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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으로 원단 짜는 맛이 남다르죠"



베틀로 섬유원단 짜는 박희정씨(사진=스냅타임)


유행과 시대 흐름에 가장 민감한 광고와 패션업계에서 '소위' 잘나가던 아트디렉터, 패션 스타일링 등을 거쳐 2002년 영화 ‘장화홍련’의 예술 감독을 맡았던 박희정(46) 대표. 그는 돌연 3년 전부터 ‘스튜디오 엣코트’라는 공방을 차려 베틀로 손수 섬유 원단을 짜고 있다.  그가 직조 공예가로 변신한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나라에서는 옛 것으로 취급받지만 아직도 북유럽과 영국에서는 현재 진행 중인 공예의 한 종류입니다.”
박 대표는 기계로 짜면 뚝딱 만들어낼 수 있는 섬유 원단을 왜 굳이 오랜 시간을 들여 손으로 만들어 내냐는 질문에 ‘손맛’의 차이 때문이라고 했다.
“기계로 짜낸 원단이 플라스틱이라면, 손을 움직여 베틀로 짠 원단은 나무입니다.” 박 대표는 아직도 유명 명품 브랜드 샤넬이나 디오르의 패션쇼에서는 손으로 직접 짠 원단으로 옷을 제작해 무대에 올린다고 한다.

직조 도구들(사진=스냅타임)


그만큼 손으로 짠 원단과 공장에서 나온 원단의 차이는 크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섬유디자인을 전공하는 학생들이 학교에서 습득하기 어려운 직조를 익히기 위해 그의 공방을 찾기도 한다. 직조라는 섬유의 가장 기본을 익혀야 디자인의 깊이도 더 깊어지기 때문이란다. 박 대표도 패션 디자인을 더 잘하기 위해 베틀로 섬유원단을 직접 만들고 있는 것일까.

직조로 짠 원단(사진=스냅타임)


이 같은 질문에 그는 고개를 저었다. 그는 “대학에서 시각 디자인을 전공했지만 어렸을 때부터 손으로 무언가를 만드는 공예가가 되고 싶었다”고 말했다. 패션 스타일링과 아트디렉터 등을 거쳤지만 그는 손으로 무언가를 만드는 장인의 삶을 동경해왔다고 했다. 박 대표는 “더 나이 들기 전에 정말 내가 하고 싶었던 것, 손끝에서 내가 만든 결과물이 나오는 공예가의 삶을 살고 싶었다”고 했다.

인터뷰 중인 박희정씨(사진=스냅타임)


직조 공예가가 되기 위해 박 대표는 섬유 분야 교수, 해외에서 직조를 공부한 전공자 등을 찾아가 직조를 배웠다. 국내 공예 전통이 잘 계승되지 않아 직조를 배우기도 쉽지 않았다. 서울 압구정 로데오 거리에 공방을 차지라 천천히 집중해야만 하는 직조의 매력에 빠져보겠다며 텍스타일 전공자뿐 아니라 일상에 지쳐 힐링을 바라는 직장인들이 꾸준히 그의 스튜디오를 찾고 있다.

 

직조를 하고 있는 수강생들(사진=스냅타임)


IT회사에 다니는 김 모씨는 “컴퓨터를 붙들고 종일 일하는데 눈에 보이긴 해도 손으로 만질 수 있는 결과물은 없다”며 “공방에 오면 내가 직접 손을 움직여 만질 수 있는 원단이 나와 힐링이 된다”고 말했다.
수강생은 늘었지만 국내 베틀 시장보다 활성화한 북유럽에서 들여오는 베틀과 실의 값이 고가이다 보니 직장에 다녔을 때보다 수입은 줄었다.
하지만 박 대표는 직조 공예가의 삶에 만족한다고 강조했다. “손으로 하는 노동, 공예가 매력적이죠. 트렌디한 패션·광고업계도 남들이 안 하는 것을 한다는 즐거움이 있었는데 섬유의 가장 기본인 직조 역시 남들이 안 하는 것을 한다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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