는 지난해 아카데미에 등록하려다 4달에 350만원이라는 가격을 듣고 멈칫했다. 모든 취업 준비에 돈이 많이 들지만 특히 아나운서 준비는 집안이 중산층 이상이 아니라면 힘들지 않느냐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지망생들은 학원비가 다가 아니라고 말한다. 시험을 보러 갈 때마다 헤어·메이크업 비용과 의상 대여 비용까지 필요하다.

회사에 따라 프로필 사진을 원하는 곳이 있기 때문에 지망생들은 프로필 사진을 따로 찍는 경우가 많다. 혜지씨는 "가격대는 다양한데 스튜디오 촬영 비용과 헤어, 메이크업 비용까지 합치면 기본 30만원은 드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망생 김보경(22·여)씨는 프로필 사진을 찍을 때 총 70만원 정도 썼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아나운서가 되고 싶은 솔직한 이유

외모 관리에 실력을 쌓고, 부담스런 비용과 편견까지 감당해야 하는 아나운서 지망생들. 그럼에도 아나운서가 되고 싶은 이유를 혜지씨에게 물어봤다.



"말하는 것을 좋아했고 남들보다 잘하는 편이라 생각해서 꿈꾸게 됐어. 외모도 어느 정도 자신 있었고."



어린 시절부터 아나운서라는 직업을 동경해왔던 그는 언론정보학과 진학 후 대외활동, 토론대회, 발표 동아리 등 자연스레 관련된 활동을 계속했다. 지상파 아나운서 되기는 하늘의 별 따기지만, 지금까지 노력해온 것들이 아까워 쉽게 포기하기도 어렵다고 털어놨다.



그는 "아나운서는 당연히 언론인이라 생각한다"며 유명세와 연예계 진출을 바라고 꿈꾼 것은 아니라고 털어놨다. "편견어린 시선이 많지만, 많은 사람들 앞에서 내 목소리를 전달하는 명예로운 직업이기 때문에 지금처럼 노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평소 '예쁘다', '똑똑하다'는 소리도 많이 들어왔고 남들의 주목을 받는 것에 익숙했던 혜지씨. 그런 그도 다른 지망생들을 보면 잘난 사람이 너무 많다는 생각이 들어 주눅이 들 때가 적지 않다.



그러나 "그런 생각에 갇혀 쉽게 포기하고 싶진 않다"고 말했다. 그에게 아나운서를 준비할 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다시 한 번 물었을 때, 그는 "더 현실적으로 말하자면 용기와 배짱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고 대답했다.



"나 자신한테 뚜렷한 자신감을 가지기 어렵다는 게 가장 힘들어. 돈이나 외모 같은 외부적 요소를 떠나서, 아나운서 준비는 자신을 계속 돌아보게 하고 자기 자신과 늘 싸우게 되는 것 같아. 어쩌면 자존감 싸움이란 생각이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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